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여금·전환 부담에 업계 긴장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정부가 2030년까지 저공해자동차 판매 비중을 50%까지 확대하겠다는 보급 목표를 내놓으면서 자동차 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동화 전환 속도와 국내 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목표 달성의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정책 구조상 수입 전기차 업체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저공해자동차 및 무공해자동차 보급 목표 개정안'을 고시했다. 저공해차 판매 비중은 올해 28%에서 2027년 32%, 2028년 36%, 2029년 43%로 단계적으로 높아진 뒤 2030년에는 50%까지 확대된다.
저공해차 가운데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무공해차는 1대당 1점으로 인정되지만, 하이브리드차는 1대당 0.3점만 반영된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역시 일반 하이브리드차와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하이브리드차 4대를 판매해야 전기차나 수소차 1대를 판매한 것으로 계산되는 구조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자동차 제조사와 수입사는 목표 미달 차량 1대당 150만원의 기여금을 부담해야 한다. 개정안에 따라 2028년 이후부터는 기여금이 300만원으로 상향된다. 해당 기여금은 무공해차 보급 확대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가 현재 시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사상 처음으로 20만대를 넘어섰지만 전체 신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5%에 그쳤다.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저공해차 판매 비중을 감안하더라도 불과 5년 만에 신차 판매의 절반을 저공해차로 전환해야 하는 목표는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정부는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앞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통해 2030년 신차의 40%, 2035년에는 70%를 전기차·수소차로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기 위해서는 수송부문의 전동화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글로벌 정책 흐름과의 괴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미국은 지난해 전기차 세액공제 제도를 폐지한 데 이어 자동차 연비 규제를 완화했고, 유럽연합(EU)도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전면 금지 방침을 사실상 철회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은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며 전환 속도 조절에 나섰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연간 내수 판매량 71만2954대 가운데 무공해차 비중은 전기차 5만4034대와 수소전기차 5678대를 포함해 8.37%에 그쳤고, 기아 역시 전체 내수 판매량 54만8205대 중 전기차 판매는 6만820대로 11.1% 수준에 불과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저공해차 판매 비중을 59%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산업계와 노동계는 전동화 정책이 고용에 미칠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은 지난해 정부에 공동건의문을 제출하고 수송부문 무공해차 보급 목표의 현실적 조정을 요구했다. 전기차 중심의 급격한 전환이 부품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촉발하고 대규모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95% 이상이 중소·중견기업으로 구성돼 있고 미래차 관련 매출 비중이 30% 미만인 업체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전기차 중심 전환 속도가 빨라질수록 1만여 개에 달하는 내연기관 부품업체와 관련 일자리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보급 목표가 단기간에 상향될 경우 전기차만 판매하는 업체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비중이 높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수입 전기차 업체들은 추가적인 전환 부담 없이 정책 목표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수입 전기차 비중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9만1253대로 전년 대비 84.4% 증가했으며 전체 전기차 판매량 가운데 수입차 비중은 4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테슬라는 국내 수입 전기차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국내 시장에 진출한 BYD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어 보급 목표 강화가 수입 전기차 업체들의 시장 확대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2030년 전기차 50% 목표 자체는 과거에 이미 설정된 계획을 제도적으로 구체화한 측면이 있지만, 글로벌 주요 시장의 정책 기조 변화까지 감안하면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은 전기차 전환 속도를 완화했고 미국은 보조금을 폐지하면서 사실상 정책 방향을 바꿨다"며 "중국을 제외하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자체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전기차 인프라 자체는 부족하지 않지만, 아파트 중심 주거 구조상 급속 충전 이용 여건과 비용 부담 등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며 "전기차 전환은 불가피하지만 시장 수요와 기술 전환 속도, 글로벌 정책 변수를 함께 고려해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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