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직에 여성 다수 포진 영향?…최근 5년 카드 모집인 56.4%↓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신용카드사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인력을 동시에 늘리는 가운데, 현대카드의 비정규직 확대 속도가 가장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 공략에선 '트렌디 기업'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내부 고용 구조에선 불안정성이 짙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업계에선 현대카드가 외주 대신 직접 고용을 유지하면서 카드모집인 등 인건비가 크게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비정규직 확대'로만 보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카드사 임직원 수는 1만2677명으로, 최근 5년간 584명 늘었다. 이 가운데 정규직은 294명, 비정규직은 290명 증가했다. 기간제법에 따라 비정규직원을 2년 이상 고용하면 무기계약직 형태의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채용이 더욱 활발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 비정규직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현대카드다. 지난 2021년 상반기 482명이던 비정규직은 올 상반기 656명으로 3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드사 전체 비정규직 비중이 25.7%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정규직 선호 흐름에서 역행하는 행보다.
특히 최근 5년간 여성 기간제 근로자의 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올 상반기 현대카드의 여성 근로자 1203명 가운데 451명(37.5%)이 기간제 근로자였다. 이는 2021년 대비 25.97% 증가한 수치로, 여성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 형태로 근무하는 셈이다. 반면 남성 기간제 근로자는 같은 기간 147명에서 228명으로 늘어 전체 남성의 23.03% 수준에 그친다.
여성 근로자의 고용형태가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만큼 남녀 임금 격차도 컸다. 올 상반기 남성 직원의 평균 임금은 9100만원으로 여성(6500만원)보다 2600만원 높았다. 지난해(2700만원)보다 격차는 소폭 줄었지만, 전업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카드) 가운데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여성 근로자 세 명 중 한 명이 비정규직이라는 고용 구조가 임금 격차를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고용 구조는 현대카드가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이미지와 대비된다는 평가도 있다. 현대카드는 업계에서도 트렌드 감각이 가장 빠른 회사로 꼽힌다.
특히 1960년생의 정태영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팔로워 6만명의 인플로언서 CEO로 카드사 수장들 중 최고령이지만, 젊은 감각이 가장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진행한 '2025 다빈치모텔'에서는 직접 강연자로 나서 MZ세대와의 교감을 시도했고, 유명 아티스트를 집무실에 초대하는 일상을 공개하며 '스타 CEO' 이미지를 구축했다.
정 부회장은 2021년에도 백신 유급휴가 시행과 관련해 "열이 나고 아픈데 억지로 출근해봐야 일을 제대로 못할 것"이라며 근로자 권익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외형적 소통보다 근본적인 고용 안정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카드는 "카드 영업이나 채권 회수 등 일부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타사와 달리 계약직 인력을 직접 고용해 운영하고 있는 만큼 비정규직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또 여성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데 대해 "비정규직 채용이 활발한 일부 사업 부문에 여성의 지원이 집중되는 구조적인 요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현대카드의 카드모집 관련 비용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비정규직 채용 확대가 처우 개선을 통한 인력 이동의 결과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단순한 인력 이동에 따른 결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채권회수 업무는 주로 방문추심과 전화추심으로 나뉘는데, 방문추심은 안전 문제 등 변수를 고려해 남성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금융감독원 민원 최소화를 위해 채무자와의 원활한 소통이 요구되면서 여성 인력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비정규직 여성 비중이 높은 이유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비정규직이 주로 심사업무 등에 배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업계는 카드영업이나 단순심사 업무 또한 상당수를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주계열 카드사의 경우 은행 창구에서 신용카드 발급을 돕고 있으며 온라인 영업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카드 영업 직원의 수는 감소하는 흐름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 상반기 기준 전국에서 활동하는 카드모집인은 3552명이다. 지난 2021년 말 8145명과 비교하면 절반 넘게 쪼그라든 수치다.
금융업계 전반에서도 비정규직을 통한 효율성 제고는 한계에 다다른 분위기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정규직 비중을 늘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사례처럼, 고용 안정이 곧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연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카드 역시 올해 3분기 주요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그 성장이 지속되기 위해선 조직 내 균형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업계가 외부 업체에 일부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현대카드의 직접 고용이 사회초년생에게는 경력으로 남을 수 있어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라면서도 "외부업체의 직원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혼합된 만큼 자체 비정규직 비중을 늘리면 고용안정은 물론 연속성과 전문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내부 인력 구조의 불균형이 지속될 경우 조직 안정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정규직 전환이나 경력 유지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상반기에 성과급이 지급되어 상반기만 봤을 때 타사에 비해 격차가 커보이나, 연간으로는 타사보다 격차가 적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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