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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부추기나"…신한투자증권, 거꾸로 가는 증담대 금리
업계선 보기 드문 고액 기준 우대 구조 취해

신한투자증권이 예탁증권담보대출에서 고액에 금리 우대를 취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이 예탁증권담보대출에서 고액에 금리 우대를 취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더팩트|윤정원 기자] 신한투자증권이 예탁증권담보대출에서 대출 금액이 커질수록 금리를 낮추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레버리지 확대를 경계해온 상황에서, 고액 대출에 오히려 더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이 레버리지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 고액 대출일수록 낮아지는 신한의 '역진금리'

12일 신한투자증권 홈페이지에 공시된 예탁증권담보대출(대면 계좌 기준) 금리를 보면, 일반 고객 기준 5억원 이상 구간은 연 8.85%, 3000만원 미만은 연 9.75%다. 프리미어 등급으로 올라가면 5억원 이상은 연 7.55%, 3000만원 미만은 연 8.55%로 더 벌어진다. 같은 담보 형식이라도 소액 대출이 고액 대출보다 비싼, 전형적인 역진 금리다.

금리 산정 방식 자체는 업계 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한투자증권은 예탁증권담보대출 금리의 경우 양도성예금증서(CD·91일물) 직전 3개월 평균 금리에 리스크 프리미엄, 업무 원가, 목표 이익률 등을 더해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붙이는 과정에서, 대출 금액이 클수록 가산금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담보대출에서 대출 규모가 커질수록 손실 위험과 반대매매 시 시장 충격이 커지는 일반 원칙과는 반대 방향이다. 대출 금액이 증가할수록 금리가 낮아지는 구조는 일부 카드론·신용대출 등에서는 적용되지만, 담보가 존재하는 예탁증권담보융자에서는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공통적으로 시장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신용·담보대출 금리를 만들고, 이 가산금리를 정하는 기준으로 대출 기간, 종목 특성, 고객 등급, 영업 채널(대면·비대면)을 사용한다. 위험이 커질수록 금리를 높이는 방향이다. 담보비율과 종목군에 따라 대출 한도는 달라지지만, 대출 금액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낮은 금리를 주는 형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일반적으로 시장금리를 기준으로 산정되므로, 수익률 곡선의 형태가 대출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증가하여 금리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수익률 곡선이 보통 우상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대출 기간이 길수록 금리가 높게 형성된다"고 말했다.

◆ 타 증권사는 리스크 반영하는데…신한만 예외?

실제 미래에셋증권의 신용거래설명서를 보면 신용융자 이자율은 기간별로 연 5.9%에서 9.5%까지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체차 방식을 택하고 있다. 115일은 7.8%, 1660일은 8.6%, 61~90일은 9.2%, 90일 초과는 9.5%로, 대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리가 높아진다. 대출을 오래 끌고 갈수록 더 많은 금리를 내고, 단기 사용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다.

NH투자증권의 신용거래융자 안내도 비슷한 방향이다. NH투자증권은 신용융자 이자율을 기간 구간에 따라 차등 적용하고, 기본 상환 기간을 90일로 잡은 뒤 연장을 허용한다. 담보유지비율은 140%를 기준으로 관리한다. 기간이 길수록, 위험이 커질수록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게끔 한다.

키움증권 역시 기간을 핵심 잣대로 쓴다. 키움증권은 신용융자 이자율을 115일, 16~90일, 90일 초과 등으로 나눠 공지하고, 각 구간별로 서로 다른 이자율을 적용한다. 신용융자를 며칠 쓰느냐에 따라 적용 이자율이 달라질 뿐, 같은 기간 구간 안에서 대출 금액이 크다고 별도 우대 금리를 붙이진 않는다.

예탁증권담보대출에 가까운 상품 구조를 가진 KB증권도 마찬가지다. KB증권의 able Loan(증권담보대출) 안내를 보면, 고객이 고객등급형(단일 금리)과 기간형(체차 금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돼 있다. 기간형은 대출 기간에 따라 이자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고, 고객등급형은 VIP 등급 등에 따라 일정 폭 우대 금리를 주는 방식이다.

◆ 규제 기조와 충돌 가능성…레버리지 확대 우려도

담보대출의 리스크를 생각하면 이같은 차이는 작지 않다. 증권담보대출은 담보유지비율이 무너지면 강제 반대매매가 나오는데, 수억원 단위 고액 계좌가 한 번에 청산되는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소액 계좌 여러 개보다 크다. 특히 특정 종목이나 업종, 지수에 레버리지가 몰린 상황에서 고액 계좌의 동시 청산은 가격 급락과 변동성 확대를 키울 수 있다.

금융당국도 이런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신용거래융자·증권담보대출을 신용공여 총량 규제, 보증금률·담보비율 규제 등으로 관리하고 있다.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 이내로 묶고, 담보유지비율을 14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당국은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의 경우 투자자의 감내 범위 안에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금융위는 지난달 17일 발표한 '최근 신용대출·신용거래융자 동향 및 리스크 관리 현황' 자료에서도 "빚투의 경우 투자자 본인이 감내 가능한 범위에서 엄격한 리스크 관리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은 금융위원회의 일관되고 확고한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런 규제 환경과 다른 증권사들의 가격 구조를 감안하면, 신한투자증권의 금액 기준 역진형 금리는 고액 레버리지 고객에게 별도의 인센티브를 주는 신호로 읽힐 소지가 크다. 소액 투자자보다 큰손 고객이 더 낮은 이자를 내면서 더 큰 레버리지 포지션을 오래 유지할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담보대출은 금액이 커질수록 반대매매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커지는데, 고액 구간 금리를 낮추면 위험에 따른 가격 책정이 아니라 영업 인센티브가 앞선 구조로 비쳐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신한투자증권 측에서는 금리 산정 방식은 타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해당 금리 공시는 큰 가이드라인이다. 예탁증권담보대출 80% 이상은 협의금리를 쓰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는 수익이랑 자산 기준에 따라서 금리를 협의한다. 다른 증권사와 금리 산정 기준에서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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