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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자문' 민유성 2심 집유…'네 탓 공방' 벌인 신동주 다 잃었다
변호사법 위반 2심서 징역 2년 집유 4년…추징금도 대폭 줄어
신동주 전 부회장만 치명상…재판 과정서 '프로젝트L' 민낯 드러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변호사 자격 없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을 불법 자문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더팩트 DB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변호사 자격 없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을 불법 자문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손을 잡고 '롯데 흔들기'에 나섰던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나무코프 회장)이 변호사법 위반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로 감형받았다. 추징금 또한 기존 198억원에서 3억9000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결과적으로 민 전 행장과 '네 탓 공방'을 벌이며 '프로젝트L'과 관련해 뭇매를 맞았던 신 전 부회장만 치명상을 입은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2부(최해일·최진숙·차승환 부장판사)는 19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은 민 전 행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3억9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징역 3년, 198억원 추징)과 비교하면 형량과 추징금이 크게 줄었다.

앞서 민 전 행장은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해 롯데그룹에서 밀려난 신 전 부회장과 '프로젝트L'이라는 이름의 자문 계약을 체결해 2015년부터 2017년 8월까지 각종 소송 업무 총괄, 증거 자료 수집, 의견서 제출, 대리인·참고인 진술 기획 등을 맡았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이 일방적으로 자문 계약을 해지하자 100억원대 용역비 청구 소송을 벌여 일부 승소(76억원)했으나, 갑자기 신 전 부회장이 "민 전 행장이 변호사 자격 없이 법률 자문을 했다"며 변호사법 위반 문제를 제기해 발목을 잡힌 상태였다.

이날 재판부는 자문 계약 자체가 포괄적 법률 사무를 위한 것이라는 검찰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민 전 행장이 롯데그룹을 둘러싼 각종 민형사 사건과 관련해 직접 계획을 수립했다고도 보지 않았다. 다만 신 전 부회장의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의견서를 작성, 제출하거나 피고인 대리인·참고인으로 참여하는 등 신 전 부회장 사건을 대리한 점은 유죄로 판단했다. 추징금은 변호사 선임, 회계 자문 비용 등만 포함됐고, 언론 대응 등 법률 사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비용은 추징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민 전 행장이 비판의 목소리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만은 아니다. 국책은행장 출신임에도 민간 기업 경영권 분쟁에 '책사'로 관여했다는 사실은 지울 수 없다. 이날 재판에서도 경영 자문 부분은 사실로 판단됐다.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한 행위도 인정됐다. 이러한 행위가 변호사법을 위반하는 법률 사무가 아니었을 뿐이다.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지난 2022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더팩트 DB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지난 2022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더팩트 DB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을 통해 신 전 부회장이 씻을 수 없는 데미지를 받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 전 행장과의 법적 다툼에서 사실상 패배한 데다, 재판 과정에서 경영권 회복을 위해 물밑에서 벌인 일들이 낱낱이 공개됐다. 먼저 자문 사실을 감추기 위해 '민 전 행장과 20년 지기 오랜 친구'라고 밝혔으나 재판 과정에서 오직 금전으로만 얽힌 '가짜 친구'임이 드러났고, 장기간 이어진 '네 탓 공방'으로 인해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던 '프로젝트L'의 실체가 더욱 뚜렷해졌다.

신 전 부회장이 민 전 행장과 2015년 9월 체결한 '프로젝트L'은 △롯데면세점 특허 취득 방해 △호텔롯데 상장 무산 △롯데그룹 수사 유도 △국적 논란 조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나아가 '프로젝트L'은 자문 계약의 명칭이기도 하지만, 신 전 부회장 자신이 경영권 회복을 위해 그룹과 회사에 소속된 직원들을 공격한 사건을 통칭하기도 한다.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신 전 부회장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경영 복귀를 위한 롯데홀딩스 주총 표 대결에서 '11전 11패'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상 재기 불능 상태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 흔들기'를 위해 사람을 매수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물론 이는 민 전 행장의 주장이다. 앞서 민 전 행장은 법정에서 "신 전 부회장이 일본 컨설팅사를 고용해 '킹크로스 프로젝트'('프로젝트L'과 유사)를 총괄했고, 일본 유명 탐정업체까지 고용해 한국 경영진 뒷조사까지 시키는 등 내밀한 일까지 주도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프로젝트L'은 그간 신 전 부회장이 언급했던 '효심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당시 언론에 자신이 부친 신격호 창업주를 직접 간호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알리며 효심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는 외부인(민 전 행장)과 손을 잡고 신 창업주가 일군 그룹을 위태롭게 만든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다. 신 전 부회장은 2022년 11월 이후 사실상 신 창업주 선영 방문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민 전 행장은 선고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선고 직후 변호인과 밝게 인사를 나누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검찰의 상고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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