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HMM은 꿈의 정점"…자금 조달 여부가 관건

[더팩트 | 손원태 기자]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재매각 가능성이 나오면서 2년 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고배를 마신 동원그룹이 다시 몸풀기에 나섰다. 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이 HMM 인수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만큼 그룹 차원에서도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HMM 몸값이 10조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어 동원그룹의 자금 조달은 한계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MM의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최근 보유 주식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 실사를 위해 회계법인 등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3분기 기준 HMM의 지분 현황을 보면 산업은행이 3억3413만3427주(35.42%), 한국해양진흥공사가 3억3086만7712주(35.08%)로 정부 지분이 70%가 넘는다.
계획대로라면 산업은행은 제한경쟁입찰을 통해 수행 기관을 선정한 뒤, 내년 2월 말 최종 보고서를 받을 예정이다. 산업은행이 HMM 매각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박상진 산업은행장은 지난 9월 취임과 함께 HMM 재매각에 속도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동원그룹도 이에 발맞춰 HMM 인수를 위한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이 HMM 2차 인수전을 대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직접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김 명예회장은 지난 2023년 9월 HMM 1차 인수전을 앞두고 "HMM은 꿈의 정점이다. 동원그룹이 바다와 함께한 기업인 만큼 잘 운영할 수 있다"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동원그룹은 2년 전인 HMM 1차 인수전에서 하림그룹과 경쟁을 벌이다 2000억원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당시 동원그룹은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 57.9%에 매각가 6조2000억원을 제시했다. 반면 경쟁 상대였던 하림그룹은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HMM 몸값으로 6조4000억원을 썼다. 그 결과 하림그룹 컨소시엄이 HMM 1차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하림그룹 역시 경영 주도권과 투자자금 회수를 놓고 채권단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매각이 결렬됐다. 그 이후로 HMM은 산업은행과 해진공 등 채권단 관리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동원그룹은 HMM을 인수해 수산과 식품 부문을 잇는 종합물류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동원그룹은 지난 2017년 물류기업 동부익스프레스(현 동원로엑스)를 손에 넣은 후 지난해 4월에는 부산항 신항에 국내 최초 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인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GDC)'를 개장했다. 이를 토대로 동원그룹은 육상과 항만에서의 물류 거점을 완성했다. 만약 동원그룹이 HMM을 품게 되면 육상과 항만에 이어 해상까지 물류 체인을 연결할 수 있다.
관건은 10조원 안팎을 형성하는 HMM의 몸값이다. HMM은 2년 새 해운업 호황과 함께 주가가 크게 뛰었다. 이 기간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영구채 전환 및 자사주 소각 등에 나서면서 합산 지분이 57.9%에서 70.5%로 커졌다. HMM의 현재 시가총액은 19조3000억원대로, 산업은행과 해진공의 지분 가치는 약 13조원에 이른다. 동원그룹으로서는 HMM 인수를 위해 막대한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다만 해진공은 산업은행과 달리 지분 매각 의사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HMM 보유 지분을 우선적으로 분리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의 HMM 지분 가치는 최대 6조8000억원이다. 동원그룹이 HMM 1차 인수전 당시 썼던 매각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동원그룹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이 4934억원으로 집계됐다. 동원그룹이 HMM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과거 하림그룹과 같이 재무적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 HMM 2차 인수전에는 동원그룹 외에도 포스코홀딩스가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 등과 계약을 맺고 HMM 인수를 위한 대규모 자문단을 꾸렸다.
이와 관련 동원그룹 관계자는 "HMM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HMM 재매각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만큼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현재로서 없다"고 설명했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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