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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신한 시너지' 코빗, 업비트·빗썸 구도에 균열 낼까
미래에셋증권 연계 효과…유통망·커스터디 시너지 주목
신한은행 실명계좌, 법인 시장 공략의 핵심


미래에셋그룹이 코빗 인수를 추진하면서, 업비트·빗썸 중심으로 고착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오랜 구도를 흔들 수 있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각 사
미래에셋그룹이 코빗 인수를 추진하면서, 업비트·빗썸 중심으로 고착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오랜 구도를 흔들 수 있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각 사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미래에셋그룹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인수를 추진하면서, 업비트·빗썸 중심으로 고착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오랜 구도를 흔들 수 있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코빗의 시장 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치지만, 신한은행 실명계좌와 미래에셋증권이라는 전통 금융권 핵심 축을 동시에 등에 업을 경우 '판을 바꿀 수 있는 거래소'로 재평가받을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된다.

3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컨설팅은 최근 코빗의 최대주주인 NXC와 2대 주주 SK플래닛을 상대로 지분 인수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빗은 넥슨의 지주회사 NXC가 지분 60.5%, SK플래닛이 31.5%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거래 규모는 약 1000억~14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인수 주체로 금융 계열사가 아닌 미래에셋컨설팅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현행법상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사업자를 직접 소유할 수 없도록 한 이른바 '금가분리'(금융·가상자산) 원칙을 피해 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거래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지분 투자 차원을 넘어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의 결합 방식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업비트와 빗썸의 양강 구도가 수년째 고착화되면서, 코인원·코빗 등 중소 거래소들은 생존을 위해 법인 시장을 사실상 유일한 돌파구로 삼아왔다. 하지만 법인 투자 허용이 지연되면서 거래소 간 경쟁 구도에도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지점은 '법인 계좌'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법인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기본 로드맵을 제시한 데 이어, 가이드라인을 통해 단계적 허용에 나설 방침을 예고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전면 허용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법인 투자가 본격화될 경우 거래소 선택 기준은 단순한 거래량이 아니라, 실명계좌 은행의 신뢰도와 내부통제 수준, 전통 금융과의 연계 여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코빗이 신한은행을 실명계좌 은행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결정적인 강점으로 꼽힌다. 신한은행은 국내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법인 금융과 기업 자금 관리에 강점을 가진 곳으로, 향후 법인 계좌 개설과 자금 운용, 컴플라이언스 측면에서 코빗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인 고객 입장에서는 거래소의 규모보다도, 어느 은행과 실명계좌를 맺고 있는지가 훨씬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래에셋증권과의 시너지가 더해질 경우 파급력은 배가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인공지능(AI)·웹3 기반 신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조직 개편과 인력 재배치를 통해 디지털 자산 분야 확장을 준비해왔다.

코빗 인수를 통해 원화 거래소 라이선스를 확보하면, 가상자산 유통망을 그룹 내부에 흡수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단순 중개를 넘어 수탁(커스터디), 토큰증권(STO), 기관 대상 디지털 자산 운용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코빗 역시 이러한 전략에 비교적 잘 부합하는 거래소로 평가된다. 그간 코빗은 보수적이고 투명한 상장 정책을 유지해 왔고, 무리한 신규 코인 상장이나 고위험 상품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금융권과 결이 가장 비슷한 거래소'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도권 편입 관점에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파트너라는 점에서, 미래에셋그룹의 자본력과 증권업 노하우가 결합될 경우 '기관 친화형 거래소'라는 차별화된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단기간에 업비트·빗썸 중심의 시장 구도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거래량과 유동성은 단순한 자본 투입만으로 확보되기 어렵고, 개인 투자자 기반이 약한 점은 코빗의 구조적 한계로 남아 있다. 다만 법인 투자 시장이 본격화할 경우, 개인 중심의 거래량 경쟁과는 전혀 다른 경쟁 구도가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점유율 경쟁'보다는 '시장 성격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법인 투자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신한은행 실명계좌와 미래에셋증권이라는 조합은 다른 중소 거래소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구조"라며 "코빗이 전체 시장을 장악하지는 못하더라도, 기관 중심의 새로운 축을 만드는 데는 충분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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