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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이해진, 두나무 합병으로 '100배 격차' 극복할까?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70%→17% 희석 감수 결단
규제 리스크·본업 약화 등 과제…시너지 창출 관건


지난달 27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1784에서 열린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3사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네이버
지난달 27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1784에서 열린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3사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네이버

[더팩트|우지수 기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9년 만에 공식 석상에 등판해 던진 화두는 '100분의 1'이라는 지표였다. 국내에선 IT 공룡으로 불리지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앞에서는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20조원 규모의 두나무 합병을 결단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두나무의 합병이 공식화된 이후, 시장 관심은 거래 성사 여부를 넘어 이해진 의장이 제시한 청사진의 실현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핵심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을 대폭 줄이면서 던진 승부수가 내수 기업에서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 도약시킬 발판이 될지 주목된다.

이 의장이 이번 합병 논의 전면에 나선 배경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촉발한 기술 패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연간 수십조 원을 AI 인프라에 투입하고 있는 반면, 연간 영업이익 1조원대인 네이버의 체급으로는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간담회에서 "네이버의 시가총액이나 연구비 규모는 글로벌 빅테크의 100분의 1 수준"이라며 "매년 생존을 고민할 만큼 어려운 경쟁을 해왔다"고 구조적 한계를 설명했다.

이번 합병의 핵심은 이 의장의 지분 희석 결단이다. 합병 과정에서 신주 발행이 이뤄지면 네이버의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율은 기존 70%에서 17%로 낮아진다. 반면 피인수 기업인 두나무의 송치형 회장이 19.5%를 확보해 1대 주주로 올라서고, 김형년 부회장 역시 지분 10%를 쥔 3대 주주가 된다. 의결권 위임을 통해 경영권 방어 장치를 마련했다지만, 자발적으로 자회사의 1대 주주 지위를 외부 인사에게 넘기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의장은 "혼자 해나가기 굉장히 어려운 싸움이며, 웹3에 가장 좋은 기술과 이해력을 갖고 있는 회사랑 힘을 합쳐야만 다음 단계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부적으로는 많은 노력과 고통, 희생이 필요하지만 쉬운 길을 가지 않고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고 합병 이유를 밝혔다. 지분 방어보다는 외부의 자본과 기술을 수혈해 사업 규모를 키우겠다는 실리적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1784에서 진행된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3사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박상진 Npay 대표(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송치형 두나무 회장, 오경석 두나무 대표이사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지난달 27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1784에서 진행된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3사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박상진 Npay 대표(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송치형 두나무 회장, 오경석 두나무 대표이사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네이버의 구상은 자사 플랫폼·AI 기술력에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과 유동성을 결합하는 것이다. 특히 두나무의 높은 현금 창출 능력을 네이버의 AI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양사는 향후 5년간 10조원을 AI와 웹3 생태계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동맹의 실효성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된다. 우선 제도적 불확실성이 난관으로 꼽힌다.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를 분리해온 이른바 '금가분리'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 계열 금융사가 가상자산 기업을 사실상 흡수하는 전례 없는 구조인 만큼, 당국의 규제 해석에 따라 기대했던 사업 확장이 지연되거나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본업 경쟁도 과제다.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초 67.4%였던 네이버 검색 점유율은 지난 6월 58.9%까지 떨어졌다. 커머스 부문은 쿠팡이 분기 매출 10조원을 돌파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고, 와이즈앱 조사 결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계 커머스 이용자 수가 1600만 명을 넘어서며 공세가 거세다. 본업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규제 리스크가 있는 신사업이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두 회사가 합쳐도 글로벌 빅테크와의 격차를 좁히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진단도 있다. 네이버와 두나무가 결합해 기업가치를 키운다 해도 시가총액 2000조~3000조원에 달하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과는 단순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이 글로벌 시장 선점뿐만 아니라 빅테크의 공세로부터 국내 시장을 방어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네이버와 두나무는 내년 5월 주주총회를 거쳐 6월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규제 불확실성과 체급 열세에도 불구하고 20조원 규모의 딜을 감행한 것은 이해진 의장이 느끼는 위기의식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며 "단순한 서비스 개선만으로는 거대 플랫폼들의 공세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이 합병 승부수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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