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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결산] '한류가 글로벌 스탠다드'…새 기준점 세운 K-뷰티·푸드
화장품 수출액 100억달러 시대…수출국 다변화 성공
불닭·비비고 열풍…일회성 유행 넘어 식문화 안착 가능성


11월 17일 오전 방문한 성수동 '올리브영N 성수'. 오픈 전임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 /문은혜 기자
11월 17일 오전 방문한 성수동 '올리브영N 성수'. 오픈 전임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 /문은혜 기자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2025년은 한국 화장품과 식품이 세계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한 해였다. K-팝, K-무비로 대표됐던 K(한류) 열풍의 바통을 뷰티와 푸드가 이어받은 모양새다.

◆ K-뷰티, 2년 연속 수출 100억 달러 달성

올해 K-뷰티의 성장세는 놀라웠다.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화장품류 수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15.4% 늘어난 85억2000만달러로, 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매 분기 동기 대비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가파른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해 최초 수출 100억달러 돌파에 이어 올해도 신기록이 기대된다.

수출 대상국은 205개국으로 역대 최다로 나타났다. 지난해엔 199개국이었다. 과거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 의존도가 높았던 것과 달리 미국·일본·유럽·중동 등 수출 대상 국가도 다변화되고 있다.

이 흥행의 중심에 선 대표 기업이 에이피알이다. 지난해 연 매출 7000억원을 넘기며 업계 3위로 도약하더니 매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38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영업이익은 961억 원으로 253% 증가했다.

상장 2년도 채 안 된 기업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현재 시가총액에서 전통의 뷰티 강자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따돌렸다. 26일 기준으로 에이피알의 시가총액은 8조6091억원, 아모레퍼시픽 6조9548억원, LG생활건강 3조 9786억원이다.

에이피알 메디큐브. /에이피알
에이피알 메디큐브. /에이피알

에이피알은 국내보다 해외서 더 큰 성과를 내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특히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의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아마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11월20일~12월1일)에선 뷰티 카테고리 전체 매출 중 16.4%를 에이피알의 메디큐브가 차지했다. 1~3위 모두 메디큐브의 차지였다.

일본 최대 온라인 할인행사인 4분기 '메가와리'(11월21일~12월3일)에선 전년 동기 대비 180% 성장한 실적을 냈다. '메가와리'는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Qoo10) 재팬이 연 4회 개최하는 대규모 정기 할인 행사다.

조선미녀 등 소위 인디 뷰티 브랜드도 해외에서 먼저 강력한 입지를 굳히며 K‑뷰티 판도를 바꾸고 있다. 조선미녀를 보유한 구다이글로벌은 지난해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했고 그 인기를 바탕으로 한국으로 역수입됐다.

K-뷰티의 인기 비결은 가성비와 혁신적인 제품기술, 현지화 전략의 결합으로 설명된다. 아울러 K-드라마와 K-팝 등 한류 콘텐츠가 브랜드 친숙도와 구매 욕구를 높인 덕도 적지 않다.

관세와 고환율이라는 대외변수가 있지만, K-뷰티의 흥행 분위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삼정KPMG가 발표한 '2026년 국내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K-뷰티 산업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K-뷰티가 비중국 시장 중심으로 수출 구조가 다변화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닭볶음면으로 대표되는 삼양식품은 올해 처음으로 시가총액 10조원을 넘기며 식품 업계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더팩트DB
불닭볶음면으로 대표되는 삼양식품은 올해 처음으로 시가총액 10조원을 넘기며 식품 업계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더팩트DB

◆ 삼양, 불닭 브랜드로 시총 10조 달성…농심, K-콘텐츠와 협업으로 확장 가능성 보여

K‑푸드 역시 뷰티와 마찬가지로 문화와 콘텐츠를 접목해 한층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해였다.

불닭볶음면으로 대표되는 삼양식품은 올해 처음으로 시가총액 10조원을 넘기며 식품 업계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6월말 기준 10조490억 원 수준으로, 전통 대형 기업과 비슷한 순위로 올라섰다.

삼양식품 해외 매출의 80% 이상이 불닭브랜드에서 발생한다. 단일 제품군과 브랜드 파워만으로 시장 가치가 이 수준에 도달했다는 사실 자체가 K‑푸드가 글로벌 투자와 소비 시장에서 기존 틀을 흔들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해외 인기를 앞세워 삼양식품은 3분기 누적 매출 1조7141억원, 영업이익 3850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으로 올해 연 매출은 2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불닭 브랜드 인기 비결로는 글로벌 소비자들이 직접 올리는 SNS 콘텐츠와 다양한 확장 제품이 꼽힌다. SNS에서 매운맛 챌린지가 인기 콘텐츠로 소비되면서 이 도전이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하바네로' '야끼소바' '마라' 등 현지화 전략을 편 유연한 사고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농심은 지난 8월 식품업계 최초로 넷플릭스와 협업을 통해 신라면 등의 패키지에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캐릭터 디자인을 적용했다. 단순 식품 패키지를 넘어 K컬처를 선도하는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다. /농심
농심은 지난 8월 식품업계 최초로 넷플릭스와 협업을 통해 신라면 등의 패키지에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캐릭터 디자인을 적용했다. 단순 식품 패키지를 넘어 K컬처를 선도하는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다. /농심

농심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과의 협업으로 즉각적 반응과 향후 확장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줬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른바 케데헌 콜라보 제품 6000개는 자사몰에서 판매 개시 1분 40초 만에 완판됐다.

국내외 팬덤과 콘텐츠 효과를 매출로 연결하는 이런 사례는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장기적인 글로벌 전략의 전초전으로 해석된다. 해외 판매 확대, 주가 반등 기대 등 향후 모멘텀을 강조하며, 협업 효과가 앞으로 실적에 본격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를 중심으로 K‑푸드의 문화적 확산을 적극 추진 중이다. 올해 KCON LA에서 비비고 부스는 약 3만명분의 K‑푸드를 제공했다. 이 자리에 현지 1020 세대가 몰려드는 등 K‑푸드 열풍을 느낄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또 물리적 제휴와 현지화 전략까지 병행해 미국, 유럽 등에서의 판매 확대, 대형 유통 채널 입점 등 중장기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인도·아프리카 등 40개국에 식물성 만두 등 비건 라인업을 수출하며 글로벌 소비 트렌드에 대응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 K‑뷰티와 K‑푸드 '수출 호황' 이제 시작

이 같은 흐름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K‑뷰티와 K‑푸드는 이제 수출 규모, 브랜드 가치, 문화적 영향력 등 다양한 지표에서 기존 선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앞서려 한다. 온라인 판매만으로 끝나지 않고, 현지 대형 유통사 입점, 콘텐츠 협업, 현지화 제품 개발 등으로 글로벌 스탠다드를 새롭게 써 나가고 있다.

이 흐름이 내년에도 얼마나 뚜렷한 기록으로 이어질지 시장은 벌써부터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반복 가능한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올해 성과는 앞으로 이어질 장기전의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

ccb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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