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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vs 한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감독권 줄다리기…2단계 입법 빨간불
긴급조치권·발행 주체·정의까지 이견…정부안 지연 가능성

금융당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포함한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을 올해 안에 발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세부 설계를 두고 관계기관과 업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챗GPT 생성이미지
금융당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포함한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을 올해 안에 발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세부 설계를 두고 관계기관과 업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챗GPT 생성이미지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금융당국이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포함한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을 올해 안에 발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세부 설계를 두고 관계기관과 업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입법이 늦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감독권과 긴급조치권 부여 범위를 놓고 정면 충돌하면서 '누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26일 금융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제1소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가 담긴 '디지털자산 기본법' 관련 안건이 심사 목록에서 제외됐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정부안이 사실상 핵심인데, 감독 체계와 발행 요건 등 주요 쟁점에서 관계기관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의원안만으로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큰 충돌 지점은 감독권 배분이다.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화폐적 성격'을 띠는 만큼 중앙은행이 발행 인가·감독 과정에서 핵심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관점에서 스테이블코인 급증·뱅크런 위험에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한은에 긴급조치(명령)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한은에 광범위한 감독·긴급명령 권한을 주는 것은 과도하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금융위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상환은 금융회사·가상자산사업자 규율과 맞물리는 영역이어서 금융당국 중심의 인허가·검사체계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한은에 긴급조치권을 부여하더라도 실익이 크지 않고 감독 체계가 이원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감독권 다툼은 곧 발행 주체 논쟁으로 이어진다.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예금과 유사한 지급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은행 중심 발행을 선호한다. 은행이 발행해야 준비자산·상환능력·유동성 관리가 기존 규제 프레임 안에서 통제되고, 통화정책과도 충돌을 줄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예금과 유사한 지급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은행 중심 발행을 선호한다. /이선영 기자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예금과 유사한 지급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은행 중심 발행을 선호한다. /이선영 기자

금융위와 업계 일부는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제한하면 혁신과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고 본다. 핀테크·가상자산 사업자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발행을 허용해야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빠르게 자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발행 주체가 어디로 정리되느냐에 따라 시장 구조가 '은행 주도형'으로 갈지, '민간 경쟁형'으로 갈지 갈림길이 생긴다는 점에서 이해관계 충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법안 디테일에서도 파열음이 이어진다. 스테이블코인 정의 범위를 '단일 법정통화 연동'으로 좁힐지, 복수 통화·자산 연동까지 허용할지에 대해 의원안마다 입장이 갈린다. 금융위는 유럽 가상자산시장(MiCA)처럼 법정화폐 1:1 연동형(전자화폐 토큰)에 가까운 좁은 정의가 필요하다는 쪽이고, 일부 의원안은 자산준거형까지 폭넓게 열어두는 방향을 택했다. 정의가 달라지면 규제 대상과 감독 강도, 자본시장법(증권성) 적용 범위까지 연쇄적으로 달라진다.

발행사의 대주주 요건·자본금 기준·준비자산 관리 방식도 난제다. 시장 신뢰를 위해 최소 자본금과 준비자산 100% 보유, 공시·감사 체계 등을 강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과 지나치게 높은 진입장벽은 국내 발행을 막아 '해외 스테이블코인만 커지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선다. 최근 여야 의원안들 사이에서도 자본 요건과 대주주 적격성 범위에서 차이가 커 '정부안 조율'이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2단계 입법은 연내 발의 의지와 세부 설계의 복잡성 사이에서 줄다리기 국면에 들어섰다. 금융당국이 올해 안에 정부안을 내더라도, 국회 심사 과정에서 감독권·발행 주체·정의·자본 요건을 둘러싼 이해관계 조정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규제 정비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내 제도화가 지연될 경우 'K-스테이블코인' 논의가 정책·산업 모두에서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제일 중요한 건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쥐고 갈지에 대한 주도권 싸움이 아니라, 리스크 대응 체계를 하나로 정리하는 것"이라며 "감독권 구조가 정리되지 않으면 발행 요건이나 산업 육성 논의도 앞으로 나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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