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넘겨받고, 학비 대신 내고…의문의 인물 속속 등장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LG가(家)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의 100억원대 세금 불복 소송에서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의문의 인물들이 속속 거론돼 관심이 쏠린다. 윤관 대표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은 'Vivian Koo(비비안 구)'에 이어 윤관 대표를 대신해 자녀 학비를 낸 'Stephen Kwan(스테판 관)'이라는 인물이 등장했는데, 윤관 대표가 '소득세법상 국내 거주자가 아니라 세금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려면 해당 관련자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고법 행정1-1부(윤승은 차문호 박형준 부장판사)는 12일 윤관 대표가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항소심 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앞서 세무당국은 윤관 대표가 2016~2020년 국내에서 벌어들인 배당 소득 221억원에 대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했다고 보고, 종합소득세 123억원을 청구했다. 이에 불복한 윤관 대표는 지난 2023년 3월부터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윤관 대표는 자신이 외국인(미국 시민권자)이며 국내 거주자도 아니라 세금을 낼 수 없다고 주장했고, 1심에서 완패했다.
◆ 자녀 학비 대신 보낸 '스테판 관' 누구?
해당 재판에서는 1심 당시 언급되지 않았던 인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1차 변론에서는 윤관 대표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은 '비비안 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비비안 구'는 윤관 대표가 이끄는 BRV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BRV케이만 지분 60% 넘겨받은 중요 인물이지만 윤관 대표, BRV와의 관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BRV케이만의 지분율은 윤관 대표 20%, 윤관 대표의 친누나 20%, '비비안 구' 60%다.
이날 재판에서는 '스테판 관'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재판부에 따르면 윤관 대표의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거나, 직접 은행 업무를 보기 어려울 때 대여 형식으로 국내에 돈을 송금한 인물이다. 구체적으로 '스테판 관'은 과거 윤관 대표의 자녀 학비를 지불했다. 특히 윤관 대표를 대신해 유명 연예인 아내 A 씨의 자녀 학비를 낸 인물과 동일인으로 파악된다. <더팩트>는 지난해 10월 자녀 학비·아파트 제공 등 '사적 지인' A 씨를 향한 윤관 대표의 경제적 지원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스테판 관' 역시 윤관 대표의 또 다른 명의 아느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윤관 대표는 과거 주주명부, 각종 신고서 등에 '윤최관', '윤관최' 등 여러 이름을 사용하며 신분을 숨겼다. 윤관 대표는 위조 서류로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하고 병역 의무를 면탈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 '비비안 구·스테판 관' 구체화될까?
세금 불복 소송에서 윤관 대표와 주변 관련자들의 관계를 구체화하는 것은 중요한 절차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스테판 관'의 경우 '윤관 대표와 아내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는 생계를 같이하지 않았다'는 윤관 대표 측 주장과 관련해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존재다.
앞서 윤관 대표 측은 "배우자(구연경)가 경제적으로 풍족해 윤관 대표에게 경제적으로 지원받지 않았고, 이는 생계를 같이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및 국내 자산의 유무 등 생활 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윤관 대표는 국내 거주자가 맞고, 세금도 내야 한다'는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윤관·구연경 부부를 경제적으로 분리하려는 시도다. 다만 재판부는 "재산이 많은 배우자가 있어 경제적으로 분리됐다고 이야기하는데, 정작 본인(윤관)의 유동성이 좋지 않을 때 남('스테판 관')에게 돈을 빌려서까지 왜 (자녀) 학비를 냈는지 의문이 생긴다"며 "입증할 수 있으면 입증해달라"고 밝혔다.
'비비안 구'는 해당 재판의 쟁점과 더욱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윤관 대표 측은 국조법상 특정외국법인 유보소득 배당간주 규정에 따라 과세하기 위해선 윤관 대표가 BRV케이만 지분 50% 이상 보유해야 하지만, '비비안 구'를 제외하고 자신과 누나 지분을 더하면 40%에 불과해 과세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세무당국은 '비비안 구' 지분 역시 실질적으로 윤관 대표가 지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는 "과반 주주인 '비비안 구'의 역할 등에 대해 밝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 윤관 대표 측 주장에 재판부 연신 '갸우뚱'
윤관 대표 측 변호인단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 먼저 윤관 대표 측은 명의신탁이 아닌, '비비안 구'가 BRV케이만 지분의 실질적 귀속자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코너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비비안 구', '스테판 관' 외에도 의문점을 해소해야 할 부분은 상당히 많다. 실제로 이날 재판부는 "(윤관 대표 측 주장을) 인정하기 어려워 뒷받침할 만한 게 더 있으면 좋겠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대표적으로 '과세 관할 구역'이 있다. 이날 윤관 대표 측은 "(강남세무서가) 관할 세무서가 아닌 것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瑕疵)"라고 설명했으나, 재판부는 "(윤관 대표의) 주민등록상 주소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업장 소재지(강남구 신사동 BRV코리아 사무실)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입장이긴 하다"고 답했다. 강남세무서 측도 "통상적으로 우리나라에 주소지가 있는 사람에 관해 다른 관할에서 (세금) 처분을 보냈다면 무효일 수 있겠으나, 주민등록이 말소된 윤관 대표의 경우에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거주자가 아니라면, 어느 나라에 거주하고 있는지도 소명해야 할 대목이다. 윤관 대표 측은 미국 거주자라고 반복 주장하고 있으나, 정작 과세 기간 동안 미국에서 부담한 세금액은 줄어드는 흐름이었다. 또 윤관 대표 측이 직접 작성한 출입국 자료가 재판부에 제출됐지만, 이 또한 현 단계에서 신뢰할 수 없고, 윤관 대표가 어디에서 거주하고 있는지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재판부는 "원고 측이 우리나라 거주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건 알겠다. 그런데 본인의 주된 거주지가 어디이고, 세금을 어디에서 내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여러 나라에 오갔다는 건 원고의 일방적인 내용이다.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음 기일은 내년 2월 27일 오후 2시 5분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간단치 않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윤관 대표 측은 다음 기일까지 (의문점에 대해) 답변을 해 주시고, 자료가 있다면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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