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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카드사, 성장보다 체질 개선…CEO 키워드는 '리스크·안정성'
규제·소비 둔화 속 외형 확장 대신 건전성 우선 전략
AI·기업금융·플랫폼으로 새 먹거리 찾기 나서


(왼쪽부터) 김재관 KB국민카드 사장, 성영수 하나카드 사장, 진성원 우리카드 사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김이태 삼성카드 사장, 박창훈 신한카드 사장. /각 사
(왼쪽부터) 김재관 KB국민카드 사장, 성영수 하나카드 사장, 진성원 우리카드 사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김이태 삼성카드 사장, 박창훈 신한카드 사장. /각 사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신년을 맞아 재계 총수들이 올해 영업 기조를 '도약'으로 낙점했지만, 신용카드업계는 여전히 생존과 위기 관리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가맹점수수료로 수익을 높이는 방식에 한계가 뚜렷하다고 보면서, 리스크 관리와 새로운 수익원 발굴, 안정성 강화를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우리·하나·롯데카드)의 최고경영자(CEO)는 신년사를 통해 경영 키워드를 발표했다. 시무식을 생략하거나 내부 경영전략회의로 대체하는 등 실질적인 경영 점검에 집중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소비 둔화와 금융 규제 강화 등이 맞물리며 공격적인 성장보다는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사 CEO들의 공통 과제는 수익 구조 개선이다. 과거 가맹점수수료는 카드사 수익의 주류로 자리 잡았지만, 인하 기조가 지속되면서 개선 여지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카드론 총량 관리 기조까지 장기화하면서 금융 부문의 외형 확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한카드의 경우 이달 진행한 경영전략회의에서 사업자 대출 등 비규제 영역에서 수익을 확대하자는 논의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KB국민카드는 조직 개편을 통해 기업영업 조직을 일원화했다. 개인사업자 영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역 거점 중심의 영업 체계를 수립했다는 설명이다.

'리스크 관리'도 공통 관심사다. 수익성 악화의 주범인 대손충당금 부담을 낮추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수익성보다는 건전성을 우선하겠다는 기조가 경영 전략 전반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연체율 상승에 대비해 자산 포트폴리오 재점검 또한 요구된다.

특히 진성원 우리카드 사장은 사내 2026년 경영 키워드로 △리스크 관리 고도화 △수익 안정성 확보 △본질에 집중한 경쟁력 강화 △지속 성장 모델 확립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카드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는 데다, 빅테크 및 간편결제 사업자와의 경쟁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우리카드는 공격적인 영업보다는 지속 가능성 제고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외형 성장을 논하기보다 손실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실적을 좌우하고 있다"며 "그동안 쌓아 놓은 대손충당금을 순이익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다만 위기 관리가 능사는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요구되면서다. 기존 신용판매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결제 플랫폼, 기업금융, 데이터·디지털 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특히 AI와 데이터 분석 역량을 활용한 고객 분석, 맞춤형 상품 개발은 다수 카드사가 강조하는 과제다.

AI 영역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곳은 현대카드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올해 인공지능(AI)을 그룹의 핵심 경쟁력으로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현대카드는 '빌드업' 단계였다면, 올해는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고도화' 단계"라며 "AI를 중심으로 정의한 테크 영역이 이에 대한 좋은 예시"라고 강조했다.

성영수 하나카드 대표는 AI·블록체인 등 신기술에 대한 선제 대응을 주문했다. 정부 사업 참여 및 전략적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다. 성 대표는 "AI·블록체인 등 Web3 기술 변화에 선제 대응해 10년, 20년 뒤에도 성장하는 하나카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회원 전략 역시 '양적 확대'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무분별한 회원 모집보다는 우량 고객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과도한 혜택 경쟁이 수익성을 저해하고 있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추세다. 카드업계가 혜택 구조 재정비와 비용 절감에 나서는 이유다.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이태 삼성카드 사장은 신기술 도입과 신규 비즈니스 개발을 통한 미래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김 사장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형식과 틀을 바꾸는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요하다"며 "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만큼 전방위적 협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는 지난해 11월 'CEO 메시지'를 통해 고객 신뢰 회복과 수익 창출력, 임직원들의 자존감 회복을 강조했다. 조 대표는 "2026년 과제는 전력을 다해 롯데카드의 강력한 회복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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