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련소 건립 약 10조원 투자…제3자 배정 유상증자 논의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미중 갈등에 따른 전략광물 공급망 확보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고려아연이 미국에 제련소를 건립한다. 미국 정부와 기업도 직접 투자하기로 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미국 제련소 건설을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고려아연과 미국 측이 합작법인(JV)을 만들고 제련소 건립에 약 10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중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전략광물과 관련해 미국 정부는 공급망 확보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최근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이스라엘 UAE(아랍에미리트), 호주 등 8개국이 참여하는 반도체·AI(인공지능) 공급망 협력 동맹을 맺었다.
'팍스 실리카'로 불리는 해당 동맹은 첨단 제조와 AI 인프라, 핵심 광물 등 분야에서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업계에서는 국제 정세와 맞물리면서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과 미국 측이 협력하게 된 것으로 본다.
외교부에 따르면 김진아 차관은 회의에서 에너지와 핵심광물, 첨단제조, AI 인프라, 운송·물류 등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걸쳐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 간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기업 우수한 역량을 바탕으로 공급망 안전에 이바지할 뜻을 밝혔다.
고려아연은 중국이 미중 갈등 무기로 삼는 희소금속 대체 기업으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6월부터 전략 광물인 안티모니를 미국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안티모니는 철갑 저격탄 제조용 합금과 반도체 제조업·군사 전자 장비 등에서 쓰이는 전략 광물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 8월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해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고려아연은 울산 온산제련소에 게르마늄 공장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10월 약 557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7년 12월까지 울산 온산제련소에 갈륨 회수 공정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갈륨은 반도체와 발광다이오드, 고속 집적회로 등 주요 산업에서 필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합작법인을 설립한 뒤 미국판 온산제련소를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제련소는 설계부터 운영까지 고려아연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미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에 이어 전략광물과 관련해 한국 기업과 미국 정부가 손을 잡는 구도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전략광물과 관련해 손을 잡은 것이 영풍·MBK 연합과 최 회장 측의 경영권 분쟁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영풍·MBK 연합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경영권 분쟁은 내년 3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여론전이 진행되는 상황이다. 대법원은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영풍 의결권을 제한한 고려아연 행보가 위법한지를 따지고 있다. 1·2심은 최 회장 측 손을 들어준 상태다.
영풍·MBK는 이날 "미국 정부가 프로젝트가 아닌 지분에 투자하는 것은 사업적 상식에 반하는 경영권 방어용 백기사 구조"라며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분을 미국 정부에 내어주는 것은 의결권을 확보해 최 회장 경영권을 방어해 줄 백기사를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이어 "투자된다는 미국 정부 투자금 진짜 정체를 밝혀야 한다. 울산 제련소 쌍둥이 공장을 미국에 짓게 되면 국내 제련산업 공동화는 물론 핵심 기술 유출 위험까지 초래하므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풍·MBK 측 이사들은 중대 안건에 사전 보고나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당일 현장에서 제한적으로 해당 사실을 접하게 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사회 기능을 무력화하는 심각한 절차적 훼손"이라고 덧붙였다.
bell@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