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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내부통제는 급한데…여신금융협회장 인선 '제자리'
리더십 공백 장기화 속 내부통제·신사업 조율 우려
임기 종료 후 유임 관행 반복…기조 변화 선발 절차 '속도 조절'?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의 공식 임기가 종료된 이후 차기 협회장 관련 하마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선임 절차와 투표 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임영무 기자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의 공식 임기가 종료된 이후 차기 협회장 관련 하마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선임 절차와 투표 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임영무 기자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신용카드사의 보안, 내부통제 강화 논의가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지만 '조율사'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여신금융협회장 인선은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의 공식 임기가 종료된 이후 차기 협회장 관련 하마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선임 절차와 투표 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 회장의 공식 임기는 지난 10월 5일 종료됐지만, 차기 회장 선출이 늦어지면서 유임 상태로 협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당초 업계를 중심으로 연말에는 차기 협회장이 선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회장 선발의 시작점인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마저 구성되지 못한 상황이다. 통상 여신협회는 회추위 구성 이후 1~2개월 이내 차기 회장을 선발한다. 이르면 다음해 1분기 중 차기 회장이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여신협회가 차기 회장 선발에 느긋한 행보를 보이는 것과 반대로 회원사를 중심으론 차기 협회장 인선 지연에 관한 우려와 함께 조속한 선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협회장이 복합 현안을 조율하고 대외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인 만큼 리더십 공백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이다.

최근 카드업계는 내부통제와 보안 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롯데카드 해킹 사태 이후 신한카드 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카드사를 향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다. 특히 지난 3월 우리카드가 유사한 사례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례가 있는 만큼, 내부통제 전반에 관한 논의와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가 개별 카드사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선명하다는 점이다. 최근 신한카드 사례의 경우 일선 영업점에서 수기로 고객 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단순한 보안 인프라 강화만으로는 재발 방지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사 사고 발생 시 기업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적용되는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등 정부 차원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아울러 보안과 내부통제 이슈가 장기화되면서 카드업계의 새 먹거리 발굴 과제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카드사들은 디지털전환(DT)을 추진하며 스테이블코인, 데이터 사업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보안 문제로 소비자 신뢰를 상실할 경우 산업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군다나 카드업계가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은 데이터·플랫폼 사업 대부분이 소비자의 민감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신뢰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그중 데이터사업은 가입자의 성별과 연령, 소비 패턴 등 정보가 종합적으로 활용 구조여서 보안 리스크에 대한 경계가 필수적이다. 업계에서는 결제 정보를 암호화해 코드화한 뒤 활용하기 때문에 유출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보안 사고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한 여전업계 관계자는 "어떤 리더든 공식 임기가 끝날 경우 새로운 사업이나 산적 과제를 속도감 있게 해결하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만큼 리더의 역할이 단순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는 여신협회장 유임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또한 협회가 금융당국의 기조와 입김을 일정 부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이같은 유임 문제가 고착할 경우 관행에 기대는 인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 지난 2010년 여신협회장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모제를 도입한 이후 협회장 인선 지연과 임기 연장 관행은 반복되는 흐름이다. 김근수 10대 여신금융협회장은 이두형 9대 회장 임기 종료 두 달 뒤 선임됐고,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 역시 추가 임기를 수행하면서다.

일각에서는 최근 금융권 전반에서 수장 인선을 둘러싼 기조 변화가 협회장 선발 절차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주요 기관장 인선이 인적 쇄신의 일환으로 인식되면서다.

과거 여신금융협회장의 핵심 역할은 정책 발굴이나 신규 사업 추진보다는 회원사와 금융당국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과의 소통 창구 역할에 강점을 가진 관료 출신 인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게 형성돼 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는 금융권 수장 인선 전반에서 '실무자 중심'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산업은행에서 사상 처음으로 내부 출신 인사가 회장에 선임됐고, IBK기업은행 역시 차기 행장으로 내부 출신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가 여신금융협회장 인선에도 영향을 미치며 관료 중심 인사 관행에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여신협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차기 협회장 일정 등을 검토하고 않고 있다"라며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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