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윤정원 기자] 정부가 배당소득 분리과세 완화를 검토하면서 자본시장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고배당주를 기피하던 개인투자자들이 오히려 배당을 통한 '세테크'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배당이 세금 회피 대상에서 절세 수단으로 전환되는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 배당소득 분리과세 35%→25% 완화 조짐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배당소득을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분리해 과세하고, 소득 구간별로 세율을 달리하기로 했다. 정부안에서는 배당소득 3억원 초과분에 최고 35%의 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개편안 발표 업종별 요건 충족 비율 편차가 상당하고, 주식양도세율보다 높아 배당 확대 요인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결국 정부와 여당은 고배당 기업을 대상으로 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 세율을 기존 정부안인 35%보다 완화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의견인 '25%'까지 세율을 낮추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고위 당정 협의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세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배당 활성화 효과를 최대한 촉진할 수 있도록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 세율 합리적 조정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구체적 세율 수준은 정기국회 논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이번 조치가 중·고소득층의 국내 자금 유입을 촉진하고, 배당 중심 투자문화 확산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 한 시중은행 WM(자산관리)센터 관계자는 "그간 배당금 받으면 세금 더 낸다는 인식 때문에 투자자들이 국내 배당주를 피했지만, 세 부담이 완화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세후 수익률 기준으로 보면 배당주가 예금보다 매력적인 구간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수혜군은 금융·통신·에너지株…"세후 수익률 격차 커진다"
세제 완화가 현실화될 경우, 고배당 성향이 뚜렷한 금융지주·통신·에너지 업종이 직접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주는 배당수익률이 6~7%에 달한다. 올해 실적 호조세가 이어지고, 정부의 주주환원정책 기조가 맞물리며 배당성향을 30% 이상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역시 현금흐름이 안정적이어서 배당 확대 여력이 충분하다. 특히 KT는 2026년까지 배당성향 50% 이상을 목표로 하는 중기 주주환원 계획을 공개했다. 에너지 업종에선 포스코홀딩스, SK이노베이션, 한국전력 등도 고정 배당을 유지하며 시장의 세후 수익률 경쟁력을 높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세제 완화가 단순한 세금 감면을 넘어 자본시장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세후 수익률' 개념이 확산되면 단기 매매 대신 중장기 인컴 중심의 투자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자사주 제도까지 정비되면 계속해서 증시로 자금이 밀려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이제 '세금 덜 내는 투자'라는 세테크 프레임이 배당시장에도 적용된다"며 "배당은 더 이상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 투자자에게도 유효한 절세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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