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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전문가 출신 쿠팡 새 대표, '법적 리스크 방어용' 의심 쏟아져
쿠팡 측 "모회사가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서"
일각선 "법리적 대응에 무게를 둔 인선"
국회 과방위, 17일 청문회 로저스 증인 채택


국내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에서 3370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박헌우 기자
국내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에서 3370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3300만 건이 넘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의 책임을 지고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후임으로 모회사 쿠팡Inc.의 최고관리책임자(CAO)이자 법무총괄(General Counsel)인 해롤드 로저스가 임시 대표로 선임됐다.

쿠팡 측은 유출사태에 대해 적극적인 수습을 위한 교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임시 대표가 '법률 전문가'라는 점을 두고 법적 리스크 방어를 위한 교체라는 의심도 품는다.

이번 인사가 적극적인 사태 수습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미국인 법률 전문가를 내세워 향후 불거질 법적 리스크를 대응하려는 것인지는 오는 17일 열릴 국회 청문회가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 로저스 쿠팡Inc. 법무총괄, 쿠팡 임시 대표로…"모회사가 사태 수습 적극 나서"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전날 "박대준 대표가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박 대표의 사임에 따라 쿠팡의 모회사인 미국법인 쿠팡Inc.는 해롤드 로저스를 쿠팡의 임시 대표로 선임했다. 로저스 신임 대표는 현직 쿠팡Inc. 최고관리책임자 겸 법무총괄이다. 그는 글로벌 기업과 대형 로펌을 거친 법률·준법경영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미국 브리검 영 대학교를 거쳐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고, 미국 대형 로펌 시들리 오스틴 파트너 변호사와 글로벌 통신기업 밀리콤의 최고 윤리준법책임자를 역임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과는 하버드 동문으로 2020년 1월 입사했다. 사내 2인자로서 김 의장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는 복심이라는 후문이다.

쿠팡 측은 "로저스 신임 대표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고객불안을 해소하고, 대내외적인 위기를 수습하는 한편 조직 안정화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선임은 "쿠팡의 모회사인 미국 쿠팡Inc.가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롤드 로저스 미국 쿠팡Inc. 최고관리책임자 겸 법무총괄. /쿠팡
해롤드 로저스 미국 쿠팡Inc. 최고관리책임자 겸 법무총괄. /쿠팡

◇ 사태 수습 시기에 법률 전문가를 대표로?…쏟아지는 곱지 않은 시선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인선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신임 대표가 '법률 전문가'여서, 사태 수습의 방점이 배상이 아닌 향후 불거질 법적 리스크 방어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여러 법무법인을 통해 쿠팡을 상대로 1인당 10만~5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회)과 참여연대·한국소비자연맹은 집단분쟁조정 신청에 나섰다. 이는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사건을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제도다. 소송 비용이 들지 않으며 결과가 이르면 3~4달 안에 나온다. 손해배상 소송은 길면 수년이 걸린다. 다만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미국에서도 쿠팡Inc.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이 추진 중이다. 미국 사법체계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있어 쿠팡의 과실이 인정되면 배상액은 실제 손해의 3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미국 현지로펌 SJKP와 집단소송에 나선 법무법인 대륜에 따르면 애초 원고 200명을 예상했는데 소송 추진 소식이 밝힌 뒤 하루 사이 1000명이 넘었으며, 지금도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쿠팡Inc.가 로저스 법무총괄을 쿠팡의 임시 대표로 선임한 시점에 대해 의아함을 표하는 지적도 있다

개인정보 유출 관련 소송을 대리하는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그동안 쿠팡은 사회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정치권·정부 로비를 통해 수습하는 방식을 써왔는데, 더 이상은 로비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맞딱뜨렸다는 의미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섣부르게 말하긴 어렵고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로저스 신임 대표의 배경을 봤을 때 시장에서는 법리적 대응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은 든다"고 전했다.

◇ 국회 과방위, 청문회 증인 채택…로저스 입 주목

결국 이번 인선의 진정성을 판단할 첫 가늠자는 오는 17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가 될 전망이다. 국회 과방위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로저스 신임 대표를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 청문회에서 로저스 신임 대표가 사과와 함께 사태 수습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지, 아니면 통역 등을 명분으로 질의를 지연시키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일지에 따라 김범석 의장의 이번 인선 의도가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ccb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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