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인하·건전성 부담…신규 사업 '제동'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신규 카드사의 애플페이 합류 정황이 포착되면서 아이폰 이용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연내 도입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 기반이 약화된 데다, 국내 결제 시장이 QR코드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카드업계의 시선이 빠르게 QR로 옮겨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카드는 인도네시아에서 QR코드 기반 결제 및 인출 서비스를 시현하고, '카드리스 ATM 서비스' 구축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실물 카드 없이 QR코드만으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같은 날 KB국민은행 또한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국가 간 QR결제서비스'를 선보이며 현지 시장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QR결제 인프라 구축은 인도네시아를 교두보로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앞서 지난 5월 박종석 금융결제원장이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국가 간 소액지급결제서비스를 연계하는 '허브시스템' 구축을 밝힌 데 이어, 지난달 인도네시아 디지털금융페스티벌에 참석해 QR결제를 직접 시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카드사 중 가장 먼저 사업 방향을 결제 인프라 구축으로 전환한 곳은 비씨카드다. 지난 2019년 베트남 우체국 네트워크와 제휴를 통해 QR코드 기반 간편결제 디지털 플랫폼 구축 사업에 착수한 것에 이어 인도네시아, 대만, 중국,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범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입지를 다졌다. 최근 5년간 지난 2023년을 제외하면 비씨카드의 당기순이익은 매년 1000억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 시장도 QR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지난해 여신금융협회 주도로 카드사 간 QR코드 규격을 통합하고 가맹점 확보에 나서면서,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NH농협 등 9개 전업 카드사가 모두 참여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냈다. 이는 출시 3년이 다 돼가도록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오픈페이(앱카드 상호연동 서비스)와는 대비되는 흐름이다.
정부 차원의 QR결제 활성화 정책도 시장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제로페이와 디지털온누리 등 지역 결제 인센티브 사업이 사용자 유입을 이끌었고, 동남아와 중국 등 QR결제가 이미 일상화된 시장을 벤치마킹할 수 있었던 점도 확산에 힘을 보탰다.
결제 시장에서는 QR결제 인프라가 근거리 무선 통신(NFC)보다 가파르게 확산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QR결제는 별도의 단말기를 요구하는 NFC결제와 달리 휴대폰 등의 스마트기기만 있으면 결제를 승인할 수 있다. 단말기 교체 대비 진입문턱이 낮은 셈이다. 아울러 QR결제는 카드사 자체 앱에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수수료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실제로 카드업계는 가맹점의 QR결제 인프라 구축을 유도하기 위해 수수료 비용 절감을 내세워 홍보에 나서고 있다. 비자, 마스터 등에 별도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해외겸용 신용카드 대비 국내전용 카드의 연회비가 더 저렴한 것과 같은 이치다.
이에 NFC 결제를 기반으로 한 애플페이의 경우 신규 카드사의 진입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부 카드사의 애플페이 진입 정황이 포착된 바 있지만 여전히 애플페이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는 카드사는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지난 2023년 3월 진출 후 아이폰 사용자를 포섭하면서 2년여간 '애플페이 특수'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카드업계는 애플페이 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애플에 추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만큼 뚜렷한 수익성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반기 긴축기조와 연체율 해소 등 건전성 이슈가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지난 2월 가맹점 수수료율마저 인하 조치된 만큼 애플에 별도로 지불하는 비용이 수익성에 악영향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연초부터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의 애플페이 진입에 관한 뚜렷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지만 뜬소문에 그치고 있는 것도 신규 사업을 소극적으로 만드는 영업환경에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페이 진입으로 누릴 수 있는 선제진입효과를 현대카드가 대부분 누린 만큼 속도전보단 장기적으로 확실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지구전이 요구되는 셈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도 아이폰 사용자 수요를 무시할 수 없다. 필요성에는 모두 동감할 것이다"라면서도 "신규 사업에 뛰어들기에는 계산할 것이 생각보다 많다. 사실상 선제진입효과는 끝났다고 보는 만큼 현대카드에 유리한 지형을 평평하게 만드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