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시장' 공략 전문성 부족 '악순환'…회복 시기 대기중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대출 긴축기조가 해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저축은행권의 영업 한파가 지속할 조짐이다. 과거 틈새시장에서 제 역할을 하던 '미트론(Meat Loan)' 등 특화 상품도 지역별 전문성을 갖춘 상호금융권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난항이 지속되는 흐름이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전국 저축은행 79곳이 취급한 여신잔액은 93조432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 100조원대가 무너지면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점진적으로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저축은행이 역대급 실적을 거둔 지난 2022년 월간 최대 116조원 넘는 잔액을 대출에 가용했던 점을 고려하면 성장 동력이 약화된 모습이다.
핵심 시장인 서울의 여신잔액이 줄어들면서 지역과 관계 없이 전국적으로 감소세가 선명한 양상이다. 지난해 말 서울 여신잔액은 61조4,596억원에서 지난 9월말 60조399억원으로 약 1조3000억원 감소했다. 지방에서는 대전과 울산이 각각 6105억원에서 3851억원, 1384억원에서 83억5000만원으로 감소폭이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경기 △강원 △충남 △전북 △경남 △제주 등도 일제히 줄었다. 해당 기간 여신 잔액이 곳은 부산과 충북 단 두 곳에 그친다. 부산의 경우 기업대출 잔액은 3조0590억원에서 2조9480억원으로 3.62% 감소했지만 가계대출 잔액이 9.86%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견인했다. 이어 충북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모두 4.60%, 4.69%씩 상승하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띄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의 경우 핵심 수입원이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축소와 고금리 기조에 중저신용자 대상 리테일(소매금융) 취급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그나마 일부 급전이 필요한 우량 소상공인 및 주부, 중신용자 등에게 리테일을 취급하면서 가계대출 잔액이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저축은행이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모두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전의 여신잔액은 3개 분기 사이 36.92% 급감했고 울산은 더욱 가파른 39.66%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중저신용차주와 PF가 위축된 시기 상호금융권이 공백을 채운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생선창고와 육류창고를 담보로 여신을 일으키는 미트론과 냉동수산물담보대출 등도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농협이나 수협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틈새시장을 노리기 위해 전문인력을 채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틈새시장을 노리기 위한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업황 악화로 저축은행 인력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장기적인 수익성이 불확실한 대출 상품에 고급 인력을 투입하기 부담스러운 구조가 된 것이다. 지역 특화 대출 시장에서 저축은행의 경쟁력은 더욱 저하되면서 영업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하는 것이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체질 개선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저축은행 업계가 덩치를 키워 지역 중소기업 중심 대출을 일으켜야한다는 조언이 확산하고 있지만 업권 내 인수합병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로 최근 매각전이 이뤄진 상상인저축은행 또한 저축은행 업권간 M&A가 아닌 외부 자본에 매각되는 방식으로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OK금융그룹 등과 1년여간 인수협상을 펼쳤지만 결국 상상인그룹은 보유 지분 약 90%를 KBI그룹에 1107억 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포트폴리오 재편 없이는 수익 기반 회복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때 디지털전환(DT)과 기업여신 심사 역량 강화 등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지만 중소규모 저축은행은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동안 대형사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한편, 올 3분기 말 기준 상위 저축은행 5곳(SBI OK 웰컴 한국투자 애큐온저축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연간 57% 상승한 2437억원을 기록했다. 전국 저축은행 79곳의 순이익 4221억원의 57.73%를 차지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미트론은 한 차례 실패를 겪은 대출 상품으로 전문 인력의 대출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증명한 사례"라며 "업계 또한 섣불리 전문성이 요구되는 신규사업을 펼치기 보단 업황 회복 시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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