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중소형 저축銀, '어용노조'…임금 인상 '사실상 포기'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올해 은행권이 금요일 1시간 근무단축 등 처우 개선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가운데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2금융권의 임금협상과 단체협약 교섭 또한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이달 1차 협상에 이어 2차 협상을 단행하는 가운데 노사간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금융산업사용자협회과 산별중앙교섭에 관해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내년 임금 3.1% 인상과 금요일 1시간 근무 단축 등을 골자다. 금융노조는 순차적으로 주 4.5일제 도입에 관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지만, 각 지부별 협의와 선제적인 도입 없이 즉각 도입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한다.
2금융권은 근무시간 단축에서는 다소 소외된 모양새다. 근무 시간 단축을 두고 은행 점포에서 고객 불편이나 업무 혼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노조가 점포 운영 효율성과 생산성 저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에 협상 초점을 맞춘 영향이다. 상대적으로 점포 운영 비중이 낮은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권 중앙회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근무시간 단축이 주요 논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임금 인상을 중심으로 협상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달 중 협상을 매듭짓고 다음해부터 새로운 임금 체계를 적용하겠단 방침이지만 아직까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난항을 겪는 분위기다. 이달 초부터 각 사별로 순차적으로 1차 교섭을 진행했고 2차 교섭을 앞두고 있다. 특히 금융노조에서 실질임금 인상을 요구한 만큼 간극을 좁히기 더욱 어려울 조짐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 노사는 지난 18일 진행한 1차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는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요구 수준과 쟁점에 대한 간극도 비교적 큰 것으로 전해진다. 금주 내로 2차 교섭을 이어갈 예정이지만, 서로의 의견을 어떻게 조율하고 설득할지가 주요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한 교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요구 수준의 괴리가 있어 접점을 찾는 것이 숙제"라고 설명했다.
신협중앙회는 단위조합들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특성상 분위기를 살피면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단계별로 사안을 나눠 교섭을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 3차 교섭까지 마무리했다. 1차 교섭에서는 '5년차 장기근속' 포상안이 테이블에 올랐다. 노조측은 3일 휴가와 축하금 지급안을 건의했지만, 사측이 난색을 표하면서 휴가1일+축하금 지급으로 조정했다.
이어진 2차 교섭에서는 월 18만원이던 교통비를 20만원으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이어 3차 교섭에서는 포괄임금제 조정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으며, 기존 20일분 임금 지급 방식에서 21일분 지급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조율했다. 오는 4차 교섭에서는 임금 인상률을 산별 기준에 추가로 반영하는 문제를 두고 합의할 예정이며 추가로 하계휴가비 혹은 추가 휴가 등 부수 조건에 관해 논의한다.
저축은행권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협상한 내용을 바탕으로 협상에 돌입한다. 올해 사무금융노조는 임금인상률을 최소 3.8%로 책정했다. 각 사별 3.8%를 바탕으로 추가 인상이 가능한 것이다. 아울러 노조는 지부별 상황에 따라 직급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정액제와 정률제를 혼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는 "물가 상승만큼의 임금이 인상되어야 절대적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며 "노조가 제시한 임금인상 요구안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구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이제 막 노사간 임금협상을 시작했다. 지난달 10월 중순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돼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서다. 현재까지 눈에 띄는 쟁점이나 특이사항 없이 협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저축은행 중에서는 애큐온저축은행 노사가 임금·단체협약을 두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1차 교섭에서는 이견만 확인하며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으며 이날 진행하는 2차 조정 절차를 통해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회사 측이 제시한 안건을 중심으로 협상 접점을 찾는 것이다. 단, 주 4.5일제와 관련해서는 협상 테이블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협상 관계자는 "양측 간 요구 수준의 괴리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존재하지만, 노조 내부에서도 현실적으로 수용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완만한 수준의 합의'를 목표로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했다.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어용 노조에 그치면서 근로자들이 임금인상을 포기하는 흐름도 포착됐다. 조직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적극적으로 인금 협상안을 타진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는 지적이다. 그중에는 증권사 계열 저축은행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노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노조 가입 권유나 활동을 제안받은 적은 없다"라며 "간혹 성과급이나 상품권이 제공되기는 하지만 협상이 아닌 사측 통보 방식으로 임금을 조정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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