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용 신라면에 1조2000억원 '시설 투자'

[더팩트 | 손원태 기자] 내수 침체 속에서 실적이 주춤하고 있는 농심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인 K-라면 시장을 겨냥해 1조원이 넘는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실적 반등을 이뤄보겠다는 의지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심의 지난해 연 매출은 연결 기준 전년(3조4106억원) 대비 0.8% 증가한 3조438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2121억원에서 23.1% 감소한 1631억원으로 나타났다. 농심은 올해 상반기 매출도 전년 동 기간(1조7332억원) 대비 1.6% 증가한 1조7608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1051억원에서 962억원으로 8.5% 감소했다.
농심의 저성장은 스낵·음료 사업과 높은 내수 비중에서 기인한다. 농심은 스낵에서 새우깡과 포테토칩 등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음료로는 웰치스와 카프리썬 등의 사업을 전개한다. 그러나 농심의 스낵·음료 매출은 계속해서 역성장에 허덕이고 있다.
농심의 지난해 스낵 매출은 전년 4328억원에서 1.9% 감소한 424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매출도 전년 동 기간(2216억원) 대비 3.8% 감소한 2131억원을 기록했다. 음료 사업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지난해 음료 매출은 전년 2214억원에서 7.6% 감소한 2045억원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음료 매출도 전년 동 기간(1088억원) 대비 23.1% 감소한 837억원으로 나왔다.
반면 농심의 라면 사업은 비교적 순탄하게 흐르는 모습이다. 지난해 농심의 라면 매출은 전년 1조5618억원에서 1.8% 증가한 1조590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역시 라면 매출은 전년 동 기간(7882억원) 대비 4.1% 증가한 8202억원으로 집계됐다.

농심이 본업인 라면에 대대적으로 투자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또한 넷플릭스 콘텐츠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글로벌 시청 수 1위에 오르면서 애니메이션 속 K-라면 열풍도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농심은 현재 해외에서 6곳(중국 4곳, 미국 2곳)의 생산법인과 7곳의 판매법인을 두고 있다. 농심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수출 포함)은 1조3038억원이다. 이를 토대로 농심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8%이다. 이는 나머지 매출의 60%가 국내에서 기인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속 농심이 실적 부진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라면과 글로벌 외 방법이 없다.
실제로 농심은 최근 3년간 글로벌 매출이 △2022년 1조1517억원 △2023년 1조2515억원 △2024년 1조3038억원으로 우상향을 나타냈다. 올해 상반기에도 글로벌 매출이 전년 동 기간(6598억원) 대비 3.8% 증가한 6847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농심은 신라면에 케데헌을 입힌 마케팅에 힘을 주면서도 글로벌 현지인들의 입맛을 겨냥한 신제품을 내고 있다.
우선 농심은 지난 8월 말 신라면 패키지에 케데헌을 입힌 제품을 한정 출시했다. 케데헌 속 헌트릭스와 루미, 미라, 조이, 사자 보이즈, 더피 등 캐릭터들을 패키지로 담아 신라면 글로벌 마케팅을 펼쳤다. 이 제품은 북미와 유럽,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등 농심의 주력 수출 국가에서 판매됐다.
농심은 또 기존 신라면을 국물이 아닌 볶음면으로 새롭게 꾸렸다. 지난해 9월 출시했던 '신라면 툼바'와 이달 말 공개를 앞둔 '신라면 김치볶음면'이 그 주인공이다. 신라면 툼바는 기존 신라면에다 우유와 치즈를 섞은 제품이다. 신라면 김치볶음면은 신라면에 김치볶음 고유의 매콤함과 달콤함을 더했다. 농심은 글로벌 라면 시장에서 볶음면 수요가 증가하는 점에 착안해 이 같이 만들었다.
농심은 올해 초 '비전 2030'을 선포하면서 'Global Change & Challenge'라는 새 슬로건을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농심은 오는 2030년 연 매출 7조3000억원, 영업이익 7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농심은 오는 2029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라면 생산시설을 확충한다. 이 모두 농심의 해외 사업 강화를 위한 연장선이다.
이에 농심은 지난 5월 부산 녹산산업단지에 1만1280㎡(약 3400평) 규모의 수출용 생산공장 착공에 나섰다. 공장 연면적은 4만8100㎡(약 1만4500평)로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한다. 농심은 사업비 1918억원을 투입했다. 공장이 완공되면 농심의 연간 라면 생산량은 최대 60억 개로 늘어난다.
농심은 지난 6월에도 울산 삼남물류단지에 4만6700㎡(약 1만4000평) 규모의 물류센터 착공에 돌입했다. 물류센터 연면적은 16만6700㎡(약 5만 평)로 오는 2027년 상반기 가동된다. 농심은 물류센터 건립에도 사업비 2290억원을 집행했다. 이 역시 농심의 국내외 라면 수출 물량을 대비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다.
농심은 올 상반기에만 42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농심은 글로벌 라면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 앞으로도 8000억원 가량의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농심 관계자는 "녹산 수출공장은 해외 성장세에 맞춰 최대 8개 라인을 추가하고, 생산능력을 현재 대비 최대 3배 수준까지 늘릴 수 있다"라며 "신라면 툼바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생산능력을 갖춰 K-라면 대표기업으로 위상을 굳히겠다"고 설명했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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