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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뒤늦은 사외이사 해임에 '시스템 부실' 논란…"CEO 선임 문제없다"
최대주주 계열사 겸직, 무자격으로 20개월 활동
신임 대표 선정 잡음 우려…KT "결의 효력은 유효"


KT가 지난해 4월부터 최대주주인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와 KT 사외이사를 겸직해 온 조승아 이사를 해임한 가운데 CEO 선임을 비롯한 겸직기간 중 의사결정에 잡음이 일고 있다. /더팩트 DB
KT가 지난해 4월부터 최대주주인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와 KT 사외이사를 겸직해 온 조승아 이사를 해임한 가운데 CEO 선임을 비롯한 겸직기간 중 의사결정에 잡음이 일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우지수 기자] KT 차기 CEO(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사외이사가 결격 사유로 뒤늦게 해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회사 측은 단순 행정 착오라는 입장이지만, 사외이사 관리 시스템 부실이 지적되면서 공정성을 둘러싼 잡음이 일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는 조승아 사외이사가 상법상 결격 사유 발생으로 이사직을 상실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상법 제542조의8 제2항에 따른 조치다. 해당 조항은 상장회사의 사외이사가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계열사 임원 등)이 될 경우 그 직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이사는 지난 2023년 6월 KT 사외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지난해 3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 사외이사직을 겸하게 됐다. 겸직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기존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3월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어 지난해 4월부로 현대차그룹이 KT 최대주주 지위에 오르면서, 현대제철 사외이사인 조 이사는 법적으로 더 이상 KT 사외이사를 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문제는 KT 이사회가 이 같은 사실을 1년 8개월 가까이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굴지의 IT 기업인 KT와 글로벌 기업인 현대차그룹 모두 '시스템 부재'를 드러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회사가 중대한 지배구조 변화 시점에 중요한 법적 결격 사유인 계열사 임원 겸직 여부를 걸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KT와 현대차처럼 전산 시스템 고도화를 자랑하는 대기업에서 겸직 여부를 알리는 간단한 시스템조차 갖추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문제도 아닌데 여전히 주먹구구식으로 이사회를 운영해 온 것은 한심한 관리 실태"라고 꼬집었다.

KT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강조하면서 이사회의 독립성, 사외이사 선임절차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사외이사 해임 사태로 관리 체계 정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KT 홈페이지 갈무리
KT는 투명한 지배구조를 강조하면서 이사회의 독립성, 사외이사 선임절차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사외이사 해임 사태로 관리 체계 정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KT 홈페이지 갈무리

무엇보다 견제를 받아야 할 최대주주 측 인사가 도리어 회사를 감시하는 감사위원을 맡는 모순된 상황이 장기간 방치됐다는 점도 비판을 받는다. 상법이 대주주 특수관계인의 사외이사 자격을 박탈하는 이유는 '셀프 감사'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KT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조 이사는 일반 사외이사(9500만원)보다 높은 보수(1억100만원)를 받으며 감사위원직을 수행해왔다.

양만식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최대주주 측 인사를 겸직하며 자리를 지킨 것은 사외이사 본연의 독립적 감시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비단 이번 사례뿐만 아니라 학연·지연에 얽매여 독립성을 상실한 전반적인 한국 사외이사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차기 CEO 선임 절차의 공정성에 흠집을 남겼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조 전 이사가 최종 후보자인 박윤영 전 사장을 결정하는 면접엔 불참했지만 30여 명의 지원자를 검증해 후보를 추리는 숏리스트 선정 과정에서는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조 이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만든 대진표가 절차적 정당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다.

KT 새노조 등 내부에서도 "심판 자격이 없는 사람이 예선 심사를 본 셈"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KT 측은 "법적 검토 결과 겸직시점 이후 개최된 이사회·위원회 의결 사항을 점검한 결과 결의 요건은 모두 충족된 것으로 확인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KT 관계자는 "내년 주주총회 사외이사 후보 심사 과정에서 뒤늦게 이슈를 확인했다"며 "기존 대주주의 지분 매각으로 사후적으로 발생한 일이라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16일 진행된 최종 후보 3인 면접에는 조 이사가 참여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철저한 법령 준수로 이사회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주주 신뢰를 지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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