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직후 이뤄진 최대주주 교체…주주 보호는 '모르쇠'

[더팩트|윤정원 기자] 인공지능(AI) 테크기업 크라우드웍스가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현금을 확충한 지 약 7개월 만에 최대주주 변경을 예고했다. 지난해 '책임경영' 명분으로 추진했던 제3자배정 유상증자마저 납입 지연이 반복되며 주주 불만이 쌓였던 만큼, 자금조달과 지배구조 변화가 맞물린 이번 거래를 두고 '먹튀' 책임론까지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 82억으로 300억대 현금 지배 논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7일 크라우드웍스는 최대주주인 박민우 이사회 의장이 엑스알피1호 조합 외 2인과 경영권 변경을 수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구주 매각과 유상증자를 함께 엮은 구조다. 박민우 의장은 보유 지분 가운데 보호예수가 걸리지 않은 물량을 매각하고, 인수 주체는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최대주주 지위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 딜의 핵심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구주 매수보다 상장사 현금과 증자 자금의 결합에 더 무게가 실린다는 점이다. 인수 주체가 구주를 사들이는 자금은 82억원 수준인 반면, 유상증자(50억원씩 2회 납입)와 회사가 보유한 현금을 합치면 인수 이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현금성 재원이 300억원을 웃돈다. 시장에서 "사업 인수라기보다 상장사 현금과 지배력을 확보하는 거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박 의장이 보유한 주식 중 상당수는 상장 당시 설정된 보호예수(3년)로 묶여 있어 당장 처분이 어렵다. 박 의장이 보유 주식 179만2523주 가운데 139만3800주는 내년 8월까지 보호예수로 잠겨 있고, 지난해·올해 유상증자 참여로 확보한 39만8723주는 처분이 가능해 해당 물량을 매각 대상으로 삼는다고 전했다. 회사 측은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진행되는 유상증자는 재무적 안정성과 사업 확장을 동시에 고려한 결정"이며 "조달 자금은 AI 사업 고도화와 기업 인수, 신규 사업 발굴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유증 발표 다음날 주가 29.74% '뚝'
소액주주들이 최대주주 변경에 예민한 까닭은 올해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이뤄진 영향이 크다. 크라우드웍스는 2025년 5월 21일 보통주 429만5262주 발행을 골자로 하는 유상증자(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결정했고, 조달 자금은 연구개발(R&D)과 영업·마케팅 등에 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증자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유증 결의가 알려진 당일 종가 1만1600원이던 주가는 다음 거래일(5월 22일) 8150원으로 하루 만에 29.74%나 고꾸라졌다. 성장 투자 명분과 별개로, 단기적으로는 가치 희석 우려가 주가에 즉각 반영된 셈이다.
이후 유상증자 조건도 주가에 따라 흔들렸다. 발행가 확정일(8월 4일) 전후 주가 급락이 증자 규모 축소로 이어졌고, 당초 344억원이던 증자 규모는 최종적으로는 234억원으로 확정됐다. 다만 자금 조달 자체는 성사됐다. 크라우드웍스는 8월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약 429만주를 1주당 5450원에 발행해 234억원을 조달했고, 구주주 청약률 89.2%, 실권주 일반공모 경쟁률 128.91대 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곳간을 채운 점이 오히려 최대주주 변경을 용이하게끔 하는 매력으로 작용했다. 앞서 최대주주가 상장 1년이 채 되기 전에 기존 최대주주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석연치 않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회사 곳간을 채운 직후 매각이 추진됐다는 점에서, 유증 당시 이미 최대주주 차원의 엑시트 구상이 공유됐는지를 두고 정보 비대칭 논란도 제기된다. 유증 참여 주주들은 장기 성장을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최대주주의 엑시트에 앞서 위험을 부담한 구조가 됐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쟁점은 유상증자 자체가 아니라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가 부담한 희석과 자금 투입이 곧바로 지배구조 변화와 결합될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다. 주주에게 어떤 정보가 제공됐고 보호 장치가 이뤄졌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 유증 납입 5번 연기…주주 불만 키운 전례
더욱이 소액주주들이 "이번만의 문제냐"라고 묻는 배경에는 2024년 유상증자 때의 기억이 깔려 있다. 크라우드웍스는 2024년 8월 운영자금과 타법인 증권 취득 등을 위해 3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최대주주 박민우 의장과 김우승 대표 등 경영진이 참여한 점이 강조되면서, 당시에는 증자를 두고 ‘책임경영’ 성격이 부각됐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곧 달라졌다. 납입일이 계속 미뤄진 탓이다. 해당 유상증자는 당초 8월 26일 납입 예정이었지만 정정 공시를 거듭하며 8월 28일, 9월 9일, 9월 30일, 10월 22일로 연기됐고, 10월 말로 미뤄지며 총 다섯 차례나 일정이 순연됐다. 당시 회사는 "최대주주·경영진이 아니라 외부 투자 주체의 자금 사정"을 이유로 들었다.
주가도 그 과정에서 힘을 잃었다. 2024년 8월 초 1만5000원대를 호가하던 주가는 납입 지연이 이어지는 동안 지속해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10월 말에는 1만원대도 위태로운 지경이 됐다. 지난해 10월 29일 장중에는 9770원까지 고꾸라지며, 신주 발행가(1만1890원)도 밑돌았다.
소액주주들은 노발대발하고 있다. 신주발행은 10%할인해서 4560원에 발행하고, 대주주 구주는 주당 2만원 넘게 사주는 게 정당한 것인가. 고작 13%인가밖에 없는 주식 갖고 본인만 '먹튀'하고 있다", "주주 돈 다 빨아서 본인 지분가치 올릴려고 한 거네. 대단한 '먹튀'" 등의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제3자배정 유증에서 납입 지연이 반복돼 신뢰가 흔들렸던 경험까지 더해지면서, 크라우드웍스를 둘러싼 주주 보호 논란은 당분간 잦아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크라우드웍스 관계자는 먹튀 논란에 대해 "당사자가 아니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만 답변했다.
한편, 크라우드웍스는 2023년 8월 스팩 합병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스팩 합병 상장인 만큼 통상적인 공모가 대신 상장 기준가(합병 기준가)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 크라우드웍스는 상장 첫날 기준가 3만6300원에서 상한가인 4만7150원으로 마감했다. 상장 닷새째에는 8만4900원까지도 치솟았다. 다만 이후 주가는 하향 곡선을 그렸고, 전날인 12월 18일 기준 종가는 4030원을 기록했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