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신용유의자 급증…'묻지마 투자' 위험 경고등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MZ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지만, 안정적인 가치 투자보다는 '테마주' 등 고위험 종목에 쏠리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정보 접근성이 높은 모바일 환경에 익숙하고 빠르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세대들의 특성이 반영됐지만, 주식 시장 고질적인 문제인 '단타' 문화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Z 세대들의 주식 시장 유입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조사한 올해 신규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 중 30대 이하 비중은 59%에 달했으며, NH투자증권이나 키움증권 등에서도 2030 세대(20~30대) 고객이 신규 유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의 투심이 향하는 곳이다. 올해 글로벌 증시 호황에 따라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의미의 '영끌' 투자로 '빚투' 추세가 늘어나는 가운데, MZ 세대들의 투자 성향도 점차 고수익을 노리는 고위험 테마주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MZ 세대의 고위험 선호 성향은 구체적인 데이터로도 입증된다. 한 증권사의 세대별 투자 성향 분석에 따르면 주식 투자 시 20대는 성장성이 높은 테마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 반면, 50대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고수익 추구 성향도 드러난다. 지난해 10월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2030세대 투자자의 60%가 해외 주식 거래 경험이 있으며, 국내 주식 대신 미국 주식 투자 비율을 높이는 적극적인 투자 행태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글로벌 증시를 주도한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라 MZ 세대들도 엔비디아나 오라클, 팔란티어 등 AI 밸류체인 투자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실제 투자 실패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한국신용정보원에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20대는 6만6887명으로 3년 전보다 25% 급증했다. 또 서울회생법원이 지난달 발표한 올해 상반기 개인회생사건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파산 사건의 파탄 원인 중 '투자 실패' 비율이 전년도보다 소폭 증가했다. 무리한 빚투로 인한 신용불량 위기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투자 실패와 같은 경제적 압박은 생계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은 MZ 세대들의 개인의 삶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우울증 환자는 110만 명을 돌파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연령대별로는 20대 환자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제적 어려움과 투자 실패가 이들의 정신 건강에도 직간접적인 타격을 주는 것을 시사한다.
국내 주식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단기 투자 성향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장기적 기업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이라는 주식 시장 본연의 기능 약화로도 연결돼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요인으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금융당국 역시 이를 예의주시하고 분위기다. 한국거래소가 최근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의 거래량 급증에 따라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하면서도 투자자 반발과 투심 위축을 우려해 기존 제약과 달리 투자경고 종목 지정 요건을 개선하겠다고 검토한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동시에 이상 급등 종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불공정 거래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지만, 정보의 확산 속도가 워낙 빨라 사후 약방문이 되기 일쑤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주식 시장 유입 속도가 빠르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MZ 세대들의 투자 행태가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수는 있지만, 시장 교란 행위나 허위 정보에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속 가능한 시장 성장을 위한 방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투자자 스스로의 신중한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뇌동매매를 지양하고, 기업 가치에 기반한 투자를 지향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Z 세대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테마주에 자금이 비이성적으로 몰리는 것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며 "이는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는 동시에 위험 요인도 함께 키우는 양날의 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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