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화 앞둔 가상자산 시장…금융지형 변화 예고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내 증권사와 가상자산거래소 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 등을 필두로 디지털자산과 증권사 간 동맹이 가속화하면서 자금이동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증권사, 디지털자산 가치사슬 전반 '정조준'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권사와 가상자산거래소들이 밀착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계 4위 코빗의 최대주주인 NXC와 2대주주인 SK플래닛과 지분 인수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빗은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가 지분 60.5%, SK플래닛이 31.5%의 지분을 각각 보유 중으로, 이번 거래 규모는 약 1000억~14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그룹은 인수 주체로 비금융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금융사의 가상자산 사업 진출을 제한하는 이른바 '금가분리' 원칙을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가상자산거래소 빗썸과 손을 잡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4일 빗썸과 업무협약을 맺고 맞춤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을 위해 다방면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증권·가상자산 각 분야에서 축적해온 콘텐츠를 교차 제공하는 등 서비스 저변을 넓혀갈 방침이다.
아예 가상자산업계 진출 의지를 밝힌 증권사도 있다. 업비트의 모회사 두나무 지분을 보유한 한화투자증권은 2026년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 자산 전문 증권사로 전환'이라는 중장기 목표와 '실물기반 토큰화 자산 허브' 비전을 공식 선포했다. 이 회의에서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을 접목한 미래 금융산업이 직면할 구조적 변화, 향후 금융산업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 가상자산 법안 제도화 코앞, 자금이동 가속화
증권사들이 디지털자산 가치사슬 전반으로 보폭을 넓히는 배경에는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화와 자금 흐름 변화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자본시장 상품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무브'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상자산 역시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국회가 가상자산 시장의 기본법으로 꼽히는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제정을 추진하면서 자금 이동 속도는 한층 더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화폐 대체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경우, 증권사는 이를 결제·정산 인프라로 활용해 기존 자본시장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 토큰증권(STO)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한 유통·관리 과정에서 새로운 수수료 수익원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증권사들의 사업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인공지능(AI)과 웹3 기술을 성장 동력으로 삼고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왔다. 원화 거래소 라이선스를 보유한 코빗을 인수할 경우, 자체 유통망을 확보해 디지털 자산 사업 전반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코빗은 그간 비교적 보수적이고 투명한 상장 정책을 유지해 금융권과의 결이 맞는 거래소로 평가받아 왔다. 제도권 금융 편입 과정에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파트너라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미래에셋그룹의 자본력과 증권업의 상품 설계 역량이 결합될 경우, 수탁(커스터디)와 토큰증권(STO) 등을 아우르는 통합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역시 이러한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년사에서 "자금 흐름을 모험자본과 자본시장 중심으로 대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서 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 혜택 정책도 내놓으며 자본시장 활성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글로벌 금융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금융 전환을 주도하며 기존 금융과 가상자산을 분리하던 정책 기조를 수정하고 있다.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는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 "미국은 기존 금융과 가상자산을 통합하는 이른바 '정책적 하드포크(Policy Hard Fork)'를 단행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관련 법안 및 체계구축이 점진적으로 논의되면서 제도권 금융사들도 위험 관리와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분야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분위기"라며 "업계에서는 이러한 제도 정비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코인 및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조각투자업체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시장 선점을 도모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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