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NH·키움 등 경쟁사 IB 실적과 격차

[더팩트|윤정원 기자]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이끄는 신한투자증권이 기업금융(IB) 시장의 뚜렷한 회복 흐름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잇달아 굵직한 딜을 성사시키며 실적 반등을 키우는 것과 달리, 신한투자증권의 IB 수익 회복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이 사장은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숏리스트에 오르며 존재감을 키웠지만, 정작 IB 부문에서는 가시적 반등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3분기 IB 수수료 하락…누적 성장과 다른 온도차
신한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 실적은 긍정적이다. 영업이익은 144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8% 증가했고, 순이익은 417억 원에서 1005억 원으로 141%나 급증했다. 수수료 기반 영업수익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특히 일반 수수료 수익은 37.6%, 국내외 주식 위탁수수료는 무려 74.7% 늘며 리테일 부문이 사실상 실적을 견인했다.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살아났고, 해외주식 비중도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신한의 수수료 수익이 동반 상승한 것이다.
문제는 IB다. 증권사들이 전반적으로 IB 부문에서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은 올 3분기 들어 오히려 역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와 관련 보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의 2025년 3분기 IB 수수료 수익은 41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약 479억 원) 대비 12% 이상 감소한 수치다. 신한투자증권 측은 "누적 기준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시장 수요 회복에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시선은 다소 다르다.
1~3분기 누적으로는 13.7% 증가한 1399억원을 기록하며 외형적 성장을 보여주지만, 누적 실적과 분기 흐름의 온도차가 눈에 띈다. 경쟁 증권사들의 IB 실적이 분기별로도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신한의 3분기 역성장은 상대적 회복 속도가 뒤처지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특히 2025년 들어 IPO와 회사채 발행 시장이 살아나면서 딜 볼륨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신한의 성과가 미진했다는 점은 시장 경쟁력 측면에서 아쉬움을 자아낸다.
IB 부문은 대형 딜 수임 여부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분기별 흐름은 회사의 현재 경쟁력을 가장 투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누적 실적이 늘었다고 해서 회복이 본격화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경쟁사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타 증권사 IB는 급반등…신한만 역성장
신한투자증권의 회복 둔화 추이는 경쟁사들의 실적과 비교하면 더 선명해진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IB 부문에서는 기존 및 신규 딜에 대한 수수료가 증가하면서 실적을 이끌었다. IB 부문 매출은 1292억원으로 전년 동기(892억원) 대비 45% 증가했다. 메리츠증권은 발행어음 신청과 맞물려 전통 기업금융 강화 전략을 본격화한 상태다. 지난해 말부터 IB 조직 확대에 나서 현재 기업금융본부 인력만 30여명에 이른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3분기 압도적인 IB 수익 규모를 기록했다. 보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3분기 IB 수수료 수익은 993억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은 유상증자 주관 1위, IPO 주관 2위, 회사채 대표주관 2위, 여전채 대표주관 1위 등 3분기 누적 기준 각종 리그테이블에서도 최상위권을 석권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포스코퓨처엠 등 대형 유상증자와 메리츠금융지주, 삼성중공업 등 회사채 발행 주관, SK해운 인수금융, 한남동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사업 PF 등 각 분야별 주요 딜 수주가 성과 창출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키움증권은 최근 IB 시장에서 이미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올해 도우인시스 IPO, 포스코퓨처엠·LS마린솔루션 유상증자, 파마리서치 인수금융 주선, 크레이버코퍼레이션 리파이낸싱 등 굵직한 딜을 성사시키며 IB 영역에서 확실한 두각을 나타냈다. 그 결과 올해 3분기 IB 수수료수익은 19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7% 증가했다. 비교적 소형 증권사임에도 딜 다변화와 인수·주선 역량 강화가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의 IB 회복 속도가 더딘 이유로는 내부 리스크 요인도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ETF LP(유동성공급)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파생상품 손실 이슈가 IB 조직 및 의사결정 체계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사고 이후 신한투자증권은 내부통제 강화와 조직 정비에 집중해 왔고, 이는 자연스럽게 리스크 감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사장은 취임 이후 내부통제 정비에 초점을 맞춰왔다. 김상태 전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1300억원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 LP 운용손실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출범한 만큼, "건강한 조직을 다시 세우겠다"는 기조가 뚜렷했다. 최근에는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숏리스트에 오르며 그룹 내 존재감을 키웠지만, 핵심 사업인 IB 부문에서 아직 확실한 반등을 만들지 못한 상태다. 신한투자증권의 IB 누적 실적이 증가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경쟁사 대비 회복 '속도'가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어떻게 반전시키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올해 하반기부터 IPO와 부채자본시장(DCM)이 개선 국면에 접어들고 있어 IB 경쟁력 회복 여부가 내년 실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는 리스크 감내도, 네트워크, 딜 소싱 능력 등 총체적 경쟁력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신한투자증권이 조직 재정비를 통해 다시 공격적인 전략을 펼 수 있느냐가 향후 1~2년 실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8일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외부 후보 1인을 포함한 4명을 숏리스트로 확정해 발표했다. 지난해 대부분 금융지주 회장 숏리스트가 비공개였던 것과 달리, 신한금융은 올해 이를 공개하며 시장과 주주, 감독당국의 절차적 신뢰 확보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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