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언론과 인터뷰서 '방향 전환' 언급…시장서 '금리 인하 종료'로 해석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문화영 기자] -다음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 후폭풍 소식입니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기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를 지속해오다가 '방향의 변화'를 언급하면서 채권 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이 총재의 말을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서 국채를 매각하려는 수요가 늘어나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한은 부총재보가 이 총재의 말이 금리 인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해명을 하며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가 사실상 종료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최근 이 총재가 '매파적(긴축 선호)' 발언을 했다면서요.
-이 총재는 지난 12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피벗)을 시사하는 말을 했습니다. 이 총재는 "현재 국내총생산(GDP)갭(잠재성장률-실질성장률)이 마이너스 상태인 만큼, 공식 입장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한다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금리 인하의 폭과 시점, 혹은 정책 방향의 변경(change of direction)이 있을지는 앞으로 나올 새로운 데이터에 달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총재의 말 이후 채권 시장이 요동쳤다고 들었습니다.
-이 총재 인터뷰 직후 채권 금리가 급등했습니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장중 연 3.3%를 돌파했으며, 이후 다소 낮아져 연 3.282%로 마감했지만 연고점을 경신했습니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3.3%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입니다. 5년물도 하루 사이 0.1%포인트 급등했고, 3년물의 최근 한 달 새 0.4%포인트 가까이 오르더니 12일 연 2.923%로 마감해 연고점을 돌파했습니다.
-채권 금리가 상승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의 기준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습니다. 기준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현재 발행된 국채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아 매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채권을 매각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결국 국채 가격이 떨어지게 되는데요. 채권의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입니다. 따라서 국채 금리가 상승하게 됩니다.
예를들어, 100만원짜리 가격의 채권에 연 3% 금리를 주는 채권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1년에 3만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때 기준금리가 4%로 올라버리면 3% 금리의 채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됩니다. 하지만 100만원짜리 채권을 96만원에 판다면, 수익은 똑같이 3만원이지만 가격이 내려가면서 금리는 3.13%로 상승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채권 금리는 오르게 되는 것이죠.
-채권금리가 오르면 어떤 단점이 있나요?
-채권금리의 상승은 시장의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기업들의 경우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발행 시 더 높은 이자를 주어야 합니다. 또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재정을 충당하는데, 재정적자가 큰 상태에서 국채 금리가 오르면 채무이자 부담이 더욱 가중될 우려가 있죠. 경기 둔화와 투자 감소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여지가 있습니다.
이번 같은 경우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나타났는데요. 외국인 투자자들은 12일 하루에만 3년 국채 선물을 1조5352억원어치, 10년물을 4279억원어치 순매도했습니다. 특히, 채권을 판 돈 중 일부를 달러로 환전하면서 원화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효과도 낳았습니다.
-채권 시장에 대한 문제도 나타난다면서요.
-현재 국내 채권 시장은 물량이 너무 늘어나 있는 상태입니다. 내년 정부 예산은 역대 최대치인 728조원인데, 이를 충당하려고 내년 국고채 발행 규모는 232조원으로 올해 대비 12% 늘어나게 됩니다. 이는 역시 역대 최대치인데요. 이 중 차환 발행을 제외한 적자 국채만 110조원에 육박합니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안 중 하나인 대미 투자금이 매년 200억달러 규모로 나간다는 것과, 150조원에 육박하는 국민성장펀드 재원 마련을 위해 채권을 더 발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채권 발행이 늘어나는 것은 결국 채권 공급이 확대되는 것으로, 가격 하락(채권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 국채 가격 급등…뒤늦게 부총재 '진화'
-한국은행의 입장은 어떤가요?
-한은은 바로 이 총재의 말에 대한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통화정책의 방향이 그렇게 단기간에 바뀔 수는 없다"며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런 표현들을 계속 가져가야 할지를 전망 수치에 따라서 고민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로 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맞습니다. 이창용 총재가 데이터에 입각해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했는데, 데이터상으로 금리 인하가 어려운 상황이기도 합니다. 높은 환율과 더불어 떨어지지 않는 부동산 가격 등이 문제로 거론됩니다.
불과 3개월 전인 9월에 138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14일 오후 4시 기준 1459.50원으로 1450원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둘째 주(11월10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0.17% 올랐습니다. 상승폭은 축소됐지만, 오름세는 여전히 지속되는 상황이지요.
-그렇다면 정말 기준금리 인하는 끝난 건가요.
-경제성장이 더디면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합니다. 다만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잠시 멈추도록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로 기존 8월 전망치인 0.8%보다 0.1%P 올렸고, 내년 전망치는 기존 1.6%에서 1.8%로 전망했습니다. KDI는 특히 내년에는 수출보다는 내수 시장의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새 정부가 지급한 '소비쿠폰' 효과로 인해 민간소비가 올해(1.3%)보다 높은 1.6% 증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JP모건도 13일 보고서를 통해 11월 금리 전망을 인하에서 동결로 바꾸었습니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개선돼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한데요. 노무라증권은 아예 내년 말까지 추가 금리 인하 없이 현재의 연 2.5%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말 한마디에 시장이 요동치는 것처럼 통화정책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네요. 아무쪼록 한국은행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 고려한 다음, 현재 상황에 맞는 최적의 결정을 내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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