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연경 주식 거래 일반적이지 않아…간접 증거로 입증"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LG가(家)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측 변호인은 지난 1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김상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5차 공판에서 "무리하게 수사, 기소했다"며 실형을 구형한 검찰을 향해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수상한 주식 거래로 인해 법정에 선 피고인 측이 이처럼 작심한 듯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공개 중요 정보를 전달받았다는 '직접 증거'의 부재가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구연경 대표에게 호재성 미공개 중요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그와 가장 가까운 관계인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로, 해당 사건은 의심 정황이 있지만 증거 포착이 어려운 '부부간 미공개 정보 이용'에 대해 사법적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 '부부'간 이뤄진 미공개 정보 전달…법원 판단은
19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자본시장·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구연경·윤관 부부에 대한 변론 절차가 5차 공판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내년 2월 10일 선고 재판만 남겨놓은 상태다. 이에 앞서 검찰은 구연경 대표에게 징역 1년과 벌금 2000만원, 추징금 1억566만원(미실현 이익)을, 윤관 대표에게 징역 2년과 벌금 5000만원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주가 조작·미공개 정보 거래에 대해 엄벌을 강조함에 따라, '본보기'로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한 양형 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최근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구형이 다소 가볍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고민이 엿보이는 구형량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윤관 대표가 미공개 중요 정보를 구연경 대표에게 어떻게 전달했는지 뚜렷하게 보여주는 '결정적 한 방'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서 미공개 중요 정보는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 메지온에 대한 BRV의 500억원 투자 소식'이다.
5차 공판에서 구연경·윤관 부부 측 변호인이 '먼지털이식 수사·기소'라는 표현을 쓰며 검찰을 몰아붙일 수 있었던 것도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서다. 실제로 변호인들은 재판 내내 "직접적인 증거가 단 하나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애당초 '결정적 한 방'이 존재할 수 없는 사건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구연경 대표와 윤관 대표가 '부부'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부부간 미공개 중요 정보 전달·이용'에 대해 사법적 기준점을 만드는 하나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

◆ 제로쿠에게 처음 듣고, 6개월 후 메지온 주식 매입?
'결정적 한 방'이 없더라도 수상히 여길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구연경 대표는 법정에서 직접 "2022년 10월 제로(쿠) 삼촌에게 메지온 이야기를 처음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메지온에 대해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다가 6개월이 지난 2023년 4월 12일 신약 개발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메지온 주식 3만5990주(6억4992만원 상당)를 매수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전까지 LG 재경팀으로부터 자산을 관리받았던 '주식 초보' 구연경 대표가 단 한 차례 메지온 관련 정보를 듣고, 6개월이 지난 시점에 갑자기 거액을 투입했을 리 없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제로쿠는 2022년 10월 이후 구연경 대표에게 메지온 관련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제로쿠는 윤관 대표의 부친과 의형제 관계라고 알려진 의문의 인물로, 윤관 대표와 메지온 측을 연결한 브로커이기도 하다. 검찰은 두 사람이 제로쿠를 통해 메지온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게 맞더라도, 주식 매수 직전엔 부부끼리 미공개 중요 정보를 공유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관 대표는 제로쿠의 소개로 메지온 측과 2022년 10월부터 투자 협의를 시작했으며, 2023년 4월 11일쯤 금액·이사 지명권 등 투자 조건을 구체화했고, 4월 17일 BRV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 '유상증자를 통한 500억원 조달'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바 있다.
◆ '주식 초보' 구연경 이례적 행보? "고가에도 매수해달라"
구연경 대표의 주식 투자 방식 또한 의구심을 낳는다. 구연경 대표는 메지온 외 다른 주식을 매수할 때 '주식 계좌로 돈 입금→증권사 직원에게 특정 종목 매수 희망 의사 전달→시가보다 싸게 매수' 등의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메지온 주식을 취득할 때는 '예수금 전부를 사용하라'고 언급한 뒤, 현재가(당시 1만7840원)보다 높은 가격인 2만원까지 고가 매수할 것을 지시한다. 검찰은 "구연경 대표는 메지온 주식을 취득할 때 두 번째 거래였다. 그만큼 주식 투자 경력이 짧다"며 "그럼에도 메지온 주식에 대해 '모두 사달라'라고 전화 주문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 기사 보면서 계속 관찰했다더니…구연경 "BRV 투자 사실은 몰랐어"
구연경 대표는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남편 회사(BRV)가 메지온에 500억원을 투자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의아한 대목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메지온에 대해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속해서 기사를 찾아보며 관찰한 회사"라고 밝혔는데, 정작 남편 회사가 메지온에 500억원을 투자한 사실은 지난해까지 몰랐다는 의미다. 언론 보도로 구연경 대표의 '수상한 주식 취득' 논란이 불거진 시점은 2024년 3월이다. 메지온에 대한 BRV의 500억원 투자가 공시돼 주가가 급등한 시점은 2023년 4월 19일 이후다.
이밖에 고려아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앤컴퍼니 등 구연경 대표와 윤관 대표의 BRV캐피탈·다올이앤씨가 투자한 종목이 유사성을 보이는 점도 검찰이 제시한 간접 증거다. 이에 대해 구연경·윤관 부부 측은 "단순한 우연"이라고 답했다.
◆ 검찰 "전형적인 내부자 거래…간접 증거로 혐의 입증 가능"
검찰은 "주식 투자 경험이 부족한 구연경 대표는 윤관 대표에게 전적으로 의존해 투자 종목을 선택했다. 메지온 주식을 사들인 것은 전형적인 내부자 거래 사건"이라며 간접 증거만으로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공개 중요 정보를 전달한 시점과 방식에 대해서는 "스페인·이탈리아 등지에서 가족여행(2023년 3월 23~31일)을 떠났고, 이후 귀국해 자택에 함께 머무르면서(2023년 4월 1~18일) 미공개 중요 정보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공개 중요 정보 전달과 관련한 직접 증거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부부'인 경우 대법원에서도 간접 증거를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연경·윤관 부부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들은 "메지온 주식 취득은 독자적인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메지온 투자·주식 취득 사실은 서로 몰랐다. 미공개 중요 정보가 얼마나 민감한 부분인지 잘 알고 있다. 이 미공개 정보를 배우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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