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유제품 무관세…유업, '적자생존 경영' 돌입

[더팩트 | 손원태 기자] 국내 유업계가 유소년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한계에 더해, 올해부터 시행되는 수입 유제품 무관세 조치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였다.
저출산 여파로 주력 소비층이 붕괴하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외국산 제품까지 몰려오면서 업계는 사업 다각화와 프리미엄화 등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 내수 의존도 큰 유업계…저출산 파고에 저성장 직면
6일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흰우유 시장 규모는 △2023년 1조6590억원 △2024년 1조6295억원 △2025년 1조6069억원(잠정치)으로 매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국내 유업 3사(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는 본업인 우유에서 긴 정체기를 보내고 있다.
우유와 치즈 등이 주력 식품군인 유업은 사업 특성상 신선식품으로 들어가 유통기한이 여느 식품군에 비해 짧은 편이다. 또한 제품 변질 우려가 커 까다로운 생산 공정을 거쳐야 하고, 완제품도 냉장 상태로 보관하는 등 품질 관리에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이에 유업은 내수 사업 비중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유업 3사의 해외 매출액 비중은 전체 매출액 대비 10%를 넘지 못한다. 이는 유업이 내수 경기에 따라 쉽게 흔들린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이상 기후와 고환율 여파로 사룟값마저 천정부지로 뛰고 있어 우유 원재료 부담은 나날이 커지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우유 주력 소비층인 국내 유소년 인구도 감소세라는 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1명을 기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2024년 기준 14세 이하 국내 유소년 인구도 542만명으로, 직전 연도(562만명) 대비 20만명 감소했다. 2024년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5182만명인데, 그중 유소년 인구 비율은 10.5% 정도다. 우리나라 10명 중 1명만 어린이인 셈으로, 이 역시도 OECD 최하위권이다.
이 같은 현상에 국내 유업계는 지난해 실적 정체를 맞닥뜨렸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해 상반기 누계 매출이 1조307억원으로, 전년 동 기간(1조657억원) 대비 3.3% 감소했다. 남양유업 유제품 사업도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이 6546억원으로, 전년 동 기간(6875억원) 대비 4.8% 하락했다. 빙그레의 유제품 사업을 영위하는 냉장 품목군 사업도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이 4444억원을 기록, 전년 동 기간(4693억원) 대비 5.3% 떨어졌다.
다만 매일유업은 지난해 3분기 유가공 사업 누계 매출이 전년 8201억원에서 1.1% 소폭 상승한 8292억원을 기록했다.

◆ 올해부터 미국·유럽 유제품 무관세…적자생존 유업계
이런 상황에서 국내 유업계는 2026년 병오년 새해를 맞자마자 미국·유럽 유제품 관세 철폐라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유럽연합(EU) FTA 이행 일정에 따라 미국과 유럽산 유제품 관세가 추가로 인하하게 된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1년 EU, 2012년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36%에 달하던 유제품 평균 관세율을 장기간에 걸쳐 낮추기로 협의했다. 이후 미국산 유제품 관세는 △2023년 7.2% △2024년 4.8% △2025년 2.4%로 점차 줄다가 올해 전면 철폐됐다. 유럽산 유제품의 관세도 △2023년 9.0% △2024년 4.5% △2025년 2.2%로 매해 감소하다가 올해 사실상 0%대로 진입하면서 사라지게 됐다.
낙농업이 유명한 호주와 뉴질랜드 역시 유제품 관세 인하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지난해 기준 10%대 유제품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호주는 오는 2033년, 뉴질랜드는 오는 2034년을 기점으로 무관세에 돌입한다.
이처럼 해외 유제품의 국내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멸균우유 수입량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멸균우유 수입량은 △2023년 3만7361톤 △2024년 4만8671톤 △2025년 1월~11월 4만5720톤으로 늘었다. 국산 유제품은 원재료 부담과 품질 관리 등의 영향으로 수입산 유제품의 가격 경쟁력에 뒤처진다. 저출산·저성장 위기에 놓인 유업계가 수입 유제품과도 가격 경쟁력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국내 유업계는 적자생존 경영에 들어갔다. 우선 서울우유는 농협중앙회 소속 회원 조합이자 낙농가로 구성된 협동조합인 만큼 본업인 유업 외 신사업을 전개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서울우유는 총체적인 국내 유업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인 'A2+ 우유'를 공들이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6명이 배앓이 등의 유당불내증을 겪는다는 점에 착안해 소화에 효과적인 프리미엄 우유를 만드는 것이다.
서울우유의 A2+ 우유는 A2 유전형질을 갖는 젖소에서 분리·집유해 100% A2 단백질만 함유한다. A2 단백질은 인간의 모유와 비슷해 체내 흡수와 소화에도 효과적이다. 서울우유는 A2+ 우유의 생산량을 늘려 우유 주력 소비층을 유소년 인구에서 성인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세웠다.

매일유업은 외식 사업을 전개하는 계열사 엠즈씨드를 통해 카페 '폴바셋'과 중식당 '크리스탈제이드',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키친일뽀르노' 등 외식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저트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엠즈베이커스를 통해 서울 성수동의 유명 빵집인 '밀도'를 인수했다. 나아가 일본 삿포로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인 엠즈베버리지를 세워 삿포로맥주를 토대로 한 매장도 선보였다. 본업인 우유에서 외식으로 사업 다각화에 힘을 줬다.
남양유업은 자사 발효유와 단백질 음료, 가공유 등 우유를 기반으로 한 제품군에 건강 트렌드를 접목시키고 있다. 이들 제품을 저당·제로·초고단백 계열로 내 맛과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에 주력했다. 빙그레 역시 메로나와 붕어싸만코 등에 할랄(Halal) 인증을 받으면서 빙과 수출에 전사적으로 나섰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을 겨냥하기 위한 식물성 메로나도 맞춤형으로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산 유제품이 무관세로 들어오게 되면 국내 유업 시장에서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도 "멸균우유가 주력으로 수입되는 만큼 시장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줄지에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프리미엄 제품군을 늘리거나 국산 우유의 품질 경쟁력을 더 높이는 쪽으로 주력하게 될 것 같다"면서 "유제품을 기반으로 한 발효유나 치즈,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 제품군으로 확장 전략을 펼 것"이라고 덧붙였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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