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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쇼타임(Show Time)!...또 돈풀기인가 [김원장의 경제학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오는 12월 1일부터 ‘QT 중단’을 선언하며 유동성 회수를 멈추기로 했다. 고용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AP.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오는 12월 1일부터 ‘QT 중단’을 선언하며 유동성 회수를 멈추기로 했다. 고용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AP.뉴시스

[더팩트 | 김원장 언론인] 14세기 중반,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었다. 역사는 도시 인구의 1/3이 죽었다고 전한다. 노동력이 귀해지자 인건비와 상품의 가격이 급등했다. 영국 정부는 ‘임금억제법(Statute of Labourers, 1351)’까지 만들었지만, 물가는 계속 올랐다. 서민들의 삶은 참담해졌다.

대항해의 시대. 스페인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귀한 것을 죄다 챙겨갔다. 1540년 무렵 지금 볼리비아땅 세로리코(Santa Teresa de Potosí) 산에서 거대한 은광이 발견됐다. 유럽으로 엄청난 양의 은이 유입됐고, 스페인에서는 또다시 화폐가치가 폭락했다. 전염병이나 전쟁이 만든 공급쇼크, 그리고 통화의 팽창과 인플레이션은 사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사실은 더 노골적이다. ‘인플레는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라고 하면서도 또 천문학적인 화폐를 푼다.

뚜렷하게 기억한다. 2020년 인류는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를 겪었다. 놀란 세계는 문을 닫아 잠궜고, 글로벌 경제는 공급난에 직면했다. 그 위기를 푸는 해법도 ‘돈풀기’였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는 재빨리 기준금리를 내렸다. 연준이 시장의 채권을 사들이면 그만큼의 현금이 시장에 공급되고, 연준 곳간에는 그만큼의 채권이 쌓인다. 그해 3월, 4조 달러 정도였던 연준의 자산 규모는 연말이 되자 7조 달러를 넘어섰다.

돈이 풀리자, 자산시장이 불타올랐다. 2020년 한해 미국에선 37만 명(미 CDC 통계)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숨졌는데, 돈을 풀고 1년이 지나자 S&P500지수는 80%나 폭등했다. 그렇게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의 잠에서 깨어났다.

위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파티로 변했다. 맨해튼의 고급 주택이나 79피트 이상의 고급 요트 가격이 급등했다. 마구 공급된 달러는 신흥국으로 흘러 들어갔다, 코로나 격리가 풀리고 다시 문을 연 중국의 에르메스 매장은 2021년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77%나 급등했다. 오픈 첫날 광저우 매장은 하루 만에 270만 달러(3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덩달아 멕시코시티의 옥수수가루 가격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설탕 가격도 폭등했다. 결국 인플레이션은 서민들의 생활고로 이어졌다. 2022년 튀르키예의 소비자물가는 72.3%나 급등했다.

2022년 6월, 연준(FED)은 다시 자산축소(QT)를 선언했다. 시중의 풀린 돈을 거둬들이기로 했다. 부지런히 곳간의 채권을 팔아서 다시 현금을 회수했지만, 지금도 6조 6천억 달러가 넘는 채권이 연준 곳간에 쌓여있다. 거대한 유동성이 회수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연준이 오는 12월 1일부터 ‘QT 중단’을 선언했다. 유동성 회수를 멈추기로 했다. 고용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연비가 안 좋으면 계속 기름을 넣는 수밖에 없다.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돈을 더 풀 수밖에 없다. 사실 연준은 이미 기준금리를 2번이나 내렸다. 트럼프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는 더 강해졌다. 눈치 빠른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진다. 다시 돈풀기의 시작인가. 다시 쇼타임(ShowTime)?

유럽중앙은행(ECB)도 양적긴축을 통해 유동성을 축소해왔다. 시중 유동성을 축소한다는 ECB는 하지만 지난 1년여 동안 기준금리를 8번이나 내렸다.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장기적으로는 통화안정을 추구한다지만, 사실은 에어컨이 켜져 있는데 슬그머니 보일러도 켠 셈이다. 중국도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풀고 있다. 공개시장조작과 지급준비율 인하 등으로 계속 돈을 푼다. 다카이치 신임 일본 총리는 말할 것도 없다. 아베 전총리가 했던 것처럼 거대한 경기부양책을 준비중이다. 일본 경제에서 돈풀기는 그야말로 ‘전가의 보도’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회의를 해마다 8번 개최한다. 이제 다음 달 한번 남았다. 금리를 내리기에는 소비자물가(CPI)가 불안하다. 3%를 넘나든다. 그래도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마음이 앞선다. 트럼프대통령은 서둘러 중남미국가들로부터 들어오는 쇠고기와 커피, 바나나 관세를 전격 인하했다. 미국 정부의 셧다운 사태로 고용지표 발표는 또 미뤄졌다. 정확한 고용 데이터 없이 금리를 결정해야 하는데, 다들 마음속으로 ‘부디 고용이 더 악화돼 금리를 빨리 내릴 수 있기를’ 바라는 눈치다. 그렇게 또 돈이 풀린다. 700여 년 전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오는 12월 1일부터 ‘QT 중단’을 선언하며 유동성 회수를 멈추기로 했다. 고용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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