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윤정원 기자]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의 인수전이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의 2파전으로 흘러가게 됐다.
전날 마감된 본입찰에는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실질적인 구도는 한화생명과 흥국생명간 경쟁으로 굳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보험사와 자산운용사 간 전략적 패권 경쟁으로 평가하며, 인수 결과가 국내 대체투자 시장의 향후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오피스,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등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약 67조원대 운용자산(AUM)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지스자산운용의 부동산펀드 순자산총액은 27조원으로, 전체 부동산펀드 시장에서 14.54%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최근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 둔화로 펀드 수익률이 흔들리면서 지배구조 재편과 장기 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해 매각이 추진됐다.
매각 주체는 창업주 고(故) 김대영 전 회장의 배우자이자 최대주주인 손화자 씨와 주요 재무적투자자(FI)들이고, 매각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맡고 있다. 매각 대상 지분은 최대 98%까지 확대된 상태이며, 시장에서는 기업가치를 8000억~1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예비입찰 이후 진행된 실사 과정에서 우발채무와 펀드 손실이 드러나면서 매각가는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 한화생명, 그룹 시너지와 안정적 자금조달 내세워
한화생명은 이번 인수전에서 가장 안정적인 전략을 가진 후보로 평가된다. 한화그룹은 이미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와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이지스 인수를 통해 그룹 차원의 부동산·대체투자 전문 플랫폼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한화는 자기자본 중심의 자금조달 계획을 내세워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글로벌 운용사와 경쟁할 때 금융 안정성을 바탕으로 한 신뢰감을 주고 있다.
한화생명의 전략적 장점은 단순히 자금력뿐만 아니라 경영 통합과 시너지 극대화 가능성에 있다. 기존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펀드 운용 효율성을 높이고, 그룹 전체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할 수 있다. 또한, 한화는 대체투자 분야에서 이미 일부 성과를 내고 있어, 이지스 운용 자산을 그룹 포트폴리오와 통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운용 효율과 수익률 상승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단점으로는 인수 규모가 크고, 전체 지분을 확보할 경우 초기 투자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자기자본 중심 조달 전략은 안정적이지만, 대규모 자금 집행으로 단기적인 현금 유동성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그룹 차원의 전략과 기존 이지스 조직문화 간 조율 과정에서 PMI(Post-Merger Integration) 리스크가 존재한다. 기존 운용 조직과 직원들의 고용 승계, 운용 전략 조정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기대한 시너지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 흥국생명, 투자 포트폴리오 확장과 현금력 강점
흥국생명은 모회사 태광그룹의 투자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과 연계해 이번 인수전을 준비해왔다. 태광그룹은 금융, 문화, 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이지스 인수를 통해 대체투자 역량을 그룹 전반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흥국코어리츠에 서울 종로 본사 사옥을 7193억원에 매각하고,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총 9000억원대의 현금을 확보한 점도 흥국의 강점으로 꼽힌다. 이를 바탕으로 인수자금을 신속하게 조달할 수 있으며, 자금 조달 방식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평가다.
흥국생명의 장점은 투자 실행력에 있다. 그룹 차원에서 투자 의사결정이 빠르고, 필요할 경우 전략적 펀드 운용 방식이나 구조를 유연하게 바꿀 수 있어 단기적으로 운용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태광그룹이 기존 금융·투자 경험을 갖추고 있어, 그룹 내 시너지를 통해 부동산 투자 포트폴리오 확장과 리스크 분산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한화에 비해 운용 안정성과 시장 신뢰도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한화와 달리 장기간 자기자본 중심의 안정적 운용 경험이 축적되지 않았다는 점과, 그룹 내부 투자 전략과 이지스 조직 간 조율이 필요한 점이 잠재적 리스크로 지적된다. 또한, 단기적 현금력은 강점이지만 장기적 운용 전략과 안정성 측면에서는 한화 대비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지분 매각이 아니라, 보험사·운용사 간 전략적 자산운용 재편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한화가 승리하면 그룹 내 금융 계열사와의 통합 시너지가 극대화될 전망이며, 흥국이 승리할 경우 태광그룹의 대체투자 네트워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승부의 핵심은 자금력, 운용 안정성, 실행력 세 가지가 얼마나 균형 있게 충족되느냐"라며 "한화냐 흥국이냐에 따라 국내 대체투자 시장 지형이 새롭게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연내 이지스자산운용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전망이다. 이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잔금 지급 등으로 거래가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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