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TF 출범 등 대응…“현실과 괴리, 어려움 많아”

[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서부발전이 빠지면 태안은 망합니다."
충청남도 태안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손 모씨(35)는 지난 19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태안 관광도 옛말이 됐다"며 "모두가 해외로 놀러 가는데 (발전사 통폐합으로) 기존에 있던 서부발전 인력마저 빠지면 그나마 유지되던 상권이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 발전 5사(중부·서부·남동·남부·동서)가 나뉘어 있는 구조에 의문을 표하면서 지역사회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의 문제 제기가 향후 구조조정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정부가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를 추진하는 만큼, 발전사 통폐합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후부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한 뒤 전문용역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발전사 구조조정 여부를 내년 하반기 또는 2027년 초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발전사가 통합될 경우 중복 투자가 줄고 행정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이는 국가 차원의 효율성 논의에 가깝고, 공공발전사 통폐합이 현실화할 경우 지역경제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사 위치에 따라 피해 지역이 달라지겠지만, 인구소멸 위험 지역인 태안(서부발전)과 보령(중부발전)은 조정 여부에 따라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서부발전 본사가 위치한 태안의 숙박 및 음식점업 수는 올해 기준 2746곳에 달한다. 관련 종사자 수는 5250명으로, 태안군 전체 인구 5만9516명을 고려하면 약 9%가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여 있는 셈이다.
아울러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경제적 충격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 커진다.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현 산업통상부)의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한 폐지 석탄발전소 활용방안 연구’ 용역에 따르면 태안화력 1~6호기 폐지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11조900억원, 정주 인구는 약 3000명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태안화력발전소 1~6호기는 올해부터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될 예정으로, 여기에 발전사 통합까지 이뤄지면 지역경제 충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태안군은 △태안 해상풍력 발전단지 집적화 단지 조성 지원 △태안화력 7·8호기의 무탄소 발전소(수소 전소 등) 전환을 통한 태안 존치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 지원 특별법의 연내 제정 등을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태안군 관계자는 "서부발전을 제외하면 지역에 남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라며 "발전사가 통합되면 군민 전체가 영향을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보령시도 2020년 12월 보령 1·2호기가 폐지된 후 인구 10만명이 처음으로 무너져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보령의 숙박 및 음식점업 사업체 수는 2788곳, 종사자는 577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인구의 약 6.3% 수준이다.
여기에 중부발전과 연관된 협력업체까지 고려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보령시는 발전소 폐지와 통폐합 등으로 소상공인 약 1만3000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령시 관계자는 "발전소 주변 5㎞ 이내가 직접적인 영향권으로 볼 수 있지만, 사실상 보령시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고 봐야 한다"며 "지원은 부족하고 직무 교육도 현실과 눈높이가 맞지 않아 여러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보령시는 에너지 주요 현안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이달 말 인사를 마무리한 뒤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발전사 관계자는 "통폐합 논의가 아직 구체화한 단계는 아니어서 내부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사안은 아니다"며 "다만 본사를 새로 설립하든 일부 통합하든, 현재 발전사들이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지역경제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danjung63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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