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10월 유럽 점유율 소폭 하락
"공급망·기술투자·통상 협력 필요"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아세안(ASEAN)·중남미·동남아 등 '글로벌 사우스'를 휩쓴 데 이어 유럽에서도 점유율을 높이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 구도를 흔들고 있다. 신흥국 중심 확장이 선진 시장까지 번지자 국내 완성차 업계도 대응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중국 자동차 글로벌 진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계 완성차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2%로 나타났다.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가 급증하며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중국계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60.4%에 달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완성차가 잇따라 철수한 공백을 중국 업체들이 신속히 대체했다. 이 영향으로 러시아는 현재 중국 전기차의 최대 단일 수출 시장으로 부상했다.
중남미에서는 중국 전기차 집중 공세가 매출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중남미 전기차 시장의 88.2%를 중국계가 차지했다. BYD·만리장성차(GWM)는 브라질을 핵심 거점으로 삼아 연간 30만대 수준의 생산 체제를 구축 중이다. 페루 찬카이항 개항과 중국-에콰도르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물류·통관 환경까지 개선되며 공급망 경쟁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일본차가 강세였던 동남아에서도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올해 3분기 중국계 브랜드는 가격 경쟁력이 높은 전기차를 집중 투입해 태국 93.1%, 인도네시아 75.8% 등 전기차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이 같은 확산은 유럽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관세를 부과했음에도 중국계 기업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넓히는 추세다. 올해 1~9월 기준 유럽 32개국(EU+EFTA+UK)에서 중국계 브랜드의 전기동력차(BEV+PHEV) 점유율은 16.6%다. 생산지 기준 중국산 자동차로 범위를 넓히면 17.9%까지 상승한다.

이 영향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난 10월 유럽 점유율은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 자동차 판매량은 109만1904대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지만, 현대차·기아는 각각 4만1137대, 4만403대를 기록하며 0.8%, 2.0% 감소했다. 두 회사의 합산 유럽 점유율은 7.5%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BYD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6.8% 폭증한 1만7470대를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을 1.1%로 끌어올렸다. 상하이자동차(SAIC) 역시 2만3860대를 판매해 35.9% 성장하며 점유율을 1.7%에서 2.2%까지 넓혔다.
이에 국내 완성차 업계도 대응 전략을 정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8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5종 신차 공동 개발을 추진하며 2028년부터 중남미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현지 생산·판매 협력망을 구축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혀 중국계의 물량 공세와는 다른 대응 전략을 구축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동시에 글로벌 사우스 시장을 겨냥해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자체 설계 차량용 반도체 양산을 확대하며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신흥국 시장에서도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정적인 핵심 부품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조치다.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AMA 관계자는 "신흥국에서 중국계 급부상으로 한국 브랜드의 입지 약화가 우려된다"며 "정부 간 통상 대화 확대 등을 통해 현지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FTA 확대 등 다각적 협력을 통해 신흥국 진출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수출 시장 다변화 과정에서 중국과의 경쟁은 불가피해 국내생산촉진세제 등 제도적 지원이 요구된다"며 "중국업계 기술 고도화로 미래차 전환이 가속화되는 만큼 국내 기업의 R&D 역량 강화가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고 강조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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