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실형 구형…"간접 증거로도 입증 가능"

[더팩트ㅣ서울남부지법=이성락 기자]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의 '주식 부정 거래'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공개 중요 정보를 전달한 방식, 경위가 핵심적인 내용인데, 두 사람이 '부부'라는 점에서 직접 증거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17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김상연)는 전날(16일) 오후 자본시장·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윤관·구연경 부부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해당 공판에서 검찰은 윤관 대표에게 징역 2년과 벌금 5000만원, 구연경 대표에게 징역 1년과 벌금 2000만원, 추징금 1억여원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선고기일은 내년 2월 10일이다.
앞서 구연경 대표는 지난 2023년 4월 남편 윤관 대표로부터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 메지온에 유상증자를 통해 500억원을 조달한다'는 미공개 중요 정보를 듣고 메지온 주식 3만5990주(6억4992만원 상당)를 매수해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윤관 대표는 BRV의 최고투자책임자로서 알게 된 메지온 관련 미공개 중요 정보를 구연경 대표에게 제공해 부당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혐의다.
결심공판까지 중요 정보 제공 방식, 경위와 관련한 직접적인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에 두 사람이 '부부 관계'인 점을 재판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전망이다. 다른 사람이 증거를 쉽게 포착할 수 없는 '부부'라서 법망을 피할 수 있겠지만,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간접 증거만으로 실형 선고가 나올 가능성도 없진 않다.
이날 윤관·구연경 부부 측은 "직접 증거 없이 무리하게 기소한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윤관 대표의 메지온 투자와 구연경 대표의 메지온 주식 취득은 독자적인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직접적인 증거 없이 정황만으로도 주식 부정 거래에 대해 증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제시한 간접 증거는 BRV와 구연경 대표의 '투자 유사성'이다. 검찰에 따르면 구연경 대표는 2023년 3월 이후 메지온뿐만 아니라 고려아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앤컴퍼니 등의 주식을 취득했다. 수상한 점은 이 종목 모두 윤관 대표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하고 있는 BRV캐피탈과 다올이앤씨가 투자한 회사들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주식 투자 경험이 부족한 구연경 대표가 윤관 대표에게 전적으로 의존해 투자 종목을 선택했고, 메지온 주식을 사들인 것도 윤관 대표의 입김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간접 증거는 윤관 대표와 구연경 대표가 평소 투자 정보를 자연스럽게 공유해 왔다는 점이다. 검찰이 제시한 부부의 텔레그램 내용을 살펴보면, 구연경 대표 모친 김영식 여사의 고교·대학 동창인 '성화아주머니'가 고려아연 주식에 대해 질문을 하자, 구연경 대표는 이 내용을 윤관 대표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이후 윤관 대표가 고려아연에 대해 간략한 정보를 제공했고, 구연경 대표는 '알겠다'고 답한다.
나아가 검찰은 구연경 대표가 LG 직원들에게 투자 종목과 투자 시기를 추천한 사실 또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구연경 대표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식을 실수로 매수했다가 바로 다음 날 전량 매도했고, 추후 한국앤컴퍼니로 투자 종목을 변경했다. 구연경 대표 곁에서 함께 일한 한 직원도 구연경 대표의 추천으로 똑같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매수·매도했는데, 이는 구연경 대표가 투자 종목·시기를 추천할 때 개인의 판단이 아닌, 다른 이에게 제공받은 확실한 정보를 근거로 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구연경 대표의 메지온 주식 취득 하루 전인 2023년 4월 11일쯤 윤관 대표가 메지온 관련 중요 정보를 구두로 전달했을 것으로 의심한다. 해외에 자주 머무르는 윤관 대표는 사건 발생 당시인 2023년 4월 1일부터 18일까지 구연경 대표와 함께 국내에 머물렀고, 4월 11일 윤관 대표 모친 생일을 기념해 식사 자리를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윤관·구연경 부부는 검찰이 제시한 간접 증거에 대해 "단순한 우연"이라는 입장이다. 윤관 대표는 "구연경 대표가 메지온을 비롯해 어떠한 주식에 투자했는지 지금도 알고 있지 않다"고 밝혔고, 구연경 대표는 "남편의 회사가 어떤 회사에 얼마나 투자하는지 평소에도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특히 구연경 대표는 2022년 10월쯤 '제로 쿠'에게 메지온 관련 정보를 처음으로 들었고, 개인적으로 메지온을 지속 관찰해 6개월 후 주식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제로 쿠'는 윤관 대표의 부친과 의형제 관계라고 알려진 의문의 인물로, BRV의 500억원 투자 검토 전에 윤관 대표와 메지온 측을 연결한 브로커이기도 하다. 부부 모두 '제로 쿠'를 통해 메지온의 존재를 알게 됐고 추후 각각 큰돈을 투입했으나, 정작 부부는 '주식 부정 거래'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까지 수년간 서로 이 사실을 몰랐다는 뜻이다.
구연경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내부 정보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어 남편 투자에 관한 대화는 없었다"며 "만약 남편으로부터 어떠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오해받기 싫어 (메지온에)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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