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말 잔액 954억원… 5개 분기 연속 증가 흐름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금융권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은행에 가입한 고금리 예적금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하는 차주가 증가하는 추세다. 소액 대출의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데다, 다른 대출 상품에 비해 이자 부담도 낮아 단기 자금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예적금담보대출 채권 잔액은 95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 대비 약 87억4000만원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1분기 796억3000만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온 만큼,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5개 분기 만에 다시 1000억원을 넘어섰을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이다.
예적금담보대출은 기존에 가입한 예·적금을 담보로 약 1~1.5%포인트(p)의 가산금리를 더해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납입액의 최대 95%까지 대출이 가능하며, 상환이 어려울 경우 예·적금으로 대체할 수 있어 부담이 적은 '급전 창구'로 분류된다. 만기 내 대출금을 상환하면 예·적금도 유지할 수 있어 이자 부담과 안정성을 함께 고려한 합리적인 선택지로 분류된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예적금담보대출 잔액이 증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주가 부양 정책에 힘입어 투자 자금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단기 유동성 확보 수요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예적금담보대출은 소액을 빌릴 경우 DSR 산정에서 제외돼 규제 부담도 적다. 투자 자금을 마련하려는 차주들이 비교적 손쉽게 활용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저축은행권 역시 예적금담보대출 확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규 취급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창구로 손꼽힌다. 수익성은 크지 않지만, 담보가 뚜렷해 연체율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기존 예금 고객과의 접점을 유지하면서 리테일(소매금융) 영업을 확대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하반기를 시작으로 저축은행의 수익성이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올해도 PF와 같은 고위험 대출보단 리테일 확대 기조를 고집하고 있어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적금담보대출은 취급 잔액이 워낙 작은 편에 속하지만, 별도의 영업비용과 연체 부담이 없는 만큼 '보너스' 같은 상품이다"라며 "차주 또한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면서도 상환 부담이 없는 만큼 양쪽에 합리적인 상품이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예적금담보대출 증가를 단순한 투자 수요 확대보다 서민층의 유동성 악화 신호로 해석한다. 최근 5년간 저축은행 예적금담보대출 잔액이 정점을 찍은 시점은 지난 2022년 4분기인데 당시 연 3% 미만 금리의 정기예금을 담보로 자금을 빌렸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올해 늘어난 대출은 연 4~5% 수준의 고금리 예적금을 담보로 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금리 증가 흐름을 보면 시기별로 차이가 선명하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월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2.37% 수준이며 지난 2021년 상·하반기에는 각각 연 1.64%, 2.34% 수준에 그쳤다. 자금을 빌리더라도 이자 부담이 크지 않았고 충분히 포기할만한 수익이었다는 평가다.
반면 지난해 증가한 예적금담보대출은 2022~2023년 고금리 예금 가입분이 상당수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저축은행들은 연 5~6%대 정기예금을 앞세워 자금 조달에 나선 바 있다. 안정적인 고수익을 포기하고 자금 융통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다만 예적금담보대출 취급 잔액이 아직 크지 않은 만큼 위험 신호로 인식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은 25조7772억원이다. 지난 2022년 3분기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예적금담보대출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개인 차주보다 중소기업의 유동성 확보 여건이 더 어려운 국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예적금담보대출을 '불황형대출'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축은행 다르다"라며 "저축은행은 예적금 규모가 크지 않고 자금을 내주고 나서 유동성을 확보하는 구조인 만큼 차주와 기업 모두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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