신약·글로벌 전략 시험대…책임경영 성과가 관건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국내 제약업계에 오너 3·4세들이 잇따라 경영 전면에 등장하며 세대교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성장 둔화와 약가 인하 등 구조적 위기 속에서 젊은 오너 경영인을 앞세워 사업 전략과 조직 체질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그룹은 올해 1월 1일 자로 윤웅섭 대표이사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오너 3세 체제를 한층 강화했다. 윤 회장은 창업주 고(故) 윤용구 회장의 손자이자 윤원영 회장의 장남으로, 2005년 입사 이후 전략기획과 프로세스 혁신, 기획조정실 등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2014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에는 지주사 전환과 사업 구조 개편을 주도하며 경영 전반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 P-CAB 소화성궤양치료제, PARP 저해 항암제 등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제약품도 오너 3세 경영을 전면에 내세웠다. 남태훈 대표이사는 최근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냈다. 2009년 입사한 남 부회장은 영업·마케팅과 관리 부서를 두루 거친 뒤 대표이사로 취임해 비용 구조 개선과 조직 재정비를 추진해 왔다. 회사 측은 향후 남 부회장이 사업 전반과 중장기 성장 전략을 총괄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종근당에서도 오너 3세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창업주 고(故) 이종근 회장의 손자이자 이장한 회장의 장남인 이주원 이사는 새해 임원 인사를 통해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해 이사 승진 이후 1년 만이다. 이 상무는 계열사 지분 확대와 함께 개발기획 업무를 맡으며 경영 승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동화약품의 4세 경영도 상징적인 사례로 꼽는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3월 윤인호 대표이사 사장 체제를 출범시키며 업계에서 드물게 오너 4세가 경영 전면에 나섰다. 윤 대표는 전략기획과 주요 사업부를 거친 뒤 대표이사에 올라 연구개발 조직 재정비와 조직 개편을 추진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 밖에도 보령은 지난해 오너 3세인 김정균 대표의 단독 대표 체제를 강화했고, 일양약품 역시 창업주 후손인 정유석 대표가 단독 경영을 맡는 등 오너 중심 경영으로의 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JW그룹에서는 4세인 이기환 매니저가 지주사에서 핵심 사업회사로 이동하며 경영 수업을 본격화했다.
이처럼 오너 3·4세들이 잇따라 경영 전면에 나서는 배경에는 제약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깔려 있다. 제네릭 중심의 사업 구조로는 성장에 한계가 뚜렷해진 데다,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으로 수익성 압박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기 실적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오너 경영이 신약 개발과 글로벌 진출 등 장기 전략을 추진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젊은 오너 경영이 곧바로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연구개발 실패 가능성과 글로벌 임상·허가 리스크가 큰 제약산업 특성상 전문성과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세대교체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약가 인하와 성장 둔화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오너 세대교체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결국 관건은 혈연이 아니라, 오너 3·4세들이 얼마나 전문성과 글로벌 감각을 갖춘 경영인으로 자리매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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