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이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립 프로젝트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해당 프로젝트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방어 작업이라는 주장이다. 법원은 이 프로젝트가 고려아연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인지 따질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이 전날 이사회를 열고 해외 제련소 건설·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안건을 의결한 것에 대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낸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미국 전쟁부(국방부), 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대규모 제련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투자 규모는 약 10조원(66억달러)로, 운용자금과 금융비용까지 더하면 총 11조원(74억달러)다. 오는 2029년 제련소 완공을 목표로 한다.
미중 패권 경쟁 과정에서 중국은 핵심광물을 무기로 삼은 상태다. 미국 정부로서는 안티모니 등 희소금속을 생산하는 우방국 기업 고려아연과 손을 잡는 것은 자연스러운 셈이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핵심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딜"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부터 최 회장 측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영풍·MBK 연합은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기업 출자금을 모아 합작법인(JV)을 만들고, 합작법인이 고려아연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이 '이례적'이라는 주장이다.
지분율 우위를 점하고 있는 영풍·MBK 연합은 최 회장 측이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를 명분으로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입이라는 입장이다. 합작법인은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확보하게 된다.
경영권 분쟁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이후 영풍·MBK 연합의 최 회장 비판과 이에 대한 고려아연 반박 등 여론전으로 흘러간 상태였다. 최 회장 측은 호주 계열사를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어 지난 1월 임시주총과 3월 정기주총에서 영풍 측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다.
영풍·MBK는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것은 부당하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1·2심 모두 최 회장이 이겼다. 영풍·MBK는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지분율 우위를 바탕으로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이사회에 영풍·MBK 측 인사를 더 진입시키려는 구상이었다.
영풍·MBK는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통해 이번 프로젝트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가 알려진 직후 입장문에서 중대 안건인데도 사전 보고가 없었고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사회는 전날 이른 아침에 시작해 오후 3시쯤 끝났다.

상법은 필요한 경우에 한해 엄격한 요건 아래 제3자에게 신주가 배정되도록 규정한다. 다만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신주가 발행되면 무효라고 본다. 요건은 신기술 도입과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다.
법원은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와 관련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졌는지 따질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는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되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진행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고 주장할 전망이다.
경영권 분쟁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신주발행을 금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0년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한 것에 반발해 사모펀드 KCGI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기각된 사례가 있다.
당시 법원은 경영 효율성·기업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봐 제3자 배정방식 신주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면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 지배권 구도가 결정적으로 바뀌는지도 따졌다.
최 회장 측은 여러 명분을 갖고 있다. 핵심광물 공급망 참여 등 대외적 환경과 미국 정부와의 협력, 사업성 등을 내세우며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결정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영풍·MBK 연합은 법정에서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문제삼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영풍·MBK 연합은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가 '아연 주권'을 뺏기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풍·MBK 연합은 신주발행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시급히 막아야 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다고도 강조할 전망이다. 법원은 신주발행을 금지했을 때 발생할 상황과 금지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상황을 따질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 연합은 "유상증자는 주주 신주인수권을 침해하고 회사에 현저한 손해를 발생하는 위법 행위"라며 "법적 조치로 결정을 반드시 시정하고 고려아연이 최 회장 사유물이 아니라 주주·협력업체·국가 산업 전체가 신뢰할 기업으로 남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미국 내 통합제련소 건설을 계기로 항공우주,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을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며 "한미 경제안보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모범 사례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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