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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중심 평가 '그늘'…카드사 가맹점주 정보 유출 논란 확산
해킹 없이 내부 직원이 정보 오남용…감독 강화 불가피
성과 중심 인사·보상 체계 개선 목소리↑…카드업계 긴장


카드사 정보 유출 사태가 또다시 발생하면서 내부통제에 이슈가 도마위에 올랐다. /신한카드
카드사 정보 유출 사태가 또다시 발생하면서 내부통제에 이슈가 도마위에 올랐다. /신한카드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금융당국이 내부 통제와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는 가운데 신용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또다시 발생하면서 내부통제에 이슈가 도마위에 올랐다. 일선 영업점의 일탈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성과우선주의'에 치중된 조직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카드는 내부 직원의 신규 카드 모집 과정에서 가맹점 대표자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19만여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했다. 아직까지 해킹 등 외부 침입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카드·계좌번호 등 민감한 신용정보 유출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카드 해킹 사태 여파가 가라앉는 가운데 이번 사고가 발생하면서 카드업계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더욱 따갑다. 카드사 전반의 내부통제와 개인정보 관리 체계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사태가 해킹 등 외부 침입이 전혀 없이 영업을 위해 정보를 오남용한 만큼 사태수습 과정에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문제는 롯데카드 해킹 여파를 제외하더라로 올해만 유사한 사례가 두 번째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앞서 개보위는 지난 1분기 우리카드로부터 가맹점주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신규 카드 마케팅에 활용한 사실을 접수 받았다. 우리카드 영업센터 직원들은 지난 2022년부터 가맹점주 최소 20만여명의 성명·주민번호·연락처 등을 조회해 카드 모집인에게 전달했다. 그중 7만여명은 마케팅 활용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도 조사됐으며 개보위는 우리카드에 과징금 130억원을 부과했다.

카드업계는 이번 사태가 영업점의 일탈행위라고 입을 모은다. 손쉬운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정보를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입자의 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DB)의 경우 수십만건을 대량으로 다운로드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장기간, 수기로 편취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버보안 보강 등 기술적인 방법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에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뿐 아니라 금융권이 정보보안에 민감한 시기인 만큼 신한카드 정보 유출 사태 수습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라며 "영업점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과욕을 부린 것은 맞지만 시스템 보안을 강화하는 방식의 내부통제 방안의 한계도 드러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기조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사고의 상당수가 내부통제 미흡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시각에서다. 특히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월 여신전문금융회사 최고경영인(CEO)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내부통제와 소비자 정보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강조했다. 사고 발생 시 실무자뿐 아니라 경영진의 책임까지 묻는 방향으로 감독 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 당국 행보 주목…'성과주의' 개선 목소리도

당시 이 원장은 "카드업권의 경우 전국민의 정보를 다루는 점에서 정보보호에 깊은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라며 "한 번의 사고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직접 사이버 보안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하는 등 정보보호의무를 철저히 준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한카드에 내려질 과징금 수위 또한 관심사다. 개보위는 조사 결과에 따라 개인정보보호법 64조에 근거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해당 법령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전체 매출액의 100분의 3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022~2024년 신한카드의 영업수익 평균 잔액은 5조4799억원이다. 최대 1644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셈이다.

개보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조사 중에 있는 사안이며 결과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라며 "통상 과징금의 최대치를 산정할 때는 최근 3년 매출액의 평균을 살펴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영업 성과를 우선순위에 두는 조직문화를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과금뿐 아니라 인사, 승진 등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내부통제에 관한 지표를 강화해야한다는 진단이다.

카드업계만 살펴보더라도 '영업통' 출신이 요직에 앉는 사례가 대거 포진했다. 박창훈 신한카드사장의 경우 영업추친팀과 페이먼트 조직에 몸담은 이력을 바탕으로 조직 내부적으론 '현장형 영업통'으로 분류된다. 아울러 최근 대표직에 오른 조창현 현대카드 CEO 또한 영업에 능통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금융권의 대표적인 영업통 이호성 하나은행장이다. 과거 하나카드 재직 시절에는 '여행=트래블로그' 공식 수립에 성공하면서 영업분야에서 정평이 난 바 있다. 아울러 이 행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성영수 하나카드 대표 또한 하나은행에서 경기영업본부장, 기업그룹장 등을 거치면서 영업력을 키운 인물로 분류된다. 현재 카드업계 업황이 악화 흐름인 만큼 영업통 대표의 역할은 불가피하지만, 내부통제를 위한 중장기적인 체질개선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통제를 형식적인 규정 준수 차원이 아닌 실질적인 평가 요소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인사평가에 영업성과만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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