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적격성 심사 최대 변수는 '중국'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중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선정되자, 또 다른 입찰자였던 흥국생명이 강하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최근 힐하우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했다. 힐하우스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잔금 납입을 마치면 최종 인수자로 결정된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결과 발표 직후 즉각 반발하며 소송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흥국생명은 "입찰 과정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겠다"며 "주주대표와 매각주관사의 기만과 불법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날을 세웠다.
흥국생명은 본입찰 직전 주관사가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식 입찰)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는 점을 강조했다. 흥국생명은 이를 신뢰하고 지난달 11일 본입찰에서 1조500억원으로 최고가를 제시했지만, 이후 힐하우스가 프로그레시브 딜을 통해 1조1000억 원으로 인수금액을 끌어올리며 판도가 뒤집혔다고 주장한다.
흥국생명은 "주관사가 힐하우스에 프로그레시브 딜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우리 입찰가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국 부동산 운용 플랫폼을 노리는 중국계 자본과 거액의 성과보수를 노린 외국계 주관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힐하우스가 중국계 자본이라는 점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출자능력·재무건전성 등 정량 기준은 무난히 통과하겠지만, 금융시장 안정성·공익성·정보보호 등 정성평가 항목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힐하우스는 중국 출생 싱가포르 국적의 장 레이 회장이 예일대 기금의 출자를 기반으로 설립한 글로벌 투자사다. 초기에는 텐센트 등 중국 대형 IT 기업에 투자해 성과를 거뒀으며, 이후 한국·일본 등으로 투자 영역을 넓히며 부동산, 프라이빗크레딧(사모대출), 인프라 분야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왔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인 전 직원에 의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이 불거지면서 시장 전반에 중국 자본에 대한 경계심이 크게 높아진 상태"라며 "특히 대형 운용사 인수는 금융시장 안정성과 정보보호 이슈와 직결되는 만큼, 당국이 정성 심사를 더욱 엄격하게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이지스운용은 국민연금 등 국내 주요 연기금·공제회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수탁해 왔으며, 운용자산 규모만 약 67조 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계 PEF가 이지스운용의 새 주인이 될 경우 국내 금융·부동산 정책과의 충돌 가능성은 물론, 대규모 자본 유출 리스크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최근 홈플러스 사태처럼 사모펀드의 인수 이후 구조조정·현금회수 논란이 반복되며 당국의 시선도 한층 까다로워진 점 역시 변수로 꼽힌다. 실제 힐하우스는 지난 2023년 인수한 SK에코프라임에서 연간 순이익(약 160억원)을 크게 웃도는 699억원의 배당을 수령해 '현금 회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PEF의 지배구조가 자칫 장기적 안정성보다 수익 회수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당국이 이번 이지스운용 건을 더욱 보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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