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상태로 현금화할 자산 거의 없어…피해자만 5만명

[더팩트 | 손원태 기자] 큐텐그룹 자회사였던 인터파크커머스가 위메프에 이어 파산을 선고받았다. 1세대 이커머스 효시 격인 인터파크커머스는 피해자 5만여명의 정산 대금을 돌려주지 못한 채 무책임한 얼굴로 사라지게 됐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 3부(정준영 법원장)는 이날 오전 인터파크커머스의 파산을 최종 선고했다. 이는 인터파크커머스가 지난해 8월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1년 4개월 만이다. 이로써 채권자들은 내년 2월 20일까지 법원에 채권을 신고해야 한다.
인터파크커머스는 지난 1996년 6월 국내 최초의 이커머스인 인터파크를 전신으로 한다. 당시 국내에서는 인터넷 보급과 함께 전자상거래 서비스가 처음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후 큐텐그룹의 구영배 대표가 인터파크에 합류했고, 2000년대 들어 사내 벤처 형태로 자회사 구스닥을 선보였다. 구스닥은 구 대표 본인의 성을 본뜬 것으로, 입찰 방식의 경매형 플랫폼으로 구스닥을 성장시켰다. 인터파크는 지난 2003년 구스닥을 현재의 G마켓으로 명명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인터넷이 전국망을 갖추면서 전자상거래 시장은 급속도로 활성화됐다. 이때 인터파크는 옥션과 11번가 등 이커머스 후발주자들과 치열하게 경쟁을 펼쳐야 했고, 2008년 G마켓을 이베이코리아에 매각했다. 인터파크는 G마켓을 뺀 공연과 여행, 쇼핑 등의 사업에 주력했다. 이마저도 인터파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쿠팡과 컬리 등에 밀려 뒤처졌다.
인터파크는 지난 2016년부터 회사 매출이 역성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영업손실 111억원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이듬해 인터파크는 OTA(Online Travel Agency·온라인 여행사) 플랫폼인 야놀자로의 매각을 결정했다. 그러던 야놀자는 지난 2023년 인터파크의 여행·티켓 등만 남기고 도서·쇼핑 등의 사업 부문을 분리해 큐텐그룹에 넘겼다. 큐텐그룹은 인터파크 도서·쇼핑 부문을 인터파크커머스로 개편했고, 지난해 4월에는 AK몰을 인수해 인터파크커머스 자회사로 편입했다.
큐텐그룹을 이끌던 구영배 대표는 G마켓을 만든 장본인으로서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AK몰 등을 차례로 흡수했다. 다만 구 대표의 목표는 큐텐그룹 물류 자회사였던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려 했던 것으로, 그의 무모한 확장 시도는 물동량을 늘려 큐텐그룹을 부풀리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었다.
더구나 구 대표가 인수할 당시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AK몰 등은 모두 자본잠식 상태였다.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를 큐텐그룹의 지분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손에 넣었다. AK몰은 인수 비용으로 5억원만 들었다. 인터파크커머스에는 1500억원이 투입됐다. 나아가 구 대표는 미국의 쇼핑플랫폼 위시를 인수하기 위해 2300억원을 추가로 집행했다.

문제는 구 대표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큐텐그룹 이커머스 판매자들의 정산 대금에 손을 댔다는 점이다. 구 대표는 1조8000억원대의 정산 대금을 돌려 막기 하듯 필요한 상황마다 자금을 조달했다. 그 결과 판매자들의 미정산 대금이 쌓이기 시작했고, 카드사와 결제대행사(PG사)는 소비자들의 환불 처리를 중단했다. 이때부터 큐텐그룹의 '티메프(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미환불 사태가 촉발됐다.
현재까지 티메프 사태 피해자만 소비자와 판매자를 포함해 약 5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피해 금액만 약 1조5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인터파크커머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부채총액 1404억원, 자기자본 –42억원을 기록,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인터파크커머스는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지난해 8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법원은 같은 해 11월 인터파크커머스의 회생절차를 개시했고, 인터파크커머스는 인수 후보자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나도록 인수자는 등장하지 않았고, 인터파크커머스는 파산이라는 최악의 결말을 맞게 됐다.
이보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10일에도 큐텐그룹 자회사였던 위메프를 파산 선고했다. 큐텐그룹의 또 다른 자회사인 티몬은 새벽배송 업체인 오아시스에 인수됐으나, 카드사들이 티몬의 결제를 허용하지 않아 수개월째 개점휴업 상태다.
큐텐그룹 1세대 이커머스들이 논란을 뒤로한 채 파산에 이르면서 정산 대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위메프 역시 인터파크커머스처럼 자본잠식 상태로 파산을 선고받았다. 이에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 모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거의 없다. 인터파크커머스로부터 정산 대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는 5만여 명으로, 이들의 피해액은 55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인터파크커머스의 채권자 집회와 채권 조사는 내년 3월 17일 열린다. 채권자 집회에서는 영업 폐지·지속 여부 등에 대한 결의가 이뤄지고, 채권 조사에서는 채권자와 채권액 등을 파악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다만 파산 절차에서는 임직원 임금과 퇴직금, 조세 등 재단채권이 우선순위로 변제된다. 이에 소비자와 판매자의 상거래채권 변제까지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상거래채권은 파산채권으로 묶여 변제 후순위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파산관재인 김태연 변호사는 "소상공인의 상거래채권과 같은 파산채권은 변제받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커머스나 기업이 파산하면 그곳과 거래를 튼 소상공인들이 줄도산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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