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사업 재개 나섰으나 두 달째 감감무소식

[더팩트 | 손원태 기자] 1세대 이커머스인 위메프가 대규모 미정산·미환불 사태로 파산에 이르면서 소상공인과 소비자 등 피해자 11만명을 양산했다. 위메프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사실상 피해자들의 손실액을 변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메프와 한때 큐텐그룹 일원이었던 티몬 역시도 서비스 재개 시점이 안갯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3부(정준영 법원장)는 지난 10일 위메프의 회생 절차 폐지 결정을 확정하고 파산 선고했다. 위메프가 회생 절차를 신청한 지 1년 4개월 만의 일이다. 위메프는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결국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앞서 위메프는 지난 2010년 5월 창업주 허민 전 대표가 만든 국내 1세대 이커머스다. 당시 초특가 프로모션과 대규모 할인쿠폰 지급으로 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위메프는 2019년 한때 연 매출 4653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 최대치를 썼다. 그러나 이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위메프는 최고 매출을 기록하던 2019년 영업 손실 758억원을 기록했다. 쿠팡과 컬리 등 이커머스 후발주자들이 등장하면서 위메프의 출혈 경쟁이 심화한 탓이다.
위메프는 지난 2019년 부채총액이 5581억원, 자기자본이 106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위메프의 부채비율은 5265.0%에 달했다. 이후 위메프는 이듬해인 2020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5년 가까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위메프 실적도 감소세를 그리면서 2024년 연 매출은 436억원을 기록했다. 불과 5년 만에 매출이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위메프는 지난 2023년 4월 큐텐그룹 구영배 회장에 티몬과 함께 매각됐다. 구영배 회장 역시 1세대 이커머스인 G마켓 창업주로서 이커머스 재도약을 꿈꿨던 터였다. 그러나 큐텐그룹의 무리한 확장 전략은 1조5000억원대에 이르는 '티메프(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미환불 사태를 불렀다.
위메프가 파산에 이르면서 미정산·미환불 피해자만 10만8000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피해자의 손실액 규모만 약 5800억원에 달한다. 위메프 매각 주간사였던 EY한영회계법인에 따르면 지난해 위메프의 총자산은 486억원, 부채총액은 4462억원으로 조사됐다. 위메프의 계속기업가치는 –2234억원, 청산가치는 134억원이다.
계속기업가치는 회사를 계속 운영할 때의 기업가치를 뜻한다. 반대로 청산가치는 회사를 매각할 때의 가치를 의미한다. 기업 회생 절차는 회사를 계속 운영할 때와 회사 자산을 팔았을 때의 가치 중 어느 쪽이 더 큰 것인지를 따져 판단한다. 위메프의 경우 티몬과 다르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파산에 이르렀다.
재판부가 "채무자는 채무자의 사업을 청산할 때의 가치가 채무자의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보다 크다는 것이 명백하게 밝혀졌다"라며 "법원이 정한 기간인 지난 9월 4일까지 회생 계획안 제출이 없으므로 채무자의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286조 2항에 의해 회생 절차를 폐지한다"라고 판결한 이유다.
문제는 위메프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또한 파산 절차에서는 임직원 임금과 퇴직금, 조세 등 재단채권이 우선순위로 변제된다.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상거래채권은 파산채권으로 묶이면서 후순위로 밀려난다. 5800억원에 달하는 피해자들의 손실액은 사실상 변제받기가 어려운 구조다.
파산관재인 김태연 변호사는 "소상공인의 상거래채권과 같은 파산채권은 변제받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이커머스나 기업이 파산하면 그곳과 거래를 튼 소상공인들도 줄도산할 수밖에 없는데 이들도 더 이상 빚을 탕감할 수 없을 때에는 개인 파산 외 방법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서울회생법원은 파산관재인에 임대섭 변호사를 지정했다. 위메프 채권 신고 기간은 내년 1월 6일까지다. 채권자집회와 채권조사 기일은 같은 달 27일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다. 파산관재인은 법원이 선임하는 파산 절차의 총책임자로서 회사의 남은 자산을 최대한 확보하고 현금화해 채권자에게 배분한다.
티메프 피해자들로 구성된 검은우산의 신정권 비상대책위원장은 "위메프로부터 정산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이자 비용도 온전히 채권자가 부담한다"라며 "이 사태를 촉발시킨 티메프 경영진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데, 국가는 이 사태를 방관해 위메프 11만명의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위메프가 몰락하게 되면서 시선은 티몬으로도 향하고 있다. 티몬은 위메프와 함께 1세대 이커머스 주자로서 한때 큐텐그룹 일원이었다. 다만 티몬은 지난 6월 새벽배송 업체인 오아시스에 가까스로 인수됐다.
오아시스는 티몬 인수를 위해 사업비 181억원을 투입했다. 이 금액은 티몬 지분 100%인 116억원,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65억원을 합한 액수다. 아울러 오아시스는 티몬의 사업 재개를 위해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티몬은 그러나 현재까지 카드사들이 PG(결제 대행사)로 참여하지 않아 사업 재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티몬은 지난 8월 11일과 9월 10일 두 차례 사업 재개를 예고했으나 두 달 넘도록 관련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티몬은 입점 시 업계 최저 수수료인 3~5%와 익일 정산 시스템을 내세워 1만여 곳의 입점 업체를 확보했다. 하지만 결제 수단이 마련되지 못하면서 결국 불발됐다. 카드사들은 티몬을 상대로 기존 피해 보상안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티몬의 사업 재개가 안갯속으로 사라지면서 오아시스의 부담도 커져가는 모습이다. 오아시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24억원이다. 오아시스는 영업이익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유상증자를 실시해 티몬에 투입했다.
다만 오아시스는 "인수 금액과 추가 투자까지 진행한 만큼 티몬의 재오픈은 반드시 추진할 것"이라며 강조했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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