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의 50% 관세와 유럽연합(EU)의 외국산 철강제품 수입 장벽 강화, 중국의 저가 공세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업계 맏형 포스코그룹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최근 마무리된 글로벌 빅 외교·경제 이벤트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25'에서도 철강업계는 소외됐다.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꼽히던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지만, 자동차·조선업계만 불확실성을 해소했을 뿐 철강업계는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민간외교 노력과 활발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행보는 유의미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공급망 기반 활발한 '민간외교' 성과
장인화 회장은 철강 통상환경의 구조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주요국과 경제외교·사업 협력을 병행하며 현지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포항제철소에서 회동을 갖고 포스코그룹과 호주 정부 간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호주 총리가 포스코를 방문한 것은 2003년 존 하워드 전 호주 총리 이후 22년 만이다. 이 자리에서 앨버니지 총리는 "호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원 보유국으로, 핵심 광물 투자를 통해 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무한한 기회의 땅"이라며 "호주의 풍부한 자원은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 것이며, 한국과의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장 회장은 "호주는 철강을 넘어 이차전지 소재, 에너지 분야까지 미래 성장 산업을 함께 개척해 나가는 전략적 동반자"라며 "이번 방문이 양국 간 신뢰를 공고히 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장 회장과 앨버니지 총리의 면담에 앞서 호주를 대표하는 글로벌 원료기업 BHP와 탄소 감축 제철공법인 HyREX 기술 연구개발(R&D)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BHP는 HyREX 데모 플랜트의 시험 가동에 필요한 철광석 원료와 기술 노하우를 제공하게 된다. 포스코그룹은 BHP와의 협력을 글로벌 철강사와 원료공급사가 함께 하는 기후변화 대응 성공 사례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같은 날 장 회장은 '미래를 잇다: 공동 번영을 위한 포스코의 공급망 파트너십'을 주제로 한 APEC CEO 서밋 기조연설에서 호주·일본과의 다자간 공급망 협력 내용과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장 회장은 그 전날(10월 29일)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주재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희토류 중심의 공급망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APEC 기간 중 대통령 주최 만찬과 시진핑 주석 초청 만찬에도 참석해 글로벌 정·경제계 주요 인사들과 활발히 교류했다.
장 회장은 지난달 23일에는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25 밴플리트상'도 수상했다. 밴플리트상은 한미 간 이해와 협력, 우호 증진에 뛰어난 공헌을 한 개인 또는 단체에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장 회장의 글로벌 리더십과 네트워크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그룹·클리블랜드클리프스와 美 현지 협력 시너지 기대
장 회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 온 '완결형 현지화 전략'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 전략은 시장이 존재하는 곳에 제철소를 짓고, 현지에서 제품 생산부터 부가가치까지 창출하겠다는 구상으로 현지 진출 시 필요하면 경쟁사와도 손잡아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4월 현대자동차그룹과 손잡고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공동 설립을 추진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에는 미국 내 고로 설비 능력 1위 철강사인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포스코와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포스코그룹은 미국 내 철강 제품을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단기적으로는 현지 철강사와 손잡아 신속히 시장에 진입하고, 장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과 합작해 제철소를 설립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강화된 미국 관세 장벽을 돌파하고 있는 셈이다.

원료광산부터 열연·냉연·후판까지 아우르는 일괄 생산 체계를 갖춘 미국 내 자동차강판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클리블랜드클리프스와의 협력으로 포스코그룹은 미국 내 조선용 후판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되며,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등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포스코 북미 생산법인과의 소재 공급, 자동차 강판 시장 공동 대응 등 다방면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처럼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경영 파트너십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특히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양국 기업 간 첫 협력 사례로서 상징성도 높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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