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GLN, 필리핀 1000만 가맹점 QR망 연결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하나은행이 베트남·필리핀을 잇는 QR결제·모바일 결제망을 키우며 '글로벌 비이자'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예대마진 경쟁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수수료 중심 비이자이익과 동남아 리테일 사업을 동시에 키우려는 포석이다. 다만 러시아 법인 부진 등 해외 리스크가 여전해 이같은 투자가 언제, 얼마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8월 베트남 국영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과 '국가 간 QR결제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양국 간 QR결제 공동 개발에 나섰다. 이 협약으로 하나은행 모바일 앱 '하나원큐'와 BIDV의 QR 인프라를 연동해, 한국 관광객이 베트남 현지 가맹점에서 QR코드만 찍어 결제하는 서비스 도입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19년 하나은행이 BIDV 지분 15%를 취득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 뒤 이어온 전략적 협력을 모바일 결제 영역으로 확장하는 흐름이다.
베트남 현지에 이미 깔린 인프라도 눈에 띈다. 베트남 전역 약 2100개 BIDV 자동화기기(ATM)에서 하나원큐 앱의 QR코드를 활용해 카드 없이 현지 통화를 인출할 수 있는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고, 수만 개 BIDV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QR·카드 결제가 가능한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하나은행은 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계좌–베트남 ATM·가맹점'으로 이어지는 통합 결제·출금 채널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GLN은 올해 필리핀 간편결제 1위 사업자 GCash와 손잡고 필리핀 전역 1000만개 이상의 가맹점에서 QR결제가 가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했다. GLN은 하나은행이 글로벌 지급 결제 네트워크 사업을 위해 2021년 7월 분사해 설립한 핀테크 자회사다. 필리핀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통합 QR결제망(QR Ph)과 실시간 소액결제망(InstaPay)에 GLN을 연동해 쇼핑몰·프랜차이즈뿐 아니라 편의점·슈퍼·야시장 등까지 결제 범위를 넓힌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는 GLN 앱이나 제휴 국내 은행 앱에서 충전한 금액을 QR로 결제하고, 현지 가맹점은 별도 단말기 없이 QR 스티커만으로 결제를 받을 수 있다. GLN 네트워크는 대만·태국·싱가포르 등 주요 관광지와 일본·홍콩 등지에서도 QR결제 또는 ATM 출금이 가능해졌다.

◆ '예대마진 의존' 벗어나려는 하나금융
실적 흐름만 놓고 봐도 하나금융의 비이자 수익 다변화 필요성은 분명하다. 하나금융 3분기 실적 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조43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수료·외환·파생상품 등을 포함한 비이자이익은 2조259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2% 늘어 순이자이익보다 성장 속도가 빨랐다.
세부적으로 하나은행과 카드·증권·캐피탈·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 모두에서 수수료·외환·유가증권 관련 수익이 늘었고, GLN을 포함한 디지털 결제·송금 부문은 공시상 개별 수치가 공개되진 않지만 그룹 전체 비이자이익 성장에 기여하는 미래 먹거리로 분류된다. 하나금융이 최근 2030년까지 생산적·포용 금융에 100조원을 공급하는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수수료·플랫폼 기반 수익을 키우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해외 부문은 여전히 숙제가 남아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와 은행권 집계에 따르면 하나은행 11개 해외법인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891억1300만원으로 전년 동기(1203억8500만원)보다 25.9% 줄었다. 중국·인도네시아 법인은 각각 20~30%대 순익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러시아·캐나다·독일 법인에서 환율 변동과 외화자산 평가손실 영향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특히 러시아KEB하나은행은 전쟁 여파로 올 상반기에만 369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3분기 누적으로도 172억원 상당의 손실을 기록해 전체 해외 수익을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 '글로벌 비이자 실험', 성과로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하나은행의 베트남·필리핀 중심 QR전략을 두고 수수료 기반 비이자이익을 키우겠다는 방향은 맞지만, 단기적으로는 수익성보다는 네트워크 확대와 시장 선점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현지 결제 시장에서 카카오페이·토스·네이버페이 등 국내 간편결제뿐 아니라 알리페이·위챗페이·글로벌 카드사·빅테크 플랫폼까지 경쟁자가 즐비한 만큼, 당장 분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변수는 규제 환경이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외국환거래규정과 지급결제 인프라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은행·카드사·핀테크의 역할과 책임이 어떻게 재조정될지에 따라 하나은행의 글로벌 결제 전략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내년 디지털자산 2단계 법제화와 스테이블코인 규율 도입 등이 진행된다면 GLN과 같은 온·오프체인 결제망에 새로운 기회이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베트남·필리핀에서 QR결제와 리테일 네트워크를 키우는 건 국내 예대마진 둔화 이후를 염두에 둔 장기 포석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비이자라고 해서 리스크가 적은 건 아니기 때문에, 성장 속도보다 현지 규제·보안·수익성 관리가 더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동남아 결제 시장은 '선점 효과'가 큰 영역이라 지금 공격적으로 들어가는 전략 자체는 의미가 있다"며 "다만 그룹 전체 실적에서 어느 정도 비중까지 키울지, 손익분기점과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어떤 기준선을 가져갈지를 봐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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