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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패권 경쟁 한창인데…'한은 고집'에 제도 공백 장기화
미국·EU·일본, 스테이블코인 규제 정비 속도전
한국은행 '51%룰'에 정부안 지지부진


전 세계가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위해 규제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내는 한국은행의 강경한 입장과 금융위원회와의 충돌이 장기화되면서 입법 논의가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남용희 기자
전 세계가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위해 규제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내는 한국은행의 강경한 입장과 금융위원회와의 충돌이 장기화되면서 입법 논의가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전 세계가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위해 규제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내는 제도 공백 속에 발이 묶여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주요국이 스테이블코인을 금융 인프라에 편입하며 제도화를 사실상 마무리한 반면, 한국은 한국은행의 강경한 태도에 금융위원회와의 충돌이 장기화되면서 입법 논의가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까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하기로 했던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정부안을 결국 제출하지 못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일 당정 협의를 통해 제출 시한을 10일로 못박았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를 두고 금융위와 한은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일정이 미뤄진 것이다.

한은은 은행 지분이 51% 이상인 컨소시엄에만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위는 '51% 룰'은 과도한 제한이라며 비은행·핀테크까지 참여가 열려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안이 제때 나오지 않는 이유는 결국 한은이 너무 많은 권한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발행 주체부터 인가·감독권까지 한은 중심으로 설계하려다 보니 조율이 사실상 멈춰 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은은 지난달 27일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해 디페깅, 코인런, 소비자보호 공백 등 7가지 위험요인을 제시한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부정적인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에 대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은이 말하는 위험보다 더 큰 위험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부재해 글로벌 흐름에서 한국만 뒤처지는 상황 자체"라며 "결제 데이터가 해외에 집중되면서 인공지능(AI) 경쟁에서 한국이 뒤처질 위험, 글로벌 결제·정산 인프라가 해외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문제, 결국 우리 결제 시장이 '식민지화'될 수 있다는 점이 진정한 리스크"라고 반박했다.

미국은 지난 7월 '지니어스액트'(Genius Act)를 통과시키며 스테이블코인을 공식 금융 인프라에 편입했다. /AP·뉴시스
미국은 지난 7월 '지니어스액트'(Genius Act)를 통과시키며 스테이블코인을 공식 금융 인프라에 편입했다. /AP·뉴시스

국내와 달리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스테이블코인 입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 7월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를 통과시키며 스테이블코인을 공식 금융 인프라에 편입했다. 이는 달러 패권을 '디지털 달러 패권'으로 확장해 미래 금융 질서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EU도 'MiCA'(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를 시행하며 유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정비에 나섰고, 일본·싱가포르 등 주요 금융 허브 역시 관련 규제를 신속하게 마련하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는 "올해 미국은 금융과 가상자산을 분리하던 기존 정책 기조를 사실상 폐기하고, 두 영역을 통합하는 '정책적 하드포크'를 단행했다"며 "한은이 '스테이블코인 7대 리스크'를 내세워 주저하는 사이 글로벌 금융 인프라는 이미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급속한 성장세를 타고 있다. NH투자증권이 발표한 '2026년 디지털자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발행액은 300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아직 초기 단계로, 향후 대량 발행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며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2조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도 "미 재무부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2028년까지 약 2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씨티그룹 역시 2030년 기준 1조9000억~4조달러로 확대될 수 있다는 강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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