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 의존도 큰 삼양식품, 차기 먹거리 발굴이 최대 과제

[더팩트 | 문은혜 기자] '불닭의 글로벌 확장'을 명분으로 초고속 승진한 삼양식품 오너 3세 전병우 전무가 '불닭 이후'의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모친인 김정수 부회장이 만든 불닭 신화에 사실상 '숟가락 얹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병우 전무가 불닭의 거대한 그늘에서 벗어나 어떤 신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불닭의 어머니'로 불리는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이자 삼양식품 창업주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장손인 전병우 전무는 2019년 25세의 나이로 삼양식품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해 이사, 상무를 거쳐 올해 전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 입사 6년 만에 초고속으로 임원 자리에 오른 셈이다.
삼양식품은 전 전무의 승진 배경으로 불닭 브랜드의 글로벌 확장에 공헌한 성과를 들었다. 삼양식품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 관계자는 "전 전무가 특히 중국 자싱공장 설립을 주도해 해외사업의 성장동력을 마련했으며 코첼라 등 불닭브랜드 글로벌 마케팅과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너 3세인 전 전무를 경영에 본격 등판시키려는 삼양식품의 전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룹을 이끌 오너 리더십을 모친인 김정수 부회장에서 3세 전병우 전무로 자연스럽게 이동시키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 명분으로 들고 있는 불닭의 글로벌 성과가 온전히 전 전무의 경영 능력에 따른 것인지는 업계 의문이 있는 상황이다.
불닭볶음면은 2012년 출시 당시부터 모친인 김정수 부회장이 기획·개발을 주도한 제품이다. 김 부회장은 명동 거리에서 젊은이들이 매운 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직원들과 함께 전국 맛집을 탐방하며 약 1년 간 연구개발 끝에 불닭볶음면을 탄생시켰다.
출시 이후에도 일부 마니아들만 찾던 불닭볶음면은 지난 2022년 방탄소년단(BTS)이 방송에서 불닭볶음면을 먹으면서부터 글로벌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미국의 유명 여성 래퍼 카디비도 자신의 SNS 계정에 까르보불닭 먹는 영상을 올려 불닭 인기에 불을 붙였다. 이같은 글로벌 인기를 기반으로 불닭볶음면 수출은 급증하기 시작했고 삼양식품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3분기 기준 81%까지 확대됐다.
이런 가운데 전 전무가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불닭이 이미 메가브랜드로 자리 잡은 이후라는 점에서 불닭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불닭 외에 전 전무의 경영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것은 신사업 분야다. 그는 지난 2022년 비식품 지식재산권(IP) 사업을 담당하는 삼양애니 대표이사로 선임돼 콘텐츠 사업을 주도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내지 못했다. 삼양애니는 2022년 매출 15억원에 당기순손실 7억원, 2023년에는 매출 39억원에 당기순손실 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갔다. 전 전무는 결국 2년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전 전무는 헬스케어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식물성 헬스케어 브랜드 '펄스랩'을 선보이고 관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아직 사업 초기인 만큼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식품 부문에서 전 전무가 직접 주도한 사업들도 있지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불닭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지난 2023년 선보인 매운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은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300만개를 돌파하며 가능성을 보이는 듯 했지만 이후 성장세는 둔화됐다. 건면 브랜드 '탱글' 역시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전 전무가 모친 김정수 부회장이 일궈낸 불닭의 성공에 편승했다는 평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헬스케어나 신규 식품 브랜드 등에서 독자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결국 '탈(脫)불닭' 성공 여부가 전 전무의 경영 능력을 입증할 키가 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양식품이 불닭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매출에서 불닭이 차지하는 비중도 너무 커 다음 단계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며 "불닭 인기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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