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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이창용 한은 총재 "기준금리 외 통화정책 강화…단기 고환율은 '수급 불균형' 원인"
통화정책 다변화에 AI·스테이블코인 병행…한은 역할 확대 시사
고환율은 국민연금·거주자 해외투자가 '단기 압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신년사를 통해 기준금리 조정 외 통화정책수단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윤호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신년사를 통해 기준금리 조정 외 통화정책수단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외 통화정책수단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를 금리정책 영향을 더 크게 받는 지방 중소기업에 선별 지원하고, 은행 대출채권 적격담보시스템을 가동하고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도 확대하도록 한국은행법 개정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화폐 시스템에 대비해 스테이블 코인 관련 제도 마련,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한국은행 AI 언어모형'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고환율과 관련해서는 한‧미 간 성장률 및 금리 격차,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이 주요 요인과 더불어 국민연금과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단기적으로 큰 압력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이창용 총재는 2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도 매 순간 어려운 정책 판단을 요구받을 것 같습니다. 성장 경로에 상·하방 위험이 모두 존재하고, 물가 흐름도 환율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향후 통화정책은 다양한 경제지표를 자세히 점검하면서 정교하게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외에 다른 통화신용정책 수단을 강화하는 노력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는 준재정 정책적 성격을 줄이는 대신 금리정책을 보완하는 수단으로서, 즉 금리정책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는 지방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에 선별적이고 한시적인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정비하려고 논의 중"이라며 "그간 준비해 온 '은행 대출채권 적격담보시스템'을 올해부터 가동하고, 금융안정 차원에서 앞으로 그 대상을 비은행예금취급기관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법 개정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대출제도의 유동성 안전판을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통화신용정책 수행과 더불어 한국은행이 우리 경제의 '싱크탱크'로서의 역할도 해야 한다고 이 총재는 강조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구조개혁 연구 시리즈'를 통해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논쟁이 일기도 했고, 일부에서는 한은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면서도 "이 시리즈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온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였고, 이는 통화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금융의 구조적 변화에도 적극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은 디지털 금융의 구조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프로젝트 한강' 1차 실거래를 마무리했고, 올해는 2차 실거래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블록체인을 활용한 정부의 국고금 관리 개선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며, 프로그램이 가능한 화폐의 활용 경험을 축적하고 디지털화폐 시스템 및 예금토큰의 상용화를 위한 기반을 더욱 탄탄히 다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디지털화폐 시스템에 대비하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그와 관련하여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면서 "향후 국회와 정부의 입법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기술 혁신에 관해서는 "지난 1년간 국내 주요 기업과 협력을 통해 구축한 '한국은행 AI 언어모형'을 이달 말부터 선보일 예정"이라며 "해당 모형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망 통합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하여 오는 3월까지 마무리하겠다"고 설명했다. 업무 전반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이끌고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이 총재는 강조했다.

한편, 이 총재는 올해 대외 여건과 글로벌 통상환경 등을 감안할 때,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진단했다.

미국 내 정치·사법 변수에 따라 관세·무역정책 리스크가 재부각될 수 있고, 미·중 갈등이 확대될 경우 한국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미 투자협정과 관련해서도 APEC 정상회의 이후 일부 완화됐지만, 투자 대상과 방식에 대한 조율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간 200억달러 규모로 거론되는 대미 투자와 관련해 이 총재는 원화 약세 우려를 의식하면서도 "200억달러는 최대치일 뿐, 실제 투자 규모는 외환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년 기계적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출되는 것은 아니라며, 한국은행은 정부와 함께 외환시장 안정을 훼손하는 결정에는 동의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국내 여건과 관련해서는 물가가 일시적 요인으로 2%대 초중반까지 상승했지만, 연간으로는 2.1%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재차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팬데믹 이후 누적된 물가 상승으로 생활물가 부담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유통구조 개선과 수입개방 확대 등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률은 올해 1.8%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IT 부문을 제외하면 1.4%에 그쳐 ‘K자형 회복’이 지속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환율과 관련해서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까지 오른 상황에 대해 "펀더멘털과 괴리가 큰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미 금리·성장 격차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외에도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확대가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총재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달러를 기계적으로 매입하는 구조가 외환시장 긴장을 반복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국민연금·한국은행이 함께 해외투자 '뉴 프레임워크(New Framework)'를 논의 중인 점을 언급하며, 조속한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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