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이럴 바엔 미국 주식 투자한다"
전문가 "국내 주식 세제 인센티브 확대해야"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내년 1월부터 코스피와 코스닥의 증권거래세가 일제히 인상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 시대' 공약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던 국내 주식시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거래비용 부담이 확대되면 개인투자자들의 매매 여력이 약해지고 단기 유동성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미국 등 해외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 증권거래세율 인상을 위한 '증권거래세법 시행령'과 자본준비금 감액배당 과세범위를 조정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증권거래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현행 세율을 0.05%포인트(p) 인상하는 내용으로, 내년 1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코스피(농어촌특별세 포함)와 코스닥의 거래세율은 각각 0.15%에서 0.20%로 인상된다. 코넥스 시장은 현행 0.1%가 유지된다.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그동안 배당소득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던 자본준비금 감액배당의 과세 범위를 넓히는 조치로, 기업이 자기자본을 줄여 주주에게 분배하는 형태의 배당도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이 같은 조치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투자자 A 씨는 "빚내서 투자하라고 할 땐 언제고, 코스피가 오르기 시작하니 세금을 더 걷겠다는 거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손실이 나도 세금을 내야 한다면 차라리 미국 주식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시장 위축 가능성을 경고한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세율이 오르면 단기 매매가 위축돼 전반적인 시장 유동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거래세 인상은 투자자 입장에서 증시 접근성을 낮추는 조치로, 최근 살아난 거래대금 흐름에도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도 거래 비용이 상승하면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한국 비중을 축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에서도 한국의 과세 방식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OECD 주요국 대다수는 증권거래세를 시행하지 않는 대신, 양도소득세 중심으로 과세 체계를 운용한다. 미국은 보유 기간 1년을 기준으로 단기 보유자에게는 최고 37%까지 종합과세하고, 장기 보유자에게는 0~20%의 분리과세율을 적용한다. 일본과 독일도 거래 단계에서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약 20%대 양도세를 일괄 적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주식 매매 금액 자체에 세금을 부과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손실이 발생해도 세금이 부과되는 현 구조에 대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정부가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의 원인 중 하나로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증가를 언급한 상황에서, 이번 거래세 인상이 오히려 해외투자 쏠림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부가 서학개미 증가를 환율 불안 요인으로 지목해놓고도 국내 거래세를 올리는 것은 스스로 국내 투자 유인을 떨어뜨리는 조치"라며 "단기적으로는 해외 순매수 확대, 장기적으로는 국내 자본시장 체질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달 개인의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는 9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금액은 2019년 410억달러(약 60조원)에서 지난해 5308억달러(약 778조원)로 급증했으며, 외화예수금 역시 올해 6월 11조4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세 부담을 키우는 조치보다, 오히려 투자 매력을 높일 수 있는 '세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식을 장기 보유할 경우 세율을 낮춰준다든가 증권거래세 면제, 모험자본, 성장 자본에 대해 투자를 할 경우 세제 혜택을 해주면 서학개미들의 쏠림 현상이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상법 개정 등 국내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과 국내 기업과 산업 정책 지원 등이 해외주식 투자자들을 국내 증시로 돌아오게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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