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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코인 중앙은행' 노리나…카뱅·케뱅·토뱅 경쟁 점화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앞두고 인뱅 3사, 선제적 포석 경쟁
카카오뱅크 인력 채용·케이뱅크 한일 실증·토스뱅크 상표 선점


디지털자산 기본법 2단계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이 예고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원화 코인' 발행·유통 허브 선점을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더팩트 DB
디지털자산 기본법 2단계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이 예고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원화 코인' 발행·유통 허브 선점을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디지털자산 기본법 2단계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율이 예고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원화 코인' 발행·유통 허브 선점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블록체인 백엔드 개발자를 뽑아 인프라 설계에 시동을 걸었고 케이뱅크는 한·일 간 스테이블코인 해외송금 실증을 마쳤다. 토스뱅크는 은행권 최다 관련 상표권을 선점하며 원화는 물론 달러 연동 코인까지 겨냥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스테이블코인 특별법' 이중 구조를 설계하고,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으로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별도 규율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금융위원회 내부 문건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을 금융회사에 준하는 인가 대상으로 두고, 초기에는 은행의 자본력과 준법 역량을 기반으로 한 컨소시엄 모델을 고려한다는 방향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은행이 지분 51% 이상을 보유하는 형태의 컨소시엄 구조가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인터넷은행이 민간 측 '원화 스테이블코인 중앙은행' 역할을 떠맡을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인터넷은행 가운데 카카오뱅크는 최근 채용 사이트를 통해 '블록체인 서비스 백엔드 시스템 개발자(계약직)' 모집 공고를 냈다. 모집 요강에는 블록체인 기반 신규 서비스 구조 설계와 키 관리, 트랜잭션 처리 시스템 구축, 스마트컨트랙트·풀노드 운영, 토큰 표준 이해 등 구체적인 업무가 명시됐다. 단순 기술 연구를 넘어 실제 금융 서비스와 연동 가능한 온체인 인프라 설계까지 염두에 둔 직무라는 점에서 업계에선 카카오뱅크가 그룹 차원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에서 핵심 허브 역할을 맡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카카오그룹은 앞서 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등 주요 계열사 대표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TF'를 꾸려 매주 회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수 창업주가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 블록체인·AI 등 신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는 만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카카오톡·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를 관통하는 차세대 디지털 금융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이번 채용은 블록체인 및 스테이블코인 기술의 연구와 금융 서비스 적용 가능성 검토를 위한 인력 충원"이라며 "아직은 기술적 이해와 활용 가능성에 대한 기초 검토 단계로 봐달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실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송금 실증에 앞서 있다. 케이뱅크는 일본 은행·핀테크와 함께 '프로젝트 팍스(Project Pax)' 1단계 기술 검증을 올해 9월 마무리했다. 검증은 국내에서 원화를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해 블록체인 상으로 전송한 뒤, 일본에서 이를 다시 엔화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기존 SWIFT 기반 은행 송금보다 처리 속도가 빠르고 비용도 절감되는 효과를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참여 기관들은 2단계에서 글로벌 송금망(SWIFT) 연동, 지급동시결제(PvP), 소액송금 확대 등을 검증할 계획이다.

케이뱅크 입장에선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송금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외화 송금 수요가 많은 일본과의 실증을 발판으로 동남아·미국 등으로 대상 국가를 넓힐 경우, 인터넷은행이 직접 글로벌 송금 네트워크 일부를 대체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프로젝트 팍스 1단계 검증으로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의 효율성과 실제 구현 가능성을 입증했다"며 "앞으로도 디지털자산 바탕의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토스뱅크는 '선제적 상표권 확보'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허정보 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올해 상반기 'KRWTBK', 'KRWTSB', 'TSKRW' 등 원화(KRW) 연동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 48건을 출원한 데 이어 7월에는 미국 달러(USD)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연상시키는 상표 50여 건을 추가로 출원했다. 지정 상품에는 암호화폐 금융거래업, 토큰 발행·회수업, 암호화폐 전자이체업, 전자지갑 판매대행업 등이 포함돼 있어 원화뿐 아니라 달러 기반 토큰까지 염두에 두고 지원서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토스는 토스뱅크·토스페이먼츠·토스증권 등이 참여하는 자체 스테이블코인 TF를 꾸리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 방향을 논의해왔다. 전자지급결제망과 증권계좌, 인터넷은행 계좌를 모두 보유한 만큼 토큰 발행 이후 결제·투자·송금을 한 번에 엮은 '슈퍼앱형 온체인 금융' 구상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를 구성하는 데 있어 은행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테스크포스팀(TFT) 차원에서 시장을 리뷰, 대응하고 있다"며 "특히 토스뱅크는 혁신성을 대표하는 발빠른 인터넷은행인 만큼 스테이블 코인의 도입 및 상용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예금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상당 부분 이전될 경우 지급준비·금리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팩트 DB
은행 예금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상당 부분 이전될 경우 지급준비·금리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팩트 DB

다만 아직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은행 예금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상당 부분 이전될 경우 지급준비·금리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의 안전성을 어떻게 담보할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다. 알고리즘·부분준비 방식 코인이 해외에서 잇따라 붕괴한 전례를 감안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1:1 준비금·실시간 상환 등 보수적 설계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발행인의 인가 요건과 준비금 운용 규제를 정교하게 설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세부 규정은 디지털자산법 2단계 논의 과정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인터넷은행이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정산의 중심축이 될지 아니면 은행·핀테크·카드사·PG사가 뒤섞인 컨소시엄 속 한 축에 그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카카오뱅크의 블록체인 인력 채용, 케이뱅크의 한·일 송금 실증, 토스뱅크의 상표권 선점이 맞물리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중앙은행'을 둘러싼 인터넷은행 3파전의 막이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과 스테이블코인 사이에 자금 이동이 커지면 지급준비와 유동성 규제, 준비금 운용 기준을 어디에 맞출지부터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며 "결국 설계 단계에서 얼마나 보수적으로 안전장치를 깔아두느냐가 인뱅 3파전의 승패뿐 아니라 감독당국의 신뢰를 얻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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