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손실보상 나설 것", 쿠팡노조 "일자리 위협"

[더팩트 | 손원태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택배노조가 택배기사들의 과로사를 해결하기 위해 새벽배송 금지를 제안한 가운데 소비자와 소상공인은 물론 노동계마저도 등을 돌리면서 역풍이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학계에서는 새벽배송이 유통산업의 근간으로 자리를 잡은 만큼 이를 금지할 시 수십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내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지난달 22일 택배기사의 과로사 해결을 위해 열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심야시간인 오전 0시부터 5시까지 배송을 금지하자는 안을 냈다.
사회적 대화 기구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로 출범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 택배사(쿠팡·컬리·CJ대한통운 등),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이 참여한다. 여기서 나온 안은 향후 정부 정책이나 법, 제도 개편으로 이어진다.
민주노총은 새벽배송으로 택배기사들의 과로사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쿠팡을 겨누었다. 이들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야간 노동을 2급 발암 요인으로 분류한 만큼 택배기사들의 건강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오전 0시부터 5시까지 새벽배송 제한 △오전 5시 및 오후 3시 출근하는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새벽배송이 이미 소비자들의 일상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라 국민적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SNS상에서 "야간근무는 택배기사들만 하는 게 아닌데 모든 영업장을 닫겠다는 것이냐", "새벽 장사 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영업 준비를 하라는 것이냐" 등의 볼멘소리를 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이 더브레인에 의뢰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9월 24일~10월 14일)에서 응답자의 64.1%가 "(새벽배송 중단 시) 불편함을 느낄 것 같다"라고 답할 정도였다.
쿠팡의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유료 멤버십 와우회원은 현재 약 1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를 컬리와 SSG닷컴, 오아시스 등으로 확대하면 새벽배송 이용자는 2000만명이 넘는다.
이에 새벽배송으로 생계를 이어오는 소상공인에서도 반발 목소리가 빗발쳤다.
지난해 발표한 쿠팡 임팩트 리포트를 보면 쿠팡과 거래를 틀고 있는 국내 소상공인 수는 약 23만명이다. 또한 쿠팡과 소상공인의 연간 거래금액도 12조원을 웃돈다. 쿠팡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약 75%는 비수도권에 밀집돼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전날 논평을 내 "새벽배송 금지 주장은 정부의 민생경제 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만약 새벽배송이 금지되면 손실보상 촉구에 나서겠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제는 새벽배송을 담당하는 당사자인 쿠팡 기사들도 고용을 이유로 반대를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현재 쿠팡의 물류, 배송 사업을 담당하는 곳은 쿠팡로지스틱스다.
쿠팡로지스틱스 직고용 배송기사 노조인 쿠팡친구노동조합(쿠팡노조)은 "조합원의 일자리를 뺏겠다는 주장을 노동조합이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질 않는다"라며 "쿠팡노조의 야간 배송 조합원 비율은 40% 이상 달하는데 이 40%의 고용 안정을 위협하는 시도는 납득할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쿠팡의 배송 사업을 위탁하는 택배기사 1만여 명이 소속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도 이례적으로 입장을 냈다. CPA는 새벽배송 기사 24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조사에서 응답자 93%가 '심야배송 금지'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PA는 "오전 5시 배송을 시작하면 출근 시간에 차는 막히고, 엘리베이터에는 등교하는 아이들과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배송을 할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학계에서도 새벽배송 금지가 불러올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가 지난 6일 낸 '새벽배송과 주7일 배송의 파급효과 관련 연구' 보고서를 보면 새벽배송과 주7일 배송이 중단될 시 택배 주문량이 4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소상공인 매출 18조3000억원, 이커머스 업체 매출 33조원이 감소하는 규모다. 이를 토대로 학계는 새벽배송 금지 여파가 총 54조원 가량의 경제적 손실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새벽배송 금지를 둘러싼 각계각층의 우려가 끊이질 않으면서 시선은 이달 28일 예정된 사회적 대화 기구 3차 회의로 향하고 있다. 앞서 지난 1·2차 회의에서 민주노총은 △심야시간 배송 품목 제한(물량 축소) △심야시간 배송 금지 등의 안을 내며 업계 혼란을 빚었다.
새벽배송 당사자인 쿠팡과 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는 물론 소비자와 소상공인 그리고 노조마저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쿠팡노조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국민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로 자리 잡았고, 쿠팡 물류에서 생명과 같은 핵심 경쟁력"이라며 "단순히 '야간 근로를 줄이자'는 주장으로 새벽배송을 금지하는 것은 택배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처사"라고 호소했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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