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400% 근접…자산 처분해 재무 개선 속도

[더팩트 | 손원태 기자] 애경그룹이 모태이자 본업인 화장품과 백화점은 물론 항공과 석유화학 등 핵심 사업 모두 역성장을 나타내며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경그룹의 부채비율도 400%대로 근접하고 있어 재무구조마저 악화하는 모습이다.
12일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는 3분기 누계 매출이 연결 기준 2조8463억원으로, 전년 동 기간(3조4505억원) 대비 17.5% 감소했다. 수익성에서는 영업손실 1075억원, 당기순손실 1168억원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AK홀딩스는 상장사 3곳과 비상장사 21곳 총 24곳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상장사 3곳은 그룹 모태인 화장품 사업의 애경산업과 항공운송 사업의 제주항공, 석유화학 사업의 애경케미칼이 있다. 비상장사 중에서는 본업인 유통업(백화점)의 AK플라자가 핵심 자회사로 꼽힌다.
그러나 애경그룹은 올해 들어 핵심 사업들이 실적 부진을 겪는 등 역성장에 갇혔다. 애경산업 3분기 누계 매출은 4916억원으로, 전년 동 기간(5080억원) 대비 3.2% 감소했다. 이 기간 AK플라자는 3분기 누계 매출이 전년 2309억원에서 14.9% 준 1966억원에 그쳤다.
제주항공과 애경케미칼도 3분기 누계 매출이 각각 전년 대비 25.6%, 14.0% 감소한 1조1053억원, 1조103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대내외 경기 불황과 함께 지난해 12월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세계적 석유화학 업황 부진 등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애경그룹 재무구조도 핵심 자회사가 흔들리면서 함께 악화일로에 놓였다.
실제 애경그룹 차입금 현황은 △2024년 말 1조5238억원에서 △2025년 3분기 2조1484억원으로 올해 들어 급격하게 뛰었다. 순부채도 △2024년 말 1조1702억원 △2025년 3분기 1조6717억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이에 애경그룹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328.7%에서 올해 3분기 390.1%로 400%대를 앞두게 됐다.
애경그룹은 올해 실적 부진이 본격화하면서 지난 5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주채무계열' 신규 기업으로 지정됐다. 금감원은 해마다 기업의 총차입금과 은행권 신용공여 잔액이 일정 금액 이상일 경우 주채무계열로 분류해 재무구조를 관리한다. 지난해의 경우 금감원은 총차입금이 2조4012억원, 은행권 신용공여 잔액이 1조4063억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기준을 잡았다.
이로써 애경그룹은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재무구조를 평가받는다. 평가 결과가 미흡할 시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애경그룹 재무가 급격히 악화하게 된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개점휴업한 자회사 영향이다. 애경그룹은 이 기간 제주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해 유상증자로 2670억원을 쏟아부었다. AK플라자에는 쿠팡과 컬리 등 이커머스 공세로 사업이 부진해져 601억원의 유상증자와 1000억원의 금전 대여를 결정했다.

애경그룹은 자회사를 향한 지원으로 곳간이 비기 시작하면서 모태인 애경산업마저 매각했다. 태광산업 컨소시엄(SPC)과 지난 10월 애경산업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매각가는 약 4700억원(주당 2만8190원)으로, 애경그룹은 지주사 AK홀딩스와 계열사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3.13%(1667만2578주) 전량을 넘기게 된다.
이보다 앞서 애경그룹은 지난 8월에도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에 있는 골프장 중부컨트리클럽(중부CC)을 리조트업체인 더시에나그룹에 양도했다. 매각가는 중부CC 인근 유휴부지를 포함해 23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애경그룹은 올해 하반기 두 차례의 자산 매각으로 7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애경그룹은 모태이자 본업인 화장품과 백화점에서 항공과 화학으로 사업에 변화를 주고 있다. 또한 회사 부채비율이 치솟는 만큼 재무구조 개선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애경그룹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곳간지기인 정석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상무로 승진한 점이 대표적이다.
정석 CFO는 올해 1월 AK플라자에서 AK홀딩스 수장으로 발령이 난 고준 대표이사 부사장과 그룹 전반을 책임진다. 고준 부사장은 AK플라자 대표로 부임하던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홍대점을 생활밀착형 라이프스타일로 바꾸면서 회사 매출을 끌어올리는 등 성과를 냈다.
이 당시 정석 CFO는 AK플라자에서 전략본부장을 맡았다. 업계 안팎에서 정석 CFO의 승진에 고준 부사장의 두터운 신임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석 CFO는 AK홀딩스 팀 내 재무와 전략, 자금 파트를 이끈다.
고준 부사장과 정석 CFO는 애경그룹의 자산 매각과 함께 발생한 현금으로 재무 리스크를 방어하는 동시에 실적 부진도 털어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애경그룹 측은 "재무구조 개선 등 그룹의 위기 극복을 위한 경영 안정화를 도모하고 미래 성장을 주도하는 데 (인사에) 방점을 뒀다"며 "그룹의 재도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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