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윤정원 기자] 국내 상장사들이 연말을 앞두고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합한 복합형 주주환원 전략에 속속 나서고 있다. 정부의 주주친화 정책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증시 강세와 실적 회복세에 힘입어 현금 여력이 커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주주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고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동시에 추진하는 종목이 연말 증시를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확산하고 있다.
◆ 현금 보유 기업들, '통 큰' 환원 행보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11월 발표한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이미 이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9월 29일 기준 전량 취득을 완료했다. 이는 최초 발표 시 매입 목표와 3차 자사주 매입 공시 시한보다 조기 종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주주환원 기조를 유지하며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향을 지속해서 검토하고 있다"면서 "보유한 자사주 중 임직원 보상용을 제외한 8조 2000억 원 규모는 빠른 시일 내 적절한 시점을 정해 전량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분기 배당으로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1주당 370원의 현금배당을 진행하기로 했다. 시가배당률은 보통주 0.4%, 우선주 0.6%다. 총 배당금 규모는 2조4533억원이다. 배당 기준일은 지난 9월 30일로 정해졌고, 배당금 지급은 이달 19일 이뤄진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 29일 분기배당과 함께 임직원 보상 목적의 자기주식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보통주 1주당 375원(시가배당률 0.1%)의 현금배당이 이뤄지며, 배당금 총액은 2594억원 규모다. 배당기준일은 오는 11월 30일이다. SK하이닉스는 "배당금은 배당기준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같은 날 약 165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처분을 결정했다고도 공시했다. 보통주 3만1755주를 주당 52만1000원에 처분할 계획이다. 처분 기간은 오는 11월 28일까지다.
고려아연은 이달 6일 이사회를 열고 2025년 1주당 2만원의 결산배당을 결의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500원 늘어난 금액이다. 자기주식을 제외한 보통주 1818만3516주 기준 배당액은 약 3637억원 규모다. 여기에 1조6689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까지 포함하면 올해 총 주주환원 규모는 2조326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28일 2025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과 함께 주당 920원의 분기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25년 주주환원율은 지난해(38%) 대비 큰 폭 상승으로 상승한 약 45%로 전망된다. 소각을 위한 자기주식 취득 예정기간은 내년 1월 27일까지다.
LG그룹 지주사 LG의 경우에는 올해 처음 중간배당 제도를 도입, 지난 9월 보통주 기준 주당 10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배당성향도 6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LG는 내년까지 총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순차적으로 매입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 "단발성 이벤트 아냐"…금융당국 '밸류업 정책' 통했다
이처럼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동시에 늘어나는 배경에는 정부의 주주환원 정책이 있다. 금융당국이 작년 5월 '밸류업 정책'을 내놓으며 상장사에 주주환원 계획 공시를 유도하자, 주요 기업들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병행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세제 인센티브 검토와 밸류업 지수 편입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배당·자사주 정책이 더 이상 단발 이벤트가 아닌, '정책형 가치 제고' 수단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실제 증권가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배당수익률이 4% 이상이면서 자사주 소각 가능성이 높은 종목군이 연말 증시의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보험 등 금융업종뿐 아니라 2차전지와 철강, 통신 업종에서도 유사한 트렌드가 관측된다"고 분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정기 배당 외에 특별 배당을 검토 중인 기업들이 늘고 있다"면서 "고금리 국면에서 안정적 현금흐름을 확보한 기업일수록 주주환원 강도가 세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운용업계에서도 복합형 주주환원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확대, 감액배당 및 자사주 소각 장려 정책 등 정부의 최신 배당정책 기조를 적극 반영한 ETF들이 주목받는 추이다. 현재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끄는 ETF로는 △한화자산운용 'PLUS 고배당주 ETF' △신한자산운용 'SOL 코리아고배당'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 등이 있다.
한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배당은 단기적인 주가 부양 수단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기업의 장기 신뢰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평가받는다"면서 "현금 유보가 충분한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통해 밸류에이션을 재평가받는 흐름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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