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임시주총서 이선주 신임 대표이사 선임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국내 뷰티업계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공개된 가운데 아모레퍼시픽과 에이피알이 해외 확장과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성공한 반면 LG생활건강은 뷰티 부문에서 대규모 적자를 내며 외형과 수익성 모두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5800억원, 영업이익 46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8%%, 56.5% 감소한 수치다.
특히 주력 사업인 화장품 부문 부진이 심화됐다. 뷰티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5% 줄어든 4710억원이며 영업손실은 588억원으로 지난 2분기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뷰티 사업의 재정비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며 "새로운 리더십과 함께 사업 경쟁력 제고와 중장기 실적 회복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의 실적 부진은 최근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6조8119억원으로 전년 대비 0.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7% 감소한 4590억원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액은 3조3027억원, 영업이익은 19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3%, 36.3% 줄어들었다. 2분기의 경우 영업손실 163억원으로 82분기 만에 처음으로 화장품 사업 적자를 냈다.
이는 K-뷰티 열풍 속에서 아모레퍼시픽과 에이피알이 실적 반등에 성공한 것과 다른 행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1082억원, 영업이익 104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 39% 증가했다.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은 립·스킨케어 중심의 해외 판매가 확대되며 영업이익은 9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늘었다. 라네즈·에스트라·려 등 브랜드가 미주·유럽·중화권에서 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은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크리에이트 뉴뷰티'를 중장기 비전 슬로건으로 정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스킨케어 부분 글로벌 톱3 진입과 해외 매출 비중 70% 달성을 목표로 글로벌 성장 가속, AI 기반 경영 혁신을 통해 글로벌 대표 뷰티&웰니스 기업으로 도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이피알 역시 상승세를 보이며 K-뷰티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3분기 매출 3859억원, 영업이익 9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2%, 253% 증가하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 뷰티 디바이스 글로벌 누적 판매는 500만대를 넘어섰으며 해외 매출 비중은 80%까지 확대됐다. 이달 시가 총액도 10조원을 넘어서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앞질렀다.

수익성을 회복하고자 LG생활건강은 지난달 뷰티 판매판촉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면세점·백화점 등 전통 오프라인 채널 축소를 전제로 인력 운영 효율화를 추진한 것이다. 회사 측은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적절한 인력 운영 방안을 고민해왔다"고 희망퇴직 배경을 설명했다.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LG생활건강은 지난 10일 임시주총에서 글로벌 뷰티업계 경험이 풍부한 이선주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사장은 로레알 코리아에서 홍보 및 기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출발해 키엘·입생로랑 등 중요 브랜드를 총괄한 마케팅 전문가다.
특히 한국에서 키엘 브랜드를 미국에 이어 글로벌 매출 2위 국가로 성장시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후 마스크팩 브랜드인 메디힐의 미국 시장 진출을 진두지휘했으며 AHC 브랜드 정립 및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LG생활건강 측은 이 사장 영입에 대해 "다양한 브랜드 마케팅 및 사업 경험에서 나오는 탁월한 마케팅 감각을 발휘하여 생활건강 화장품 사업의 Step-up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22년 12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던 이정애 대표는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 갖고 있던 LG생활건강 보통주 1500주, 약 4억3000만원 규모를 전량 매각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글로벌 K-뷰티 열풍으로 화장품 업계가 급변하는 가운데 LG생활건강이 다른 뷰티 업체들에 밀리기 시작했으나 뚜렷한 반등을 만들지 못하자 이에 책임지고 용퇴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생활건강은 신임 CEO를 중심으로 뷰티 포트폴리오 재정비와 해외 사업 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다만 아모레퍼시픽과 에이피알이 국내외에서 이미 강세를 보이고 있어 LG생활건강의 실적 반등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이 새로운 대표이사 체제에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글로벌 감각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뷰티 시장 내 경쟁 강도가 높아 단기간에 실적이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면세·중국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소비자에게 통할 새로운 제품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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